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폼 드라마 <개인적인 택시>는 타이틀과 함께 매회 주인공 ‘노래’의 제목이 테이프 위에 쓱쓱 써진다. 단골 예약 손님만 받는 고 기사(차태현)의 택시 뒷자리에 올라탄 승객은 도착지까지 원하는 곡을 신청할 수 있다. 듀스의 ‘우리는’을 신청한 승객은 지금은 멀어진 친구와 그 곡을 들으며 듀스 춤을 맹연습하던 10대 시절을 떠올린다. 매 회 다른 승객들의 옛 이야기가 노래와 함께 울려 퍼지고 택시는 매끄럽게 포근한 도시의 길을 달린다.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와 함께 제천을 찾은 차태현, 임세미, 주종혁 배우를 만났다.
- <개인적인 택시>를 보면서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이 떠오르더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다.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라 에피소드 주인공이 매회 다른데 어땠나.
차태현 우리 드라마가 매회 30분 정도다. 총 8회인데 그렇게 짧은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국 드라마에 잘 없는 형식이라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많이 나와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들어갔다. 음악이 소재인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여도 매회 다른 분들이 주인공이다. 출연을 결정하고 에피소드 주인공을 하게 될 배우들 캐스팅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너무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내가 정말 운이 좋다.
주종혁 한 에피소드만 한다는 게 부담 없어서 진짜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왔던 것 같다. 내 역할이 보기 드문 역할이다. LP 디제잉을 하는 디스크 자키인데 그런 직업을 가진 역할이 드물지 않나. 모티브로 한 실제 디제이가 있어서 그분을 레퍼런스로 삼고 작업에 들어갔다.
임세미 러닝하는 역할이라는 걸 알고 이건 내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러닝을 정말 좋아한다. 불면증으로 인해서 러닝을 시작하는 역할인데 그 계기가 되는 장면을 대본에서 보고 가슴이 뛸 만큼 좋았다.
- 임세미 배우는 실제로도 러닝을 무척 즐기는 걸로 안다. 극 중 뛰는 장면이 많은데 정말 행복한 표정이더라.
임세미 맞다, 근데 뛰는 장면을 찍는 코스를 사전에 받았을 때 놀랐다. 실제로 내가 뛰는 코스들이 세 군데나 있었다. 러너들이 좋아하는 러닝 구간들이 많아서 작가님이 실제로 뛰시는 분이구나 싶었다. 대본에 대사가 별로 없고, '뛴다'의 반복이었다.(웃음) 정말 신나서 뛰었고 그 장면에서의 표정이 내가 봐도 행복해 보이더라.
- 왜 뛰게 되는지의 장면도 재미있다. 곽윤기 선수가 등장하는데 신인 배우인 줄 알았다.
임세미 와, 맞다. 연기를 정말 잘하셔서 ‘와, 국가대표는 다르구나.’ 하고 감탄했다. 실제로 곽윤기 선수님은 그렇게 가슴이 뛸 정도로 뛰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펀 러너라 미친 듯 뛴 적이 없어서, 역할에서 숨차하면서 대사하는 걸 연습하려고 실제로 그만큼을 속도 내서 몇 번이나 뛰는 연습을 하고 현장에 오셨다고 하더라. 극 중에 내가 '왜 그렇게 뛰냐'고 물으면 '가슴 뛰는 일이 없어서요'라고 답하는 역할인데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 주종혁 배우가 맡은 에피소드는 '첫눈에 반한 순간'을 로맨틱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정직하게 촬영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주종혁 사실 그 장면을 찍을 때 좀 부끄러웠다. 그간 작품에서 러브라인이 있었던 적이 없다. 항상 남들을 시기 질투하고 남들 연애하는 거 부러워하는 그런 방관자 역할이어서.(웃음) 직접 이렇게 반하는 연기를 하는 게 부끄럽고, 재미있더라. 첫눈에 반한 분을 보고 가다가 다리 걸려서 넘어지는 장면도 애드립이었다. 그런 요소들을 자꾸만 욕심내서 넣게 되더라.
- <개인적인 택시>는 매회 키가 되는 노래가 정해져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이렇게 딱 맞는 드라마가 있나 싶을 정도더라. 임세미 배우는 윤상의 '달리기', 주종혁 배우는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였다. 원래 이 곡들을 좋아했나.
임세미 원래 ‘달리기’ 노래를 너무 좋아했다. 윤상 버전의 ‘달리기’를 너무 좋아하다가 SES의 ‘달리기’가 나왔을 때 그 곡도 좋아했다. 내가 혼자 자주 부르던 곡인데 대본 받은 회차에 딱 그 노래가 나오는 거다. 안 할 수가 없는 드라마였다. 뭔가 운명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차태현 음악 예능 <우리들의 발라드>에도 출연했었는데, 그때 이상하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우는 게 아니고 사연을 들으면 눈물이 나는 거다. 거기 있는 관객들이 전부 각자의 사연을 감정이입해서 노래를 들으며 울더라. 우리 드라마가 정확히 그런 것 같다. 내용을 보며 택시에서 함께 음악을 듣다가 과거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 친구, 연인과의 추억이 음악 속에 묻어난다. 그런 추억 여행에 크게 공감하실 분들이 다 있을 거고 이건 남녀노소가 없이 전 연령대에 힐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차태현 배우는 아까 운이 좋다고 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가.
차태현 이번에도 주종혁, 임세미 배우도 그렇고 임하룡 배우나 예수정 배우….같이 하는 배우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여배우 운이 좋다고. 그러면 나는 또 '저랑 할 때에는 다 같이 신인이었다'고 답하곤 했다. 같이 하는 배우 운이 좋은 것도 있고, 유행이나 흐름에 내가 잘 맞았다고도 생각한다. 이런 형식의 드라마를 내가 하고 싶어,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역할을 해야지, 한다고 그런 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다 어떤 흐름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게 무슨 역할이 올까 생각했을 때 메인 롤, 원탑을 고집하지 않았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작은 역할에 거부감이 없다.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갈 텐데 작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인가가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무빙 2>나 <복직경찰>도 같이 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할 때 내가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체력은 잘 유지해야하는데, 요새 <무빙> 현장에선 배우들이랑 서로 다친 데에는 뭐가 좋다, 이런 얘기만 한다.
- 이번에 드라마에 필요한 음악 저작권을 해결하는 문제에서도 차태현 배우가 먼저 나서줬다고 들었다. 이적의 곡을 써야 하는데 전화를 해주었다고.
차태현 아, 그건 우리 드라마가 음악이 너무 중요한 거니까. 어쩌면 내 역할보다도 음악이 더 중요하다.(웃음) 그게 필요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 게 맞다. 문자로 '이러이러해서 드라마에서 음악을 쓰고 싶다'고 설명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더라.
- 제작자 마인드가 좀 있는 것 같다.
차태현 어릴 때부터 작품을 하면 좀 큰 그림을 보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게 맞겠구나, 하는. 태생이 그러니까 예능을 해도 메인이 되기보다는 받아주는 거에 익숙하다. 라디오 할 때나 <1박 2일> 할 때도 그렇고 개그맨 분들이 그래서 나를 좋아한다.(웃음) 내가 웃음의 장벽이 낮아서 정말 잘 웃어 준다. '니 웃음 소리 때문에 더 웃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 차태현, 주종혁 배우 둘 다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종혁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독학으로 베이스를 좀 배웠다. 친구들과 무대에 몇 번 섰는데 잘하진 못한다. 정말 어디서 밴드 한다고 말하면 안 되는 정도다. 그래도 코드는 맞게 할 줄 아는데, 우리 드라마에서 기타를 치는 장면에서는 일부러 서툴게 쳤다.
차태현 아, 그 밴드는 정말 내가 어쩌다 하게 돼서 공연도 어쩌다 몇 번이나 서고. (웃음) 경민이(홍경민)가 만든 밴드인데 멤버들이 쓸데없이 고퀄리티다. 아묻따밴드라고 드럼을 야다의 전인혁, 건반을 가수 조정민, 세컨 건반을 작곡가 조영수가 친다. 조영수가 신곡도 작곡을 해서 신곡 하나 가지고 콘서트까지 했다. 조영수의 곡이 많으니 그 곡들 다 부르고. 자기들이 너무 프로 가수들이니까 자기들끼리 하면 직장인 밴드가 아니니까 일부러 자기들이 잘 못하는 포지션을 맡고 나를 객원 보컬로 부른 거다. 그러다 KBS <불후의 명곡>에 나가고, 투어까지 하고. 정말 내가 궁금해서 몇 번 물었다. "너네 여기서 왜 이걸 하고 있냐"고. 다들 뭐 방송으로 모인 것도 아니고 음악을 하고 있으면서도 또 취미로 밴드 하겠다고 모인 거다. 연습도 본격적으로 모여서 하고 그런다. 보고 있으면 정말 코미디다.(웃음)
- 차태현 배우의 데뷔가 1995년이다. 배우 30년 차의 고민이 있다면.
차태현 고민은 항상 있는 거고, 30년이 됐으니까 연기로 뭘 해야 하는데 하는 고민을 특별히 하진 않는다. 배우니까 늘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을 당연히 안 할 수 없다. 내가 변신까지는 할 자신이 없고 변화 정도는 주려고 나름 역할을 고르기도 했다. 근데 악역이 들어와도 내 마음에 와 닿는 재미있는 작품이 없었던 것도 있다. 그리고 내가 악역을 하면 '쟤가 악당이네' 하고 바로 티가 나서 반전이 안 되더라.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도 하게 되고 예능도 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던 것 같다. 10년 전 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정확하게 인지를 한 게 있다. 코미디 영화를 하다가 하나도 안 웃기는 작품을 하면 관객들이 딱 싫어 한다. 관객이 내게 바라는 게 분명히 있구나, 한 번도 안 웃기는 차태현을 보러 극장에 오고 싶지 않은 거 아닐까 했다. 확실히 우리 일은 관객이 언하는 니즈에 맞춰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역할을 하는 게 나도 좋더라.
- 택시에 대한 추억이 있나.
주종혁 아, 정말 신기한데 이 이야기를 오늘 꼭 해야지 했다. 최근에 용산역에 가는데 택시를 탔다. 근데 기사님이 너무 아티스트 느낌이신데, 앞에 본인이 쓰신 책이 있고 '편하게 읽으세요'라고 작게 써있었다. 본인이 그동안 택시 일을 하면서 만난 승객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책을 내신 거다. <개인적인 택시>를 촬영한 후에 그런 비슷한 기사님을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대화를 길게 나누었는데, 기사님이 방명록을 주시면서 승객들이 써준 거라고 하시더라. 보니까 국회의원도 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방명록을 남겼더라. 기사님 말씀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 나중에 이 기사님을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개인적인 택시>도 단골 손님만 받는 설정인데, 아마 그 손님들이 그런 마음으로 계속 예약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 <개인적인 택시>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 자기 삶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다. 세 분의 요즘 가슴 뛰는 일은 무엇인가.
주종혁 <피의 게임>에 푹 빠졌다. 최근 걸 보기 시작해서 너무 재밌어서 이전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임세미 설레는 일이 많아서 문제 같다. 요즘 연극을 보러 다니고 있는데, 내가 연극을 들어가기 전이기도 하지만 관객으로 좋은 연극을 보는 게 좋더라. 얼마 전에도 <갈매기와 타인의 삶>을 보는데 펑펑 울었다. 오늘 제천에 오는데 바람도 좋고 영화제에 오는 것도 좋고, 제천에 있는 맛집이랑 카페도 찾아서 가려고 한다. 그런 게 다 설레고 좋은 일이다.
차태현 가슴 뛰는 일이라. 좋아서 가슴 뛰는 일이 거의 없는데. 배우로 여러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고 진짜로 가슴 뛰는 일은 오늘 막둥이 선생님 상담을 다녀왔는데 열이 받아서 가슴이 쿵쿵 뛰었다. 선생님이 죄송한 말씀을 하시면 아내랑 마주보고 가슴이 뛰더라. 진짜 일상적인 가정의 일이 더 설레고 화나거나 가슴 뛰거나 이런 일이 많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