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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FF #3호 [인터뷰] 삶이라는 사랑 - 뮤직스케이프: JIMFF X 래프터스, 쇼케이스, 원썸머나잇 공연까지 펼친 밴드 신인류

2026년 9월5일 토요일, 밴드 신인류는 제천시에서 가장 바쁜 게스트 중 하나였다. 관객들과 ‘쇼케이스: 신인류’에서 뮤직비디오의 제작 비하인드와 창작의 비급을 털어놓은 이후, ‘원썸머나잇’에선 라이브 연주로 가을밤을 수놓았다. 9월4일 금요일엔 ‘뮤직스케이프: JIMFF X 래프터스’을 통해 이들의 <정면돌파> 뮤직비디오가 상영되기도 했다. 2026년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음반상(《빛나는 스트라이크》)을 수상하고 수많은 페스티벌의 러브콜 속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랑’을 목놓아 노래하던 이들은 불과 한달 전 EP 《1126611》로 또 다시 삶의 의지를 박동하는 청량한 노래들을 모아 세상에 공개했다. 영화제에서 밴드 신인류를 만나 그들의 신보와 작업 방식, 그리고 영화 취향을 물었다.

문정환, 신온유, 하형언 (왼쪽부터)

- 지난 8월 공개된 EP 《1126611》을 듣고 여러 단상이 들었다. 우선 앨범 발매 시점이 여름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신인류의 음악은 늘 여름 감성을 전제한다는 것, 그리고 신인류가 줄곧 노래한 ‘사랑’이 새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형언 계절을 고려해 음악을 만든 때도 있는데 이번 EP는 그보다 사랑에 집중하고 싶었다.

신온유 신인류는 언제나 사랑을 노래해왔다.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려는 사랑은 하찮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감정 안에 있다. 그 작은 마음을 밀어내지 말고 같이 살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천사의 머리카락>엔 “한여름 노엘 사랑하기로 했나요”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언밸런스인데, 사랑과 질투가 한몸이듯 사랑을 할 때 딸려 나오는 역설적인 감정까지도 사랑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이 앨범엔 사랑과 같이 아름다운 말이 들어있고 그 감성을 살려 연주한다. 사랑의 관점 너머에서는 청춘을 노래하려고 한다. 청춘처럼 생명이 생동하는 계절이 여름 아닌가. 그래서 여름 감성이 음악에 담겨있고, 많은 분들이 우리 음악에서 여름을 느끼나보다.

- 정규 앨범에 선택받지 못한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한들 그 노래들이 EP라는 한 카테고리 안에 묶여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하형언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신인류가 다작을 하는 밴드인데, 이전에 만들었던 곡을 그러모으면서 이 음반이 탄생했다. 수록곡 가사처럼 ‘보풀 같았던’ 곡들이 커졌다고 할까. 마침 각 음악이 재즈라는 큰 범주에 속해 한 카데고리로 묶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문정환 지난 정규 1집에 비해 작업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그땐 1평 남짓한 형언의 작업실에 우리 셋과 매니저님, 그리고 김밥이 모두 앉지도 못하고 작업을 했다. 여기서 김밥은 우리의 멘털 케어를 책임지는 반려견이다. (웃음) 그런데 이젠 소파에 기대어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녹음 과정도 편했다.

- 멤버 모두가 작·편곡에 참여하지만 가사는 신온유씨가 온전히 담당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전담하는 만큼 다른 멤버들에게 가사에 어울리는 연주 방식을 주지하기도 했나.

신온유 밴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땐 가사의 의도를 멤버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7년차가 넘어가니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톤을 찾고, 그 연주가 가사에 잘 묻어난다. 또 내가 일일이 가사의 의도를 설명하면 곡이 내 말 안에만 국한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열린 결말로 나아가려면, 그래서 가사에 힘이 실리려면 멤버들 각자의 연주를 듣고 그 지점으로부터 설득 당하는 편이 좋다. 우리는 합주를 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형언 우리도 데모나 흥얼거림 정도의 미완된 가사에서 멜로디의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분명 그 부분이 곡을 짓는데 영향을 끼친다.

문정환 신인류는 음악 탄생의 전과정이 특히 얽히고설켜 있다. 온유 누나는 가사에 이어 멜로디와 창법에 감정을 잘 싣는다. 그걸 들으며 믹싱을 하면 어느 순간 그림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업 진행 과정에 따라 곡이 선명해진다. 곡에 대한 작사가의 생각을 묻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주로 발매 후에 멤버들과 술 한잔 하면서 나눈다.

- 영화제에서 만난 만큼 시각매체와 신인류의 조우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먼저 <멜로가 체질> <드림> <유미의 세포들> 시즌3 등 여러 시리즈와 영화에 사운드트랙으로 참여했다.

신온유 세 경우 모두 기존에 만들어진 곡이 작품에 쓰였다. <작가미정>의 경우 우리 EP에 넣으려고 했던 곡이다. <멜로가 체질>의 음악감독님이 몇 곡을 보내달라고 요청이 와서 여러 곡을 보냈는데 <작가미정>이 선택을 받았다. 아무래도 작가의 이야기가 주된 작품이라 선택을 받았나 보다. <드림> 속 <남다른 응원가>의 경우 우리가 만든 <날씨의 요정>을 영화에 맞는 가사로 바꾸어 재녹음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의 <주인공 (2026 Ver.)>은 본래 우리 곡이 아니다. 여성 보컬이 부른 노래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고, 이미 완성된 편곡을 어떻게 우리 방식으로 소화해낼지 고민이 컸다. 그런데 여러 방식을 시도하다 보니 음악에 깊이 빠지게 됐고 신인류만의 <주인공 (2026 Ver.)>을 만들 수 있었다.

- 이번 영화제에서 <정면돌파>의 뮤직비디오도 상영하지 않나. 신인류의 음악은 뮤직비디오가 감상의 지평을 넓힌다.

신온유 이미 음악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 안에서 뮤직비디오 감독님들이 영감을 받아 연출 방향을 결정한다. 오히려 디테일한 피드백을 원하기 보다는 감독님들이 펼치는 해석을 좀 더 좋아한다. <정면돌파> 뮤직비디오의 경우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1절과 2절에서 구현됐으면 하는 다른 그림들도 감독님께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이전의 <코스모스> 뮤직비디오에도 애니메이션을 일부 사용했다.

문정환 <정면돌파>라는 곡이 굉장히 순수하다. 멜로디도 단순해서 어쩐지 동심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신온유 또 우리 팀이 동화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지다 보니 애니메이션이 잘 어울린다.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대로 그림이 구현되는 장르 아닌가. 효과가 컸다고 본다.

신온유, 문정환, 하형언 (왼쪽부터)

- 영상을 이야기한 김에, 또 영화제인 김에 각자의 인생영화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하형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정말 좋아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듯한 희열, 카타르시스가 가득해서 맘에 든다. 그 속에 섬세한 감정선이 살아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오히려 아껴 감상하게 된다. 두번쯤 본 것 같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도 재밌게 봤다.

신온유 블랙코미디 아니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지루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주성치 영화에 마음이 간다. <장강7호>를 극장에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같은 맥락에서 취향을 저격했다. 이와이 슌지 이야기도 여러차례 했는데, 그의 영화는 연출과 스토리에 각각 흑(黑) 이와이 슌지와 백(白) 이와이 슌지가 있는 것 같다. 내 취향은 흑 연출에 백 스토리다. (웃음)

문정환 좋아하는 영화, 제일 많이 본 영화, 좋아하는 장르가 전부 다르다. <어바웃 타임>을 가장 좋아하는데 살면서 가장 반복해서 본 영화는 <터미네이터>다. 장르로는 타임슬립물 보기를 즐긴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메멘토> <인셉션> <테넷>…. 전부 최고다.

- 혹시 음악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영화도 있나.

신온유 대학생 때 극장에서 <싱 스트리트>를 봤다. 뮤지션이 원하는 이상적인 그림이 전부 녹아 있는 영화라 나도 저런 밴드를 결성해 영화와 같은 자유로움을 음악 안에서 누리고 싶었다. 근래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를 보면서도 영화 속 음악에 매료됐다.

하형언 일상이 창조를 만들어내는 순간이 <비긴 어게인>에 담겨 있다. 그 과정이 지금 내 음악을 창작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

문정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스쿨 오브 락>을 무척 좋아한다.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닌데 <라따뚜이>의 스코어가 예술이다. 믹싱할 때 일부러 찾아 들을 정도다. 프랑스에 가서도 <라따뚜이>의 사운드트랙을 계속 들었다.

- 영화와 신인류의 결합이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Kaibutsu>가 있는데.

신온유 <괴물>을 겨냥하고 만든 노래는 아니다. 진짜 괴물이 누구냐는 영화의 물음이 곡을 만들 당시 사회의 흐름과 맞닿아 있고 또 우리가 전하려는 사랑의 메시지와 비슷해서 영화의 일부를 인용했다. 또 괴물이나 몬스터라고 하면 험악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카이부츠(かいぶつ)라고 적으면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웃음)

- 영화제 이후 신인류의 행보도 궁금하다. 앞으로 신인류가 음악을 통해 전하려는 사랑은 얼마나,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신온유 사랑은 결국 삶이랑 똑같다고 본다. 삶에서의 선택은 사랑에서의 선택과 궤를 같이 하고 사랑의 유무는 또 생사에 대응한다고 느껴진다. 모든 인간의 목표가 잘 살고 잘 죽기 아닌가. 어차피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잘 죽어야 좋고, 이를 위해선 삶이라는 사랑 안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싶다. 그 삶을 음악 안에 녹여내고 싶다. 곡을 만들 당시의 신인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래서 어떤 생각, 상처, 사랑을 겪었는지 음악으로 계속 풀어내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정환 그게 초심을 잃지 않는 길 같다. 이 마음 잘 유지해 계속 발전하는 신인류가 되겠다.

하형언 살면서 느끼는 사랑의 형태가 매번 다르다. 사랑은 결국 치유 아닌가. 달라지는 사랑의 모양 그대로 더 많은 사람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해주고자 한다. 그런 음악을 만들면 좋겠다.

- 그땐 “당신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밴드 신인류입니다”라는 밴드 소개 멘트도 달라질까.

신온유 언제까지나 고수하지 않을까. 정규 1집 《빛나는 스트라이크》가 뜻 깊다 보니 우리끼리의 인사이자 다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스트라이크’라는 단어가 강렬한 타격감을 내포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착이란 말이 떠올랐고 곧바로 멘트가 정해졌다. 이후 어느 공연을 가든 우리를 “당신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밴드”라고 소개한다. 이 말을 하고 연주를 하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관객들이 빛나는 순간이 우리 눈에 포착되거든.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계속 가져갈 말이다. 많은 이들의 빛나는 순간을 잘 포착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