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의 맏아들> Elder Son
세실리아 강 | 아르헨티나, 프랑스 | 2025년 | 119분 | 피아니시모
9.7 제천문화극장 2관 16:00
독특한 구조와 진심 어린 마음을 동시에 품은 디아스포라 영화다. 실제 한국계 아르헨티나인인 세실리아 강 감독의 체험이 곳곳에 묻어난다. 영화는 크게 세 개의 파트로 나뉜다. 처음은 한국계 아르헨티나인인 18살 릴리의 이야기다. DJ로 활동 중이며 겉으로만 봐도 굉장히 젊은 삶을 즐기는 듯한 인물이다. 다만 속내는 영 혼란스럽다. 한창 자신의 사회적, 개인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중이다. 그러한 릴리가 다소 고루하되 꽤 흥미로운 여행에 나선다. 한국인 아버지 안토니오와 함께 교외 캠프에 간 그는 다른 한국계 이민자들과 시간을 보낸다. 소주, 김치, 회가 차려진 밥상을 즐기지만, 릴리의 마음은 모호하다. 이민자들 사이에 여전히 뿌리 깊게 패어 있는 차별의 흔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릴리의 아버지 안토니오의 과거사다. 수십 년 전으로 시침을 돌린 영화는 안토니오가 어떻게 아르헨티나까지 이주했는지에 대해 그의 젊은 시절을 회고한다. 넉넉해 보이는 현재의 안토니오와 여실히 다른 한 명의 청년이 그곳에 있다. 릴리를 낳기 전 젊었던 때의 치기, 실패, 어두움이 극에 서린다. 1부의 분위기와 꽤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시대의 차이가 드러난다.
두 세대를 통과한 영화는 이내 극영화의 테두리를 통과하여 다큐멘터리영화에 가 닿는다. 마지막에 이르러 제시되는 것은 세실리아 강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본인의 가족사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앞선 이야기들과의 교환을 이끈다. 디아스포라가 지닌 상호교차성의 논제를 커다란 챕터의 구분, 극과 다큐멘터리의 혼용 등 형식적인 차원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이 방법론은 제7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들 부문에서 최우수신인감독상으로 화답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