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소니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대표 허먼 허스트와 고지마 프로덕션의 고지마 히데오 감독이 나와 개발 중인 게임을 소개했다. 언뜻 ‘휴민트’를 연상시키는 <피진트>(PHYSINT)라는 제목의 신작은 <메탈기어> 시리즈로 명성을 쌓은 고지마 감독이 본령으로 돌아가는 ‘잠입 액션’ 게임이라고 했다. 그간 과감한 할리우드 배우 기용과 게임을 넘어 주객전도 수준의 시네마틱 컷 신으로 유명했던 고지마 감독은 이번 게임은 영화와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시도라는 선언까지 더했다. “Stay tuned.” 계속 기대해달라는 마무리 멘트와 함께 카메라는 멀어지며 이 신작 발표 장소가 소니 소유의 컬럼비아 픽처스 스튜디오임을 보여주며 영상은 끝났다. 이후 마동석을 비롯한 동서양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이 이어졌고, <데스 스트랜딩>에 이은 고지마 히데오의 대작이 또 PS 독점으로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9일, 고지마 프로덕션과 소니의 파트너십은 종료됐으며 <피진트>는 ‘적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사구팽’ 당하듯 고나미를 퇴사한 이후, 고지마 감독의 독립과 재기는 소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당시 수중에 PC 한대밖에 없었다는 고지마에게 (그가 ‘데시마’라고 명명하는) 게임 엔진의 소스 코드가 담긴 USB를 전하며 파트너가 되길 자청한 것이 허먼 허스트의 게릴라 게임즈였다. 이런 과거가 무색하게도 어느 날 줌으로 통보했다는 소니의 일방적인 프로젝트 지원 중단과 파트너십 파기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물론 고지마 감독의 거창한 프로젝트가 계속 오르는 예산과 마감 일정의 연기를 거듭했을 것은 뻔하다. 최신작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2025)가 호화로운 평판에 비해 실제 판매 실적은 전작 수준은커녕 감독의 이름값에 못 미쳤을지 모른다. 다만, 업계에서 이름이 곧 브랜드인 몇 안되는 전설적 개발자의 차기작까지 계산기를 두들겨본 끝에 치워야 할 만큼 소니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9월17일, 도쿄 게임쇼에서 빌 스카르스고르드를 주인공으로 발표한 <피진트>의 새 퍼블리셔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순 없었다. 엑스박스엔 또 수백명 추가 감원이 있었고, 구조 조정은 계속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