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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거대 자본 없이도 마주 볼 수 있는 우리,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모니터 너머의 내가 2분 뒤의 미래에서 말을 건다면 어떨까. 일본의 극단 ‘유럽기획’을 이끌며 영화 <썸머 타임 머신 블루스>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의 각본을 썼던 우에다 마코토야마구치 준타 감독과 함께한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지극히 소박한 시공간의 시차 하나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소동극을 펼친다. 카페 주인 카토(도사 가즈나리)는 퇴근 후 자신의 방 스크린에서 2분 뒤의 자신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끼지만, 그를 찾아온 주변 인물들이 이상 현상을 알게 되며 상황은 기묘하게 흘러간다.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화면에서 예고한 말과 행동을 현재에서 똑같이 수행하며 시간의 인과율을 실험한다. 더 먼 시간대를 들여다보고 싶어진 이들은 결국 두 스크린을 서로 마주 보게 설치한다. 같은 그림이 무한히 복제되는 ‘드로스테 효과’처럼, 2분 뒤에 머물던 시공간은 4분, 6분 후의 영역으로 꼬리를 물며 확장된다.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려는 인물들의 욕망은 평범했던 카페 공간을 일종의 연극적 무대로 변모시킨다.

무대로 변모한 카페 안에서 스크린 속 미래는 거부할 수 없는 대본이 되고, 인물들은 그 대본을 오차 없이 수행해야 하는 배우의 처지에 놓인다. 인과율을 깨트리지 않으려면 미래 스크린에 비쳤던 자신의 대사와 동작을 현재 시점에서 정확히 연기해내야 한다. 결정된 미래가 현재를 강제하고, 인물들이 제한 시간 내에 미래의 각본을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구조는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창출한다. 시공간의 고리가 다중으로 중첩되며 복잡해짐에도 영화가 길을 잃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설정을 장황한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난해한 시공간 법칙 대신 황당하게 주어진 맥락 속에서 인물들의 유머를 사용해 리듬을 만든다. 이 경쾌한 완충재 덕분에 관객은 시공간의 꼬임 현상을 부담 없이 수용하게 된다. 시선은 자연스레 미래라는 닫힌 운명에 놓인 인물들이 현재의 선택을 통해 정해진 시간의 궤도에 어떻게 균열을 낼지로 향한다.

연극과 영화의 매체적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 방식은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의 핵심적인 매력이다. 한 건물로 한정된 공간은 연극 특유의 폐쇄성을 띠지만, 그 안에서 시공간을 시각화하고 확장하는 매개는 스크린이라는 영화 고유의 프레임이다. 무대 위에서는 구현되기 쉽지 않은 중첩되는 시공간은 스크린 속 이미지를 통해서 가시화된다. 여기에 아이폰 핸드헬드로 인물들의 동선을 끊김 없이 추적하는 카메라가 개입한다. 대형 자본과 화려한 시각효과에 의존하는 블록버스터들이 기획의 피로감을 안기는 요즘, 이 작품은 저예산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거대한 자본 대신 소박한 2분의 시차에서 출발한 구조적 설계, 배우들의 연극적 앙상블, 영화 매체의 힘에 대한 집요한 고민만으로도 관객을 시공간의 미로에 완벽히 몰입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다.

CLOSE-UP

가장 주목할 대목은 2층 모니터를 1층 카페로 들고 내려와 TV 스크린과 마주 보게 설치해 미래의 시간을 확장하는 ‘드로스테 효과’ 장면이다. 드로스테 효과란 하나의 이미지 안에 동일한 이미지가 무한히 반복, 중첩되는 시각적 현상을 뜻한다. 영화는 두 화면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상에 2분의 시차를 결합한다. 스크린 A가 2분 뒤 미래를 비추는 스크린 B를 담고, B가 다시 A를 비추는 연쇄가 일어나면서, 화면 안쪽으로 겹겹이 쌓인 프레임들은 각각 +2분, +4분, +6분의 미래를 무한히 담아낸다. 별도의 특수효과 없이도 두 모니터의 마주 봄만으로 다중 시공간의 층위를 한 화면에 가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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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타임 머신 블루스> 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 2005

무더운 여름날, 고장난 에어컨 리모컨을 구하기 위해 어제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동아리 부원들의 소동이 담긴 영화다. 우에다 마코토의 장기인 인과율의 톱니바퀴를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이 특유의 계절감과 어우러진다. 거창한 세계관 대신 한여름의 동아리방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짧은 시차를 활용해 타임 패러독스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을 재밌게 보았다면, 사소한 일상의 계기에서 시작된 시간의 꼬임이 걷잡을 수 없는 소동으로 확장되는 이 엉뚱하고 정교한 상황극에서도 그 매력을 다시 한번 만끽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