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 2025년 9월2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집회에서 한 연설이다. 자신이 ‘윤석열과 전한길의 똘마니인 줄 몰라서 하는 ‘사돈 남 말’인가. 아니면 ‘너나 나나 넘버 스리’라는 자백 겸 자조인가. 그는 지방선거에서 지고도 사퇴하지 않는다. 큰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물러난 뒤 지지자의 아쉬움과 미안함을 등에 업고 다시 돌아온다. 장동혁은 그럴 수 없는 처지다. 어떤 인사는 “배 째라는 건 건달이나 하는 짓”이라 비판했지만, 장동혁에게 어울리는 건 “하늘 건, 이를 달”(<넘버 3>)이 아니라 ‘땅 지, 못 박을 정’(地釘)이다. 장동혁의 반면교사는 김문수일 것이다. 극성 지지층에 영합해 대선 후보가 되었고 40% 넘는 득표율까지 올렸지만, 장동혁에게 패해 당대표가 되지 못하면서 정치 중심에서 밀려났다. 장동혁도 마찬가지다.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즉시 지지층이 대체재를 찾을까 겁을 내고 있다.
장동혁이 넘버 3의 전형이라면, 전한길과 김어준은 넘버 2의 대표 주자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의 지난 6월10~12일 조사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유권자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응답자가 느끼는 감정 온도(호감도)를 0도에서 100도 사이에서 표시하게 했더니, 전한길은 평균 18도, 김어준은 19도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선거 득표율 40~50%의 거대정당을 뒤흔든다. 소수지만 극성인 팬덤을 동원하는 이들이 거대정당의 다수파가 되어 그 당을 삼키는 것이 지난 10~15년의 전개였다. 저들은 그 노른자에 시추공을 박았다. 그들의 방송에 출연하면 적어도 당내 경쟁에서는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 거듭 입증되었다. 그러나 그들 또한 넘버 1이 아니다. “(백조가) 물 위에선 아주 폼나고 우아하게 떠 있지? 근데 너 물속은 어떤지 알아? 졸라게 헤엄치고 있어!” 그들이 가장 염려하는 건 조회수와 수입의 감소다. 그러니 정정이나 반성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러고 보면 “(넘버) 투나 스리나 다 똑같은 거지.”
1964년 야당 국회의원 김대중은 한일 국교 정상화에 찬성했다가 ‘사쿠라’로 찍혀 온갖 수난을 겪었다. 요즘 같았으면 유튜버와 커뮤니티에 의해 매장당했을 것이다. 근거리 지지자들에 쫄지 않는 정치인이 없다. 한때는 그나마 이재명 대통령은 예외가 아닐까 싶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는 반일주의에서 지일 노선으로, ‘모두에게 동일 액수 지급’에서 ‘하후상박 원칙’으로 옮겨갔다. 책임감 있는 행보였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강성 지지층이 별 생각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와 대비해보면 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론은 폐지론을 압도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절반가량도 존치론자다. 하지만 당원 등 극성 지지층 여론은 그것과 딴판이라는 게 주지의 사실. 민주당 국회의원 중 존치론자는 반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당대표 후보들은 모두 폐지론자고, 이 대통령은 결정권을 당에 넘겼다. 당내 역풍이 두려워 국민 다수와 지지자 절반을 저버렸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지지층을 내팽개쳤던 걸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했나.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극성 지지층들. 그들이 거대정당과 대통령을 지배하는 넘버 1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