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김시은)은 좌익분자의 아내라는 이유로 임금이 체불된다. 건물 밖 승용차에선 대구시경 방첩대 인혁(강길우)과 상준(이한주)이 수경과 사장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 2020년 여름의 여기는 아직 제5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한 세계여서다. 수배 중인 남편의 소재를 알게 된 수경은 지속되는 감시에 지쳐 남편을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본청 특설수사대는 수경과 시어머니까지 엮어 처벌하려는 기획 수사를 벌인다. 수경을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을 지닌 인혁은 특설수사대에 저항해 상준과 함께 수경을 데리고 남편을 체포하러 산청으로 향한다.
작중에서 벌어지는 기획 수사, 민간인 사찰 등은 이른바 ‘민주주의’ 시기에도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작품은 간단한 선언만으로 지금이 민주주의라는 건 착각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셈이다. 주요 무대의 지명인 순천, 여수, 지리산 등은 오히려 전두환 이전 시기를 가리켜 새로운 비전이 아쉽다가도 운동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카메라의 존재와 흑백으로 칠해 질식할 듯한 세상에서는 수용이 가능한 회귀처럼도 비친다. 전작 <여섯 개의 밤>을 만든, 대구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최창환 감독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