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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투명 망토 클럽

자신의 존재감을 일시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이 테크닉은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어른들의 회의실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뻘쭘한 상황에도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야만 하는 순간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느 초능력이 그러하듯이 방법을 안다고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이 능력이 절실한 여러분이 계신 것 같아 투명 망토를 살짝 걸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가장 투명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모임에서 분명 함께 있었는데 어딘가 희미했던 그런 이를요. 그는 의외로 테이블 모서리에 앉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간 자리에 끼어 적절히 웃으며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지 듣고 있지요. 그건 마치 배영하는 자세로 누워서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바다의 움직임의 일부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주변의 흐름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투명 망토의 기본 원리라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요? 당신이 분위기에 얼마나 몰입했느냐에 따라 투명도의 퀄리티는 달라지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타고난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너무 좌절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기술은 오랜 관찰과 반복 끝에 자신에게 맞는 망토를 찾아내는 사람들의 것이랍니다.

어색함 속에서도 모임에서 버티고 싶다는 집념, 모두가 나서고 있을 때 차라리 은은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배짱…. 어떤 이유에서든 이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해주신다면 오케이입니다. 다만 투명 망토를 입은 상태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당부도 함께 드립니다. 최근 참고할 만한 사례가 하나 있어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투명 망토를 오랫동안 수련해온 회원 분이 어떤 모임에서 겪은 일입니다.

그날은 친구와 커피를 마시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에 그 친구의 선배가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그 친구의 선배의 친구들까지 같이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들끼리 만나면 되었을 텐데 저와의 약속을 취소하지 못한 제 친구 때문에 약속 자리가 이렇게나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니까 네가 알아두면 좋을 거야, 라고 말하는 내 친구가 야속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만큼 사회성이 있었다면 이 정도로 혼자 살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갈지 엿들을 수 있는 기회에 조금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날은 친구와 커피를 마시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에 그 친구의 선배가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그 친구의 선배의 친구들까지 같이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들끼리 만나면 되었을 텐데 저와의 약속을 취소하지 못한 제 친구 때문에 약속 자리가 이렇게나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니까 네가 알아두면 좋을 거야, 라고 말하는 내 친구가 야속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만큼 사회성이 있었다면 이 정도로 혼자 살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갈지 엿들을 수 있는 기회에 조금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작업을 하신다고요? 아, 저는 이런 거 하는데요. 대답하려는데 옆에서 친구가 거들어줍니다. 쟤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잘하고…. 저는 그 말에 더 부끄러워집니다. 뭐 하나 대단하지 못해서 이것도 저것도 파는 상점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은 예의상 하는 말 같았고,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저는 잠자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호흡을 편안하게 유지하며 이내 그들의 대화 속에 흐르는 공기가 되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그날은 왠지 저의 투명 망토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내 스튜디오가 그 동네에 있는데 놀러 와. 그날 파티가 있는데 너 무조건 올 거지? 네가 오지 않으면 안돼. 제가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주제 모르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는 잡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들이 무례하게 굴거나 과시했던 것도 아닌데 괜히 그날 입고 있던 옷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삶에 대해 부러워하다가 그게 왜 부러운지도 모르겠는 이상한 기분도 듭니다. 나는 원한 적이 없는데, 저것을 가진 사람을 보자 갑자기 내가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지요.

제가 부러웠던 건 투명 망토를 쓰지 않고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그들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좁아진 마음이 투명 망토로도 감춰지지 않는 것 같아서, 벌거벗은 기분으로 사람 좋은 척 웃고만 있었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저를 소외시킨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직 저만이 저의 편이 아니었지요. 그날 저는 투명 망토 같은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사람들 사이에 편안한 듯 앉아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못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자리가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던 그때 친구의 친구가 제게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무리에서 이렇게 조용하게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