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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3호 [프리뷰] 아이라 잭스 감독, '피터 후자르의 하루'

<피터 후자르의 하루> Peter Hujar's Day

아이라 잭스 | 미국, 독일 | 2025년 | 76분 | 국제경쟁

9.6 제천문화극장 6관 10:00 | 9.7 제천문화극장 6관 19:00

아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연출한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인가? 아이라 잭스의 <피터 후자르의 하루>는 다큐멘터리를 빙자한 픽션 영화로 대형 러그가 깔린 양식화된 실내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오토픽션 작가 린다 로젠크란츠는 뉴욕에 거주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을 인터뷰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74년 12월18일, 사진작가 피터 후자르가 로젠크란츠의 아파트를 찾는다. 남자는 어제의 일과를 진술하고, 여자는 이를 경청하며 질문을 던진다.

<피터 후자르의 하루>는 실제 린다 로젠크란츠의 녹취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인터뷰는 2019년 한 연구원이 뉴욕공립도서관의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출판되지 않았다. 이후 아이라 잭스가 편집본으로 출간된 대화들을 그대로 대사로 차용해 영화화한 것이 이 작품이다. 피터 후자르가 털어놓는 하루엔 이렇다할 사건이 없다. 담뱃값으로 얼마를 지불했고 낮잠을 몇시에 잤는지, 그가 즐기는 가벼운 성생활 사이로 가사 노동이 어떻게 덮쳐오는지 등 흡사 알리바이 증명에 가까운 하루만 있을 뿐이다. 단지 특별한 게 있다면 그 일상을 나눈 상대가 수전 손택, 앨런 긴즈버그 등 뉴욕을 주름잡던 문화계 인사라는 점이다. 영화는 당대 뉴욕의 예술운동을 무심하게 회상한다. 오직 한 공간에서 방을 바꿔가며 낮부터 밤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만 담는다. 그 끝없는 말 속에 일상과 예술이 지닌 숭고함이 회화적으로 드러나며 구술에서 드러나는 삶의 디테일이 숨막히게 정교하다. 그리고 그 모든 말의 호흡을 주도하는 벤 위쇼의 연기가, 그가 피터 후자르의 기표 안에 부여하는 수많은 뉘앙스가 그저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