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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대가 요구하는 질문을 -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 수상작이 증언하는 세계의 목소리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가능한 사랑>의 이창동 감독. 사진제공 넷플릭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9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올해 역시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하나의 풍경이 됐다.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철 소르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나자>가 기립박수의 기록을 경신했다. 가자 지구 폭격의 이면을 담아낸 이 작품은 베니스 최장 기록인 24분30초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이 갈채는 단순한 환호를 넘어 시네마가 시대의 비극을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야 하는가에 대한 뜨거운 응답이었다. <나자>는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했다.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과 볼피컵 여성배우상의 주인공은 마이 엘투키 감독의 <마리가 뭐 어때서>다. 제2차대전 직후 한 여성의 삶에 새겨진 비극과 계급적 모순을 그린 작품으로, 여성감독으로서는 역대 8번째로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깊은 시선을 입증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수많은 것을 품고 있는 밀도 높은 작품”이라며 이창동의 화면 통제력을 높이 평가했고, 영화제 내내 황금사자상 혹은 볼피컵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았다. 감독상은 일리야 흐르자놉스키 감독의 <다우>가 차지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거대한 프로젝트이자 소련의 과학자와 권력,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흐르자놉스키 감독은 수상 무대에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상을 바쳤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계급의 벽 앞에서 흔들리며 자신의 목소리조차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시대가 요구하는 질문이 올해 리도섬에서 전쟁, 노동, 계급, 여성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그 메아리에 기꺼이 공명하는 관객들이 상영이 끝난 후 긴 시간 기립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