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중국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주성치 감독의 <쿵푸여자축구>(功夫女足)의 흥행 독주를 바짝 추격하며 등장한 <팔선>은 개봉 사흘 만에 박스오피스 3억위안을 돌파하며 빠른 흥행을 보이고 있다. <팔선>은 동방드림웍스가 중국 현지 기업으로 바뀐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장편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동방드림웍스는 개봉 2주 전부터 전국적인 대규모 시사회를 열며 입소문을 냈고, 여름 성수기와 맞물려 관객층을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영화는 중국의 대표적인 민간설화 <팔선과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신비로운 선계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설화의 무대인 ‘봉래선경’을 현대 도시처럼 꾸며 친근하게 다가간 것이다. 신선들은 공무원처럼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고, 인간이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빌면 행정 시스템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생사화복을 관장하는 복록수 삼신은 상급 관료로 등장하는데 신선들 역시 실적을 평가받는 직장인으로 묘사되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영화는 팔선을 처음부터 신선이 아닌 도둑단으로 설정하는 과감성을 보인다. 보물을 훔치기 위해 팀을 꾸린 이들이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내용은 중국 관객에게 익숙한 전통 신화와 케이퍼 장르를 결합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팔선>이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지난 10여년 동안 기술력의 발전과 서사의 진화를 반복하며 산업적 기반을 다져왔다. 시스템이 구비된 지금, 관객이 기대하는 재미와 완성도를 만족시킬 안정적인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는 중국 개봉을 시작으로 오는 8월 북미와 유럽 시장에도 순차 개봉한다. 가장 중국적인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영화가 글로벌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