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프랜차이즈들이 시즌2 방영을 앞두고 확장되는 세계관을 강조한다면, <킬러들의 쇼핑몰>은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현재진행형의 활동이 시작된다 소개해도 무방하다. 시즌1의 에피소드 1편은 주인공 정진만(이동욱)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고, 시즌2는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 상황에서 머더헬프와 바빌론 조직의 대격돌이 예고되었다. 시즌1이 비밀스럽게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것과 대조적으로 시즌2의 음악은 질주하는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떠받치며 시즌1과의 연결 고리를 가져간다. 시즌2 종영을 앞두고 음악감독 프라이머리는 현재 작업 중인 다음 작품의 스코어를 고심하고 있었다. 킬러들의 피 튀기는 전쟁터를 빠져나와 고요한 섬마을의 평화로움으로 관객들을 데려갈 음악을.
-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곧 종영된다. 시즌1부터 함께했는데, 작업 일정은 어땠나.
글로벌 OTT의 음악 작업은 방영 3개월 전에는 끝나야 한다. 슈퍼바이저를 비롯한 현장 작업이 착착 돌아가고 있어서 작업본도 좀 빨리 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시즌1에서 다들 손발을 맞춰봐서인지 작업이 수월했다. 원래는 지금보다 더 가볍고 대중적이었는데, 감독님이 ‘이것보다는 묵직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내 작업을 좀 돌아보는 과정도 가졌다. <킬러들의 쇼핑몰> 후에 더 상업적이고 호흡이 빠른 대중적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런 작업이 몸에 밴 것 같았다. 시즌2 초반 작업물은 템포가 빠르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조금 늦추는 작업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 수정 과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수월했던 거 맞나. (웃음)
그건 당연한 거다. 그런 피드백들은 어떤 작업을 해도 항상 있다. 어떻게 톤을 잡는지 주고받는 과정이 긴데 시즌2는 그게 빨랐다. <D.P.>나 <약한영웅> 시리즈도 그렇듯이 시즌1이 있으면 다음에 수월한 면이 있다. 설계를 처음부터 하는 것과 달리 리얼함에 포커스를 맞출지, 오락적으로 풀어갈지에 대한 결정이 빨리 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니까.
- 시즌1의 음악이 긴장을 고조시켰다면, 시즌2는 장르나 세션이 훨씬 풍부해졌다.
시즌2의 스케일이 커지는 것을 시나리오 나오기 전부터 알았다. 악기 편곡이나 편성할 때에도 시즌1보다 더 거대하게 가져갔다. 시즌1은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가 풀리다 보니 미스터리와 추리의 톤이 있었다. 삼촌의 과거가 지안(김혜준)의 입장에서는 미스터리니까. 시즌2는 킬러들이 대거 합세하고 클럽 신이나 대규모 전투 신이 많아서 음악도 더 다양하게 쓸 수 있었다.
-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지만,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을 시작한 것은 <사냥의 시간>이다.
서로의 존재를 아는 사이였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되게 좋아해서 엄청 봤었다. 감독 하나에 꽂히면 DVD를 다 사 모으고. 영화를 워낙 좋아하니까 영화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시작이 막막한 건 있었다. <사냥의 시간>으로 윤성현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강력한 수업을 받았다. 작업 기간이 길다 보니 당분간은 영화음악은 안 해야지 했는데 레이블을 독립한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할 때, 한준희 감독님에게 <D.P.> 제안이 왔고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이거는 꼭 해야겠다 싶어서 맡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 영화음악은 작품에 음악을 맞춰야 하는 작업이다. 답답한 부분은 없었나.
솔직히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다. 모두의 만족 안에서 움직여야지, ‘내 맘대로 할 거야’라는 식은 곤란하다. 드라마나 영화는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작업물이라는 게 매력적이다. 현장에서 촬영감독님이 잘 찍어주시고, 무술감독님은 합을 잘 짜고, 배우분들의 어마어마한 연습을 통해 결과물이 나온다. 여기에 또 편집감독님의 공정 과정을 거치지 않나. 이 위에 내가 음악을 입히는 거니까 책임감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노력이 겹겹이 쌓인 작업물을 받는 거니까.
- 이미지, 서사, 영상 등 여러 부분에서 음악의 아이디어를 얻을 것 같은데.
대중적인 음악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후배들이 영감에 대해 물어오면 항상 같은 얘기를 한다. 모든 게 경험에서 오는데, 우리는 모든 경험을 직접 할 수 없지 않나. 킬러가 주인공인 영화음악을 한다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건 간접경험인데 어릴 때부터 만화책, 영화, 게임, 책을 미친 듯이 좋아했다. 약간 미디어 중독이라고 여겨질 만큼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뭔가를 보거나 듣고 있었다.
- 지금은 온전히 즐기기 어렵지 않나.
이게 좀 저주 받았다고 느끼는데, 일을 하다 보니 순수하게 즐기질 못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여기 왜 음악을 안 넣었지? 이거는 이 캐릭터에 감춰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엔 <호프>를 보면서 이건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구나 생각했다. OTT 환경이면 대사가 들려야 하니까 기술적인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볼륨을 낮출 때가 있다. 그럼 막 내달리던 속도에 맥이 끊긴다. <호프>는 고함을 지르면서 그걸 밀고 나가더라. ‘대사를 잘 들리게 해야 해’라는 압박이 없이 원하는 걸 밀고 나가는 게 좋아서 나도 다음에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OTT로 콘텐츠를 접하다보니 나부터도 자막을 보는 데 익숙해 져서 귀가 어두워졌다고 느낀다.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데 대사가 잘 안 들리더라. 믹싱이나 TV 출력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자막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싶더라.
- 시즌1은 회차마다 엔딩곡의 느낌이 분위기를 좌우했다. 초반에는 어둡고 템포가 느렸다면 액션이 시작될 때부터 조금씩 빨라지는 식이었다.
이게 음악감독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데, 한번에 전 시즌이 다 풀리는 작업은 엔딩곡을 사람들이 잘 안 듣고 ‘자동넘김’해버린다. <D.P.> 때에는 엔딩에 가창곡도 넣었는데, 다들 ‘자동넘김’을 해버리니까 힘이 빠졌다. (웃음) <킬러들의 쇼핑몰>은 매주 2편씩 공개되니까 음악으로 여운을 남길 여지가 있더라.
- 시즌2에 일본에서 온 킬러들과 한국의 조폭들이 맞붙는 장면에서 <이브의 경고>를 사용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이 나올 때처럼 반갑더라.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곡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에는 단체로 맞붙는 전쟁 신에 경쾌한 음악을 깔고 싶었다. 오카다 마사키 배우의 엘리베이터 액션신에서도 굉장히 밝은 노래를 썼는데 ‘살육을 즐기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잔인한 장면인데 웃으면서 빠른 음악이 깔리면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줄 것 같았다. <이브의 경고>는 다른 후보곡들과 다르게 시대성이 있었다. 이 곡이 좀 예전 댄스곡인데, 배경이 옛날 나이트클럽이다 보니 레트로한 인상을 주면서도 밝고 신나는 게 이 장면과 잘 붙더라.
- 서사에 집중해서 음악을 만든다고 한 적이 있다.
시즌1은 캐릭터에 몰입해서 만들었다. 작품할 때마다 누구에게 포커스를 둘지부터 생각한다. 장면에 음악을 깔 때에는 인물 중 누구의 감정이 중요한가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는 대립과 모순 관계이지만 누구에게는 그게 슬픔의 감정일 수 있다. 슬픔이라면 시청자도 슬픔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어떤 인물의 감정이 중요한지 얘기를 많이 한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교차편집이 정말 많은데, 일단 음악으로 설명을 많이 안 하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로 그냥 밀고 가버린 부분이 있다. 시즌1은 한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지안이가 집에서 킬러에게 쫓길 때 진만의 과거를 교차하고, 현재 진만의 위치까지 담다 보니까 플래시백도 나오고 시점도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이전 장면의 감정을 친절하게 음악으로 설명하는 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워낙 신과 신의 교체가 많았는데, 이걸 연결해주는 매개체는 음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엔딩이 여기가 아니었는데 바뀌거나, 장면 사이 편집도 처음과 달라졌다. 편집이 바뀔 때마다 음악 설계도 다시 하고 그랬다.
- 음악이 최소한으로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취향일 수 있는데 필요한 곳에 임팩트 있게 장치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 공간의 환경음부터 시작해서 뉘앙스, 물건 떨어지는 소리 같은 걸로 자극을 주는 영화가 있지 않나. 오히려 음악으로 계속 힘을 주려고 하면 다이내믹을 떨어트리는 것 같다.
- 아침에 출근을 일찍 하더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작업을 하나.
매일 오전 10시 전에는 작업실에 오려고 한다. 루틴대로 저녁까지 작업을 한다. 같이 음악하는 동생들에게도 자주 얘기하는 게, 남들보다 잘되고 싶어 하면서 불평만 하면 안된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보다도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않으면서 더 잘 살고 싶어 하는 건 오류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매일 책상 앞에 앉으면 무조건 작업물은 나오게 돼 있다. 근데 주변 친구들 중엔 그 정도의 노력도 안 하면서 한탄만 한다. 나 역시 술도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모이면 불평도 얘기하고 그런다. 근데 노력 없이 그런 시간만 가지면 아무것도 안된다.
- 최근에 듣고 있는 음악은 무엇인가.
플레이리스트 열어 보니 이상하네. (웃음) 오늘은 <일 포스티노> O.S.T를 들으면서 왔다. 그리고 스매싱 펌킨스, 대니 벤시를 들었다. 그때 작업해야 하는 곡이 있으면 비슷한 옛날 영화를 찾아서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일 포스티노>가 평화롭고 그런 느낌이데, 지금 작업하는 게 섬마을에 주인공들이 들어가는 내용이라 <일 포스티노>의 음악을 들었다.
ITEM
아이패드 메모장
“아이패드 미니 메모장에 메모를 많이 한다. 아무도 글씨를 못 알아볼 거다. 다른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부정확하게라도 그때의 생각을 막 써놓는다. 메모장이 컴퓨터, 휴대폰과 연동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FILMOGRAPHY
영화
2026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부활남: 더 레드>
2024 <대도시의 사랑법>
2023 <파일럿> <독전2>
2020 <사냥의 시간>
2007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시리즈
2026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2025 <당신이 죽였다> <약한영웅 Class 2> <뉴토피아> <중증외상센터> <트리거>
2024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
2023 <택배기사>, <D.P.> 시즌2
2022 <유니콘> <약한영웅 Class 1>
2021 <D.P.> 시즌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