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위기를 유쾌하게 비트는 방법 - <메이데이>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케네스 브래나

어떤 인연은 추락한 뒤에야 맺을 수 있다. 1980년대 냉전 시기의 미 해군 파일럿 트로이(라이언 레이놀즈)와 전직 KGB 요원 니콜라이(케네스 브래나)의 관계가 그렇다. 러시아 상공에서 극비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적진에 떨어진 트로이는 남몰래 미국 문화를 동경해온 니콜라이를 구슬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9월4일 Apple TV에서 공개되는 영화 <메이데이>의 주재료는 이처럼 절박한 순간에 발휘되는 활력이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스파이더맨: 홈커밍> 등의 시나리오를 함께 쓴 존 프랜시스 데일리와 조너선 골드스타인 콤비가 각본과 연출을 겸했고,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네스 브래나가 최초로 합을 맞췄다. 두 배우가 한국, 독일, 멕시코, 스페인, 일본 등 여러 국적의 기자들을 화상으로 만나 이념을 초월한 우정을 예고했다

사진제공 Apple TV

-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유머를 내포한 시나리오에 끌렸나.

라이언 레이놀즈 우선 존 프랜시스 데일리, 조너선 골드스타인 감독이 공동 집필한 시나리오가 아주 탄탄했다. 그들의 유머 또한 내가 평소에 친구들과 구사하는 것과 결이 비슷하다. 이른바 교수대 유머(gallows humor)라고나 할까. 위험한 상황을 가볍게 다루다 보면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다. 이건 내가 가족들로부터 배운 것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경찰이었고, 형도 살인사건을 전담하는 형사로 일한다. 심각한 일을 자주 맞닥뜨리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형은 모든 일의 아이러니한 측면을 보며 말하는 편이다. 끔찍한 현장을 목격해도 집에 가 울 수 없고, 10분 뒤에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니 매번 상황을 유쾌하게 비트는 것이다. <메이데이>에도 그런 면이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 트로이와 니콜라이는 냉전시대를 이룬 두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라 여겼나.

케네스 브래나 <메이데이>의 시나리오는 서로를 경계하는 두 남자가 생사기로에 처한 뒤 각자의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아름답다. 이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때 취해야 할 열린 마음과 관련이 있다. 트로이와 니콜라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느끼지만, 솔직한 대화를 통해 이를 완화해나간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면 이렇게 각자의 약한 면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격렬한 액션 코미디 이면에는 이처럼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 트로이는 그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는 니콜라이에게 ‘미국인’처럼 굴라고 말한다. 니콜라이가 동경하는 영화 <탑건> 속 톰 크루즈가 그 궁극의 이상향인가.

케네스 브래나 니콜라이는 고립된 채 살아왔다. 마치 내가 어릴 적 벨파스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니콜라이에게 그랬듯 내게도 미국 대중문화나 영화가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가족들과 함께 가던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은 물리적으로도 아주 거대했기에 내게 깊이 각인되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미국인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자신의 꿈을 연기한다는 뜻이다. 톰 크루즈가 그 상상의 전형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생각해보면 그는 <탑건>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겉으로는 완벽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그 반대편에서 겪는 불안과 고독을 표현해왔다. <메이데이> 또한 다른 문화권에 속한 인물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서 그들이 가진 정신을 드러내게 하려는 시도였다.

라이언 레이놀즈 케네스와 나 둘 다 미국에서 자라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자란 내게 미국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모든 것이 더 반짝이고, 크고, 비쌌다. 하지만 이제는 이 차이를 더 복잡미묘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어떤 곳과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영웅과 악당을 포함한 온갖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웃음) 늘 미국은 대담하고 캐나다는 겸손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둘을 결합해야 더 흥미로운 인물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코미디 연기를 위해 노력한 점은.

라이언 레이놀즈 배우에게 이런 영화는 두 사람이 추는 춤을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연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케네스는 인간의 탈을 쓴 스위스 군용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에게는 수백만 가지 장점이 있는데, 어떤 면은 상대 배우를 긴장시킬 수도, 어떤 면은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 40년 동안 수많은 분야에서 재능을 보여줬음에도 우리에게 여전히 새로운 발견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를 3개월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것은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며, 지금도 그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케네스 브래나 나 또한 라이언이 동료로서 보여준 존재감에 예상치 못한 배움을 얻었다. 그는 진정으로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는 사람이었다. <메이데이> 촬영 외에도 바쁜 일이 많았지만, 그런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내 눈에 비친 건 오직 일에 준비된, 제대로 몰입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관객은 공허한 연기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기에 라이언의 자질은 내게도 큰 선물이었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우리는 기차나 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자주 찍었다. 말도 안되는 장난기와 무심함으로 까다로운 액션신에 임하는 라이언 덕분에 과감하게 흐름을 타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나보다 즉흥연기 기술을 훨씬 더 많이 갖춘 라이언에게 기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으려 노력했다. 이 극단적이고도 매혹적인 경험을 관객에게도 전하고 싶다.

- 액션신에 임하기 전 어떤 훈련을 거쳤는지 더 들려준다면.

케네스 브래나 뛰어난 스턴트팀과 함께하는 신체 훈련은 꽤 힘들었지만, 셰익스피어 연극의 마지막 장면을 위해 실시간으로 상대 배우와 싸우는 합을 맞추며 보냈던 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고, 특별히 두렵지는 않았다. 액션신 아래에 깔린 정서, 즉 생사가 정해질 수 있는 찰나의 순간에 놓인 인물들의 심경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라이언 레이놀즈 왠지 모르겠지만 전투기 조종사 역할을 다섯번 정도 맡아본 것 같은데, 현실에서 나는 비행하는 걸 무서워한다. 다행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고도에서 이뤄진 전투기 조종 훈련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톰 크루즈인 척을 할 수 없었다! 그를 정말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톰 크루즈를 흉내낼 일은 없을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