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두 사람의 대화로서 성립된다.” 마카베 유키노리 감독의 말마따나 <신신 앤 더 마우스>는 오롯한 치즈미(기시이 유키노)와 신신(증경화)의 이야기다. 얼마 전 어머니를 잃은 치즈미,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부재를 강하게 느꼈던 신신은 타이페이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를 함께 보낸다. 운명일까, 여행의 마력일까. 두 사람은 각자의 깊은 맘속에 있는 진심을 나누며 특별한 관계로 접어든다. 마카베 유키노리 감독의 카메라는 둘의 이야기를 아주 조심스레 천천히, 빼놓지 않고 담아낸다. 치즈미의 담담함을 영화의 공기에 고스란히 옮긴 듯이 <신신 앤 더 마우스>는 하루 사이의 농밀한 랑데부로 완성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국내 최초 상영하기 직전의 두 사람을 만나 작품의 비밀을 물었다.
-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영화화를 결정하자마자 기시이 유키노 배우를 치즈미 역으로 점찍었다고.
마카베 유키노리 원작 속 치즈미의 나이대가 30대에다가 체구가 작다는 설정이 있었다. 이 방면에서 선택지가 확 좁아졌다. 더불어 <신신 앤 더 마우스>는 치즈미와 신신의 대화로 영화가 성립되는 이야기이므로, 신신의 말을 향해 되돌려주는 리액션에 실리는 배우의 힘이 있어야 했다. 풍요로운 표정도 필수였다. 이런 것들을 종합했을 때 기시이 유키노 배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기시이 유키노 다만 치즈미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는 내 삶을 그대로 투영하긴 어려웠다. 치즈미는 어머니와 굉장히 밀착된 삶을 살고 있고 다소간에 의존적이기까지 하다. 내게 그런 대상이 무엇일지 생각했을 때 떠오른 특정 인물은 없었다. 대신 영화가 있었다. 대상과 취하고 있는 거리감, 어쩌지 못할 정도로 사랑하는 그 애정이 비슷했다. 치즈미에게 어머니가 있다면 나에겐 영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점토로 어떤 상을 빚어가듯이 치즈미라는 인물을 만들어갔다.
- 영화는 치즈미와 신신의 대화로 성립되는 한편, 두 사람의 사소한 몸짓으로도 꽉 차오르는 듯하다. 치즈미가 혼자 있을 때 보이는 액팅의 속도가 신신을 만나며 달라지고, 둘 사이의 손짓과 눈빛만으로도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느낌이다. 디렉팅 과정은 어땠나.
마카베 유키노리 대화와 몸짓 모두 단정적인 디렉션은 없었다. 캐릭터에 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눈 뒤에 기시이 배우에게 거의 모든 것을 맡겼다. 신신도 마찬가지다. 그 후에 두 배우의 연기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의 문제에만 천착했다. 그것이 이번 작품에서의 내 역할이었다.
기시이 유키노 아무래도 내 평소의 습성이 조금은 표출되었겠지만, 기본적으론 치즈미로서의 몸짓을 구사하고 싶었다. 특별히 ‘어떤 행동을 하자!’라고 의식하진 않았다. 치즈미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받아들이려 했다. 어머니를 여읜 상태의 치즈미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호텔 침대에 불쑥 드러눕는다거나 하는 액팅들이 자연스레 나오게 됐다. 영화에 이 몸짓들이 실렸을 때 너무 많은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 것보다는 치즈미의 상황을 최대한 존중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또 있다. 한두 군데 정도 치즈미가 호텔 방 안에서 혼잣말하는 대목이 있었다. 그런데 혼잣말한다는 것조차 어떠한 에너지를 바깥으로 쏟아내는 일이잖나. 지금 치즈미의 상태라면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감독님께 대사가 없는 편이 좋겠다고 제안하니 감독님께서도 수용해 주셨다. 결과적으론 독백이 거의 다 덜어지게 됐다.
- 치즈미가 일본에 혼자 있을 때, 대만에 막 도착했을 때, 그리고 신신을 만나서 걸을 때 몸의 템포가 전부 달랐다. 신신을 만나고 나서야 치즈미의 뒷모습에서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을 처음 봤다. 뒷모습이 찍힐 때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고 할까.
기시이 유키노 신신을 만나서 그녀도 조금은 더 들뜨지 않았을지 싶다. 그게 등의 움직임에까지 드러났다고 봐주니 기쁘다. 뒷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앞모습, 옆모습 등 여러 각도를 카메라가 촬영하는데도 연기에 개입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 마카베 감독이 언급한 대로 ‘연기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닐까. 다만 그러한 의도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그대로 실천하기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기술적인 방법론은 무엇이었나.
마카베 유키노리 컷을 사전에 구획하지 않았다. 카메라 블로킹 등 미리 정해두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일단 배우들의 연기 리허설을 현장에서 본 뒤에, 촬영 감독과 어떻게 컷을 나눌 것인지 정하는 순서였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감도는 모종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일이 최우선 목표였다. 숏을 예쁘게 담는다거나 깔끔하게 담는다는 차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배우가 표정을 살짝 찡그리거나 울먹이는 순간들까지 그 아름다움의 범주에 최대한 포함하고 싶었다.
- 영화의 이야기와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두 사람이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지니는 듯한 서사가 이어지는데, 어떻게 보면 그러한 이성 관계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인상이었다. 두 사람이 하루 만에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던 이유와 그 관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마카베 유키노리 둘이 함께 보낸 물리적 시간의 길이에 비해서 훨씬 진한 교감을 나누긴 한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하루 만에 일어나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지 모든 스태프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소룡포 가게 신을 찍자마자 안심했다. 나뿐 아니라 제작진 전체가 그렇게 느꼈다. 시간상 처음 만난 사이긴 하지만 둘 사이엔 이미 그 이상으로 진전된 공기가 흘렀다. 관객분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뭐랄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부터 느낀 것인데 궁극적인 우정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 여행지라서 가능한 사랑이 아니었을지 싶기도 하다.
마카베 유키노리 물론이다. 그 조건을 절대 빼놓을 순 없다.
기시이 유키노 처음 만난 사이긴 하지만 치즈미로서는 믿을 만한 친구가 소개해 준 사람이니 완전한 타인보단 조금 더 신뢰감을 느꼈던 것 같다. 신신은 기본적으로 무척 밝은 인물이다. 거의 자체 발광하는 수준이랄까. 다만 그 속에 분명한 고독함을 지닌, 고립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신신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누군가와 만나는 일을 계속 고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치즈미도 마찬가지다. 일심동체와 같던 어머니를 잃은 뒤 상심에 빠져있다가, 이제야 ‘한 발자국 나아가 볼까? 밖으로 나서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신신을 만났다. 필요했던 자리에 신신이 마침 들어온 것이다.
- 이야기는 치즈미의 불안정함이 안정감으로 바뀌는 과정처럼도 느껴졌다.
기시이 유키노 대만에 막 갔을 때까지 치즈미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영화에서도 “지금 배가 고픈지 아닌지조차 모르겠다”라는 식의 말을 꺼내기도 한다. 그렇게 모호한 마음일수록 직관적으로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난다면 더욱 마음을 열기가 쉬운 듯하다. 여행지라는 환경이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언어가 완전히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보니 외려 자신의 마음을 더 쉽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서로가 더 긴밀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 둘은 연인이나 친구라기보다 여행의 우연이 만든 신묘한 인연에 가까웠던 듯하다.
-공감한다. 둘의 관계가 무척 사랑스럽고 애틋하긴 하지만, 왠지 찰나의 우연으로 끝난다면 더욱더 좋겠단 생각을 내내 하게 됐다. 치즈미가 일본에 얼른 돌아가서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길 바랐던 것 같다. 사견이다.
기시이 유키노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구나. (웃음)
마카베 유키노리 맞다.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도 좋게끔 연출하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