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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계속 투쟁하며 기록하는 이유 - <스탠바이, 액션!> 안창규 감독

<스탠바이, 액션!>은 <청춘유예> <망각과 기억2 : 돌아 봄 Part 2.> 등 한국의 사건·사고, 소외된 이들에게 면밀히 귀를 기울여온 안창규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2022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에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와 세월호 참사의 정황을 기록하는 ‘지성 아빠’ 문종택씨의 일상, 안창규 감독과 현장에 함께했던 고 박종필 감독에 관한 기억이 담겼다. 냉담한 반응과 외면 속에서도 싸움을 계속하는 박경석 대표와 지성 아빠. 그들의 곁을 지키는 기록자들에게 안창규 감독의 카메라가 향한다. 개봉을 앞둔 <스탠바이, 액션!>과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지원 과정에 관해 안창규 감독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을 알게 된 계기는.

세월호에 관련된 기록을 계속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4·16재단 공모전에 관해 알게 됐다. 마침 제작비가 필요한 상황이라 지원했다.

- 지원할 당시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됐었나.

50% 정도. 지원할 때 기획안과 트리트먼트를 내야 했는데 이미 촬영분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었다.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의 장점은 피칭이 없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만약 공모전에서 피칭을 해야 한다면 한두달가량 준비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다 결국 당선되지 못하면 여러모로 힘들어지는데,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은 피칭이 없어 부담이 덜했다. 상금 덕에 시간을 많이 절약하며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 <스탠바이, 액션!>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중 세월호 이야기의 중요도가 높다.

4·16재단의 목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에 당선됐다는 것은 이 영화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덕분에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거나 안전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 관객들이 더 영화에 주의를 기울여주셨다.

- <스탠바이, 액션!>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박종필 감독과 가까운 사이였는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상실감에서 벗어나는 게 힘들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박종필 감독이 계속 생각났다. 결국 현장을 떠나 한달간 여행길에 올랐는데 세월호제주기억관에서 우연히 박종필 감독의 사진을 봤다. 과거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더라. 그래서 다시 현장에 돌아가 박종필 감독과 같은 기록자들의 이야기를 만들야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박종필 감독이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문종택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남기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 내용들을 아우르는 영화를 기획했다.

- 다시 현장에 돌아왔을 때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졌나.

다큐멘터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처음 목포항에 도착했을 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젠 너무 애쓰려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 목표는 잘 기록해 잘 전달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이라 여긴다. 힘을 빼야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 세월호 참사와 전장연의 시위, 고 박종필 감독, 안창규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 여러 주제를 동시적으로 풀어나가야 해 편집이 쉽지 않았겠다.

처음엔 4개의 단편이 묶인 옴니버스영화 같았는데 내용 연결이 잘 되지 않아 편집도 다시 하고 내레이션도 추가했다. 가편집본만 12~13개 정도 된다. 프로듀서였던 김환태 감독과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눴다.

- 여러 차례 편집을 거치면서도 절대 뺄 수 없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후반부에 홀로 길을 올라가는 장면을 넣었는데, 내레이션 때문인지 내가 촬영한 장면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박종필 감독이 촬영한 것이다. 마지막에 과노출로 화면이 날아가는 것도 후보정이 아니라 애초 그렇게 찍힌 것이다. 세상을 떠난 박종필 감독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느껴져서 넣었다. 그리고 전장연의 장례식 장면과 문종택씨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이름을 부르는 내레이션. 두 사건 모두 사회적 죽음에 관한 내용이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하는 사람들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내레이션이 나오는 장면도. 내가 다닌 현장이 전부 남들의 슬픔이 깃든 곳이었기에 해당 장면의 내레이션을 공들여 썼다.

- 제목을 <스탠바이, 액션!>으로 정한 이유는.

박종필 감독이 “스탠바이, 액션!”을 외치는 장면이 있다. 사실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외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목포항에서 지성 아버님이 장난치다 나온 장면이다. 당시 난 현장에 없었고 지성 아버님이 그 촬영분을 보내주셨다. 제목이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박종필 감독이 “스탠바이, 액션!”을 외치는 장면이 내게 큰 의미를 지녀 제목에 관해선 고집을 부렸다.

- <스탠바이, 액션!>과 만날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세월호 참사는 다 지나간 일이라며 무관심하고,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왜 계속 투쟁을 해나갈 수밖에 없는지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 현장을 잘 담으려 노력한 기록자들에 관해서도 말이다. <스탠바이, 액션!>은 다가오는 11월에 개봉한다. 다만 극장 개봉이 아니라 오마이씨네와 관객 추진단을 꾸려 ‘100개의 극장’ 상영을 준비 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이 들여다봐주셨으면 좋겠다.

-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에 지원할 이들에게도 응원을 전한다면.

영화 만드는 과정은 항상 도전이다. 현장에 가는 것도, 영화를 완성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모에서 떨어지는 건 창작자들에겐 다반사이지만 그렇다고 일찌감치 단념하는 대신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자기 영화를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