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래 지킬 수 있는 투자의 조건,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

김대중·최근민 지음 | 바른북스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자리에서 서성인다. 무엇을 사야 하고 언제 팔아야 하는지, 수익률을 비교하고 새로 나온 상품을 들여다보는 동안 정작 묻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은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증권사에서 26년을 보낸 김대중 작가와 숲파트너스의 최근민 컨설턴트가 함께 쓴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는 바로 그 빈자리에서 출발한다.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맞히는 데 쏟던 관심을 투자자가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조건으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자산을 어떻게 나누고 비용을 얼마나 줄여 한번 정한 원칙을 얼마나 지킬 것인가. 책의 질문은 결국 이 세 가지로 모인다.

'왜 인덱스 투자만이 승산 있는 게임인가'라는 부제는 책의 결론을 명쾌하게 요약한다. 도발적으로 들리지만 책의 걸음은 오히려 차분하다. 투자 성과에 관한 통계에서 시작해 금융회사의 수익 구조와 투자자의 행동을 차례로 살핀 뒤 인덱스 투자와 퇴직연금 운용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시장 전망과 테마 상품을 다루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상품이 누구의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지 되짚어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야 시장지수를 따라가는 투자 방식의 논리와 장기 자산배분이 나온다. 부록에서는 책의 내용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안내한다. 믿으라고 말하는 대신 직접 확인해보라고 권하는 태도다.

저자들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성과의 지속성이다. 어느 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린 전략이 그 다음에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짝이는 성과와 오래가는 성과를 구분하는 눈이 먼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자산배분과 분산투자에 비용 관리와 규칙적인 투자 및 리밸런싱을 더해 장기투자의 기본 요소로 놓는다. 리밸런싱은 가격 변화로 흐트러진 자산의 비중을 애초에 정해둔 기준에 맞춰 되돌리는 일이다. 개별 상품의 성적표를 좇기 전에 내 자산 전체를 어떤 기준으로 굴릴지부터 정하자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필자들의 논지가 오래 머무는 자리는 투자자의 마음이다. 시장이 오르면 더 넣고 싶어지고 급락하면 서둘러 빠져나오고 싶어진다. 새로운 전망을 접할 때마다 계획을 고쳐 쓰는 일도 반복된다. 저자들은 이런 움직임이 거래 비용을 늘리고 복리가 일할 시간을 갉아먹는 과정을 짚는다. 원칙을 아는 것과 지키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가 있다. 그러니 어떤 전략을 고를 때는 기대할 수 있는 성과와 함께 내가 그 방식을 끝까지 견딜 수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 장기투자라는 익숙한 말을 비용, 행동, 자산배분이라는 세 개의 문제로 구체화 시켜준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실용적인 쓰임이다.

제목인 '이길 수 있는 투자'를 수익을 보장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역설적이지만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는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를 묻기 전에 마음가짐을 되돌아 보는 것을 강조한다. 책이 말하는 승리의 기준은 불필요한 비용과 잦은 판단을 줄이고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에 올라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 여기서 시간은 그저 기다림이 아니다. 복리가 작동하도록 확보해야 할 조건이 갖추어 져야 비로소 시간이 의미를 더한다.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나타나더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 선택까지 모두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투자 원칙을 처음 세워보려는 사람, 이런저런 상품을 거친 뒤 운용 기준을 다시 잡으려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유익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