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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의 클로징] 화려한 휴가

“개별 발표자의 모든 표현과 주장이 곧 주최자인 제 견해이거나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8월13일 열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이 5·18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이튿날 국회의원 이진숙이 늘어놓은 변명이다. “5월 광주에서 있었던 그 소요 사태”(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공동대표), “전라도 빨갱이”(5·18 단체 관계자의 항의에 대한 청중 반응), “대한민국의 정통 주인은 이승만 그리고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맥락”, “주사파와 호남을 절묘하게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5·18”(주동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주최인 이진숙은 자신이 깐 판에 쏟아진 망언들을 두고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고 중간중간 박수도 보냈다. 국민의힘은 이진숙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한다. “전두환이 광주에서 총을 쏜 건 아니다.” 이런 소리와 흡사하다.

가장 두드러진 망언자는 주동식이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자 광주 태생인 그는 2010년대에는 호남 차별에 대항하는 시민운동을 했다. 얼마 지나 그는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노 세력을 ‘영남 패권의 하위 구조’라고 비판했고, 친문과 586 정치인들에게 독설을 퍼붓더니 끝내 국민의힘으로 들어갔다. 진보의 원칙을 지키다 보니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된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영남 패권주의의 본산에 귀순한 것이다. 이제 그는 고향 사람들이 자기네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인지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다. 예전 ‘뉴라이트’의 대다수도 하지 않았던 5·18 모욕까지 저질러가면서. 그 진영에서 주동식이 저격수로 대접받는 건 그의 출신지와 전력 때문이다. 호남 팔이, 운동 팔이는 누가 하고 있는가.

토론회 출연자 중에는 주동식만 한 망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노회한 정치기술자의 솜씨를 보여줬다. 5·18에는 새로운 정신이 없다는 핑계를 들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하며 국민의힘의 공약 파기를 부추겼다. 주대환은 인민노련부터 민주노동당을 거친 한국 진보정치운동의 산 증인이었다. 2008년 민노당 분당 국면에서 그는 오랜 동지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레닌(혁명가)의 길 16년, 케어 하디(진보정당)의 길 16년, 이제 나는 어디로 가나.” 결국 그는 미국식 양당제가 불가피하다며 민주당을 지향했는데, 몇년간 돌고 돌더니 국민의힘을 택했다. 양당택일? 정말이지 그의 뇌에는 ‘양당제’가 꽉 들어차 있었나 보다. 주대환의 길은 ‘김문수의 길’이다.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5·18은 <도가니>의 대사와 다르지 않았다. 항쟁 시민들은 밥을 지어 나눠 먹었고 중상자를 위해 피를 나누었다(이것은 한국 헌혈사의 중대 기점이 된다). 우리가 할 줄 알거나 해본 적 있는 그 일들이 “새로운 정신”보다 더 위대했다. 주대환과 주동식은 어떤가. 젊을 적 세상을 바꾸겠다고 들끓어 올랐던 그들은 세상보다 더 크게 변했다. 여전히 단체명에 ‘민주화’니 ‘대안’이니 하는 말들을 걸고 있지만, 국민의힘에 가서 ‘개혁적 보수’ 노릇을 한 것도 아니다. ‘운동권 해봐서 아는데’라는 과거 과시만 나부낄 뿐. 사회 진보에 복무했던 시절은 지난 생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작금의 ‘화려한 휴가’가 바로 당신들 인생의 본판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