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IFF #2호 [COMPETITION REVIEW] '처음 만난 외로움'

<처음 만난 외로움>

구유 | 중국 | 2026 | 135분 | 경쟁

10.7 BH 16:30 / 10.8 B3 12:00 / 10.11 L2 22:00 / 10.14 B3 10:20

구유의 <처음 만난 외로움>은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을 고요하고도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한 아버 지의 죽음으로 시작해 첸탕강을 건너 오래된 아파트로 향한다. 그곳에서 할머니와 어머니, 딸까지 세 세대의 여성은 한 남자의 부재를 마주한다. 누군가에게는 남편이고, 아버지이며, 할아버지였던 사람의 죽음이다. 놀랍게도 영화의 두 번째 장면은 20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펼쳐진다. 구유는 슬픔을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 평범한 공간에서 기억이 피어오르게 한다. 마치 집 자체가 천천히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듯하다.

세 여성 루나, 지앙 위에, 문은 모두 달과 관련된 이름을 지녔다. 이는 아버지가 생전에 반복해서 하던 말, “모든 강에는 달이 있다”를 떠올리게 한다. 각 여성은 강처럼 저마다의 고독을 품고 있으며, 떠나간 남자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이 그들을 비춘다. 영화는 서두르지 않는 속도로 흘러가며 감정이 거의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게 한다. 세 여성의 시선에 깊이 뿌리내린 이 작품은 청소년기와 중년, 노년이라는 서로 다른 삶의 단계에서 경험하는 외로 움을 그린다. 특히 배우 저우쉰은 상실 이후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싱글맘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한다. 촬영과 음악 역시 영화에서 똑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유의 유려한 롱테이크는 <푸춘산의 삶>과 <초목인간>에서 이어온 시각적 언어를 확장하며 그의 산수영화 3부작을 완성한다. 감상적인 노래들은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고, 그 애잔한 멜로디가 마지막 장면 위로 부유한다. 천천히 펼쳐지는 중국의 두루마리 그림처럼, 구유의 영화는 삶을 서둘러 지나 가지 말고 누군가 떠난 뒤에도 남겨진 것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외로 움의 모든 강에는, 어쩌면 여전히 하나의 달이 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