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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칸영화제에 이어 오스카까지, 잔드라 볼너 감독의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

제시(카를라 휘테르만)는 몰래 집을 나선다. 연인 룩스(트리스탄 로페츠)와 함께 클럽에서 놀고 집으로 가던 길. 나른해진 제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베를린의 아침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떠오르는 태양의 사진을 찍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제시는 생을 마감한다. 1년 후, 제시의 엄마인 엘라(비어기트 미니히마이어)와 동생 멜리(로테 카일링)는 일상처럼 제시의 묘를 찾는다. 엘라는 사건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룩스를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마주치지만 그를 편하게 대할 수만은 없다. 반면 멜리는 룩스가 반갑기만 하고, 아직 제시의 묘에 가지 못했다는 룩스에게 다가오는 금요일에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어린 딸의 행동에 엘라는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룩스의 동행을 허락하고, 그들의 불편한 만남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에브리타임>은 제79회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에 이어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독일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오스트리아 출신 잔드라 볼너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져버린 인생과 남겨진 이들의 상실을 조망한다. 처음엔 롱숏과 롱테이크로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는 듯하지만 관객을 점점 인물의 내면 깊은 곳으로 이끄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죽음과 삶에 모두 맞닿아 있는 모티프로 태양의 이미지를 활용하며 실제와 상상을 넘나드는 장면들 또한 인상적이다. 규정의 개정으로 인해 주요 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이 국가와 상관없이 아카데미에 직행할 수 있게 되면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일케르 차탁의 <노란 편지>,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비사르 모리나의 <수치와 돈>이 <에브리타임>과 경쟁한 바 있다. 올해 여러 독일영화가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만큼 아카데미 최종 후보 등극을 향한 독일영화계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