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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공포를 걷어낸 불멸의 순애보, <드라큘라: 러브 테일>

뤼크 베송 감독의 신작 <드라큘라: 러브 테일>은 브램 스토커 원작의 고딕적인 공포 대신 비극적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다. 1897년에 발표된 원작 소설 <드라큘라>에서 백작은 빅토리아시대 영국 사회의 불안과 외부 타자에 대한 공포를 체현한 침략자다. 서간체 형식의 원작 소설은 서구 근대 합리주의와 미신의 대결 구도를 그리며, 드라큘라를 인간적 감정과 고뇌가 배제된 포식자이자 감염원으로 다루었다. 반면 뤼크 베송은 윤리적 사유가 불가능하던 원작 속 드라큘라의 악마적 형상을 지우고, 15세기 트란실바니아의 군주 블라디미르가 아내를 잃은 뒤 신을 부정하며 불사의 저주를 짊어지게 된 비극적 전사를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절대적 악의 침공기를 상실감에서 비롯된 순애보로 치환해낸 셈이다.

흡혈귀에게 상실의 고통과 순애보적 동기를 부여하는 전환점은 영화사 속 드라큘라 이미지의 진화 궤적과 맞닿아 있다. F. 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22)에서 흡혈귀는 기괴한 외형과 함께 역병을 몰고 오는 흉측한 재앙이었다.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 역시 귀족적 외양 뒤에 최면술로 희생자를 유린하는 냉혹한 이방인 포식자의 면모를 강조했다. 그러나 1973년 댄 커티스 감독의 각색작이 사별한 아내의 환생 모티프를 최초로 도입하면서 인물에 본격적으로 비극적 내면이 부여되기 시작한다. 이후 1992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사별한 아내를 향한 광기 어린 집착과 배신당한 영웅의 비극을 핏빛 로맨틱으로 시각화하며, 드라큘라를 낭만적인 매혹을 지닌 반영웅으로 확립한다. 뤼크 베송의 신작 역시 공포 장르 특유의 서늘한 긴장감보다 수백년의 세월을 가로지르는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에 초점을 맞추며, 소설 원작의 공포보다는 코폴라가 정립한 낭만적인 드라큘라 계보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타이틀롤을 맡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창백한 분장과 신경증적인 육체성으로 비탄과 광기를 오가는 드라큘라의 분열적 내면을 체화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첫 메이저 주연에 나선 조이 블루는 환생한 연인 역을 맡아 불멸자의 집착을 일깨우는 정서적 구심점으로 기능하며, 크리스토프 발츠는 냉철한 사제로 맞서 종교적 단죄를 내리며 긴장감을 부여한다. 15세기의 거친 석조 요새와 19세기 말의 화려하고 퇴폐적인 공간을 교차시키는 미술과, 선혈의 붉은색과 차가운 암흑의 명암 대비는 시공간의 단절과 폐쇄성을 시각화한다. 여기에 저음 현악과 파이프오르간을 위주로 한 육중한 음악은 영겁을 홀로 견디는 드라큘라의 고립감을 청각적으로 증폭한다.

다만 로맨스로의 변주 자체가 반세기 동안 반복되어온 관습적인 이미지이자 주류의 서사 문법이라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낭만화된 흡혈귀 서사가 이미 익숙한 만큼 장르적 파격이나 예측 불가능한 서스펜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과감한 시각적 양식화와 파격적인 순정에 천착해온 뤼크 베송의 연출이 고전 흡혈귀 설화와 만날 때 어떤 스펙터클과 시각적 밀도를 빚어냈는지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CLOSE-UP

블라디미르가 어둠에 귀의하며 불사의 저주를 받아들이는 제의 장면에 주목해본다. 군무로 형성된 신체극처럼 펼쳐지는 이 시퀀스에서, 수많은 신체가 얽혀 만들어낸 제단 위로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기괴하게 뒤틀린 육체성을 통해 인물의 내적 파열을 가시화한다. 엉겨붙은 인간의 육신들을 딛고 십자가형의 자세로 절규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신을 향한 배교와 사별의 비탄이 초월적 악마성으로 전이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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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 감독 로버트 에거스, 2024

F. W. 무르나우의 1922년의 고전을 100여년 만에 계승한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가진 원초적 공포에 집중하여 복원해낸 정통 고딕호러다. 뤼크 베송이 낭만적 순애보와 화려한 양식에 집중했다면, 로버트 에거스는 무르나우가 정립한 역병과 죽음의 악마적 형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드라큘라: 러브 테일>의 멜로드라마와는 선명한 대척점에 서 있어, 동일한 고전 원형이 로맨스와 공포의 장르적 문법으로 어떻게 변주되는지 비교 감상하기에 적합한 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