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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3호 [인터뷰] 파격과 논쟁을 이미지로 - <펑크> 배우 MC 넴, <크레센도> 배우 클레르 슈스트

브라질의 펑크 음악을 파격적인 무대의 연속으로 보여주는 영화 <펑크>와 정통 오페라 공연 제작 과정에서의 성추행 고발 후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 <크레센도>는 제작국가부터 영화를 아우르는 무드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펑크>는 여성 뮤지션이 성공이 열리는 문 앞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고민하고, <크레센도>는 미투운동 이후 공동체에서 여성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는 양상을 보여준다. 여성의 주체성과 약자성을 더불어 보여주는 영화들의 두 여배우를 만나 ‘파격과 논쟁’에 대해 물었다.

MC 넴

- 〈펑크〉가 첫 영화 출연이다. 뮤지션으로 오래 활동했는데 영화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일단 제작팀과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MC들 중에서 배우를 찾고 있었다. 펑크가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에 MC들을 두고 검토하다가 나에게 오디션을 제안해 주셨다. 마침 그날 다른 공연을 하고 있어서 오디션 영상을 찍어 보냈는데, 감독님이 따로 대면 오디션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MC로 활동은 했지만 연기는 처음이었기에 출연이 결정됐을 때 정말 기뻤다.

- 프리실라는 매우 복잡한 인물이다. MC로 성공하는 딸을 질투하면서 자신의 좌절된 꿈에 대한 불만이 계속 있다. 엄마이면서 주체적 여성이고 또 같은 여성이자 딸을 질시하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프리실라는 늘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살면서 많은 고난을 겪은 여성이다. 나 역시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런 지점 덕분에 프리실라에게 쉽게 이입된 것 같다. 우리가 늘 꿈만 꾸던 것들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프리실라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프리실라의 그런 복잡한 면모를 잘 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펑크〉의 재미있는 요소가 바로 사브리나와 프리실라의 모녀 관계다. 사브리나와 프리실라고 부딪치는 장면이 〈펑크〉를 더 특별한 여성 서사로 만든다.

그 지점이 가장 흥미롭고, 또 가장 복잡한 포인트였다. 처음에는 딸과의 갈등 신을 연기하는 게 힘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과연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사실 우리 삶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엄마들이 분명 존재한다. 딸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딸이 가진 것을 질투하기도 한다. 이걸 픽션이라고만 여기지 않았다. 현실과 픽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였다. 딸의 성공을 빌어주기보다 그 성공에 대한 부러움을 어긋난 방식으로 드러내는, 그런 엄마였던 것 같다. 질투심도 앞섰지만 무엇보다 이 여자는 표현이 서툰 사람이다. 자기 안의 마음을 어긋난 방식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공감할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 본인이 뮤지션이기도 하기에 무대 위 장면이나 브라질의 펑크 문화를 더 잘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프리실라라는 배역을 연기했다기보다 펑크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다. 펑크라는 문화가 그저 아무 말이나 내뱉는 장르가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아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 펑크의 역사 속에 있기에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사실 감독님이 특정 신에서 요청한 대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지시를 받고 우리 펑크 문화에서는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 펑크를 하는 사람들의 화법대로 연기하고 싶다고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프리실라는 삶 자체가 펑크에 가까운 여성이라, 내 경험에 기반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 사브리나와 프리실라 모두 주체적인 여성들이다. 두 사람의 파워가 여성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가 확실하다.

사브리나를 연기한 두다 산토스 배우와 나는 그런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우리 삶에서도 여성들의 강인함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도 이끌어갈 수 있다, 우리가 전면에 나서서 우리를 흔드는 주변인들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지 말자, 우리도 분명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그게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다.

- 노래 가사 역시 굉장히 메시지가 강하다.

나 역시 실제 삶에서는 여성이고 엄마이고 MC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고통받는 일이 생겨도 여자들은 이 역경을 헤쳐나가며 앞장서야 한다. 그런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와 가사에 반영했다. 영화에는 프리실라의 노래가 한 곡뿐이다. 이 노래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주부니까 장을 보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MC넴, 우리 영화에 프리실라가 부를 음악이 필요해." 그 얘기를 듣자마자 장을 보던 걸 다 내려놓고 바로 노래를 만들어 30분 안에 감독님께 음악을 보냈다. 그렇게 곡이 완성됐다. 엄마로 살다가도 내 일을 해야 할 때는 바로 전환해서 음악을 만든다. 감독님이 30분 안에 만들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 사브리나의 무대 위 장면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파워가 있다. 무대 장면을 찍을 때가 기억나는지.

일단 이 영화는 화산 폭발과 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음악과 무대가 폭주하듯 힘이 넘친다. 촬영하면서도 굉장히 멋지고 리얼하다고 느꼈다. 만들어진 무대지만 실제 관객과 호흡하며, 가수가 느끼기에도 진짜처럼 촬영했다.

클레르 슈스트

- 〈크레센도〉는 어떤 영화인가.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분명 죄를 지은 특정인에 대해 주변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배우 활동을 하다 보면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싫은 티를 못 내고 잘 대해줘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개인적인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 아녜스 자우이 감독과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

아녜스 자우이는 최고의 프랑스 감독 중 한 명이다. 〈크레센도〉를 두고 사람들이 처음에는 소재와 주제 때문에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녜스가 만든다면 믿을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했다. 감독님은 무척 영민한 리더라 그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를 수 있었다.

- 〈크레센도〉는 미투 운동을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도 예술계를 풍자하는 영화다. 이런 복합적인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두려움은 없었나.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겼을 때 그것이 어떻게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게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누군가는 자신의 분노를 당당히 드러내는데, 그것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배우 입장에서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 당신이 연기한 미라벨은 극 중 가장 감정적인 역할이다. 모두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논쟁적 영화에서 미라벨은 자기 감정을 가장 쉽게 드러내는 취약한 인물이다.

그 지점이 어려웠다. 아녜스 감독님의 작품에는 코미디적 요소가 많다. 소재는 상당히 진지하지만 코미디가 그것을 감싸고 있다. 내가 감정을 분출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그 코미디가 거품처럼 나를 감싸는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전력을 다해 연기했지만 어떤 상처도 받지 않고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이 인물에 대한 감독의 디렉션은 무엇이었나.

감독님은 내가 목소리 톤을 한층 높여, 하이톤으로 연기하길 원했다. 실제로 여성들은 낯선 공간에 있을 때 더 공손하게 말하거나 목소리 톤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감독님은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평소의 나는 결코 미라벨처럼 말하지 않지만, 그 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기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과거에 주변에 지나치게 상냥한 사람이 되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결말에 이르면 미라벨은 마침내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다. 아마 그 순간부터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 미라벨의 대사 중 "내가 일하는 공간이 더는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미라벨은 여성 연출진으로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자책을 드러낸다. 이 인물은 주변에 끊임없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사과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라벨만 상대를 보호할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닐까. 보호란 결국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