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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스페셜] 영화의 언어로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

<메트로폴리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기획 프로그램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을 마련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광기의 걸작’과 ‘전율의 기대작’이라는 두 문구는 이 특별전이 일본 애니메이 션의 대표작을 시대순으로 훑는 회고전이나 익숙한 명작을 다시 소개하는 자리가 아님을 암시한다. 상영작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12편과 프랑스 애니메이션 <왕과 새> 한편. 과거의 작품과 동시대 신작을 함께 묶되,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이 영화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기분 좋게 펼쳐낸다.

이번 특별전은 애니메이션이 지금 영화제에서 왜 중요한지를 되묻는다. 최근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의 존재감이 커졌지만, 그 인기는 동시대에 익숙한 IP와 프랜차이즈 중심의 산업 구조와 맞물려있다. 부산영화제가 이번 기획에서 주목한 것은 그 바깥에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실제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색과 형태를 구성하며 이미지와 소리만으로 관객의 감각을 움직이는 작품들. 결국 질문은 ‘어떤 애니메이션이 유명한가’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은 영화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가까워진다.

그 질문을 확장하는 것이 ‘12+1’이라는 구성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12편에 더해 프랑스의 <왕과 새>를 한편 배치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일본 내부에만 가두지 않고, 그 형성에 영향을 미친 작품까지 함께 바라보기 위해서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을 직접적인 회고의 대상으로 삼는 대신 그들에게 영향을 준 <왕과 새>를 선택한 것은 이번 특별전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유명한 이름을 호출하기보다 하나의 작품이 다음 작품을 어떻게 낳았 는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과거의 작품들 사이에 놓인 네 편의 2026년 신작 역시 같은 질문을 이어간다.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우리는 외계인> <고스트 - 밤의 끝> <시라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다음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과거의 실험이 이미 완성된 형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새로운 창작자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린타로를 비롯한 감독들이 직접 부산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과거의 작품을 박제하는 대신 그 언어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갱신되고 있는지를 영화제라는 공간에서 함께 확인 하는 자리인 셈이다. 애니메이션이 무엇인지 묻는 일은 결국 영화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이번 특별전은 그 가능 성을 오래된 작품과 새로운 작품, 그리고 일본 바깥의 한 작품까지 가로지르며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레트로를 좋아한다면?

<백사전>

<백사전> <천사의 알>

1958년작 <백사전>과 1985년작 <천사의 알>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로 다른 레트로 감각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최초의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인 <백사전> 은 고전적인 동화와 로맨스의 정서를 화려한 색채와 캐릭터로 구현한 작품이라면, 오시이 마모루의 <천사의 알>은 대사와 설명을 최소화한 채 폐허 같은 세계와 기묘한 이미지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쪽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다른 한쪽은 1980년대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과감하게 낯선 세계를 상상할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천사의 알>

소년만화를 좋아한다면?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 <메트로폴리스>

우주를 가로지르는 모험, 로봇과 소녀, 거대한 악과 맞서는 주인공까지.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과 <메트로폴리스>는 소년만화의 모험과 상상력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한 작품들이다.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은 데즈카 오사무가 만든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추방당한 우주 파일럿 고도가 지구를 되살릴 불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우주선과 로봇, 사랑과 운명이 얽힌 거대한 모험담이다. <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소년 켄이치가 신비로운 소녀 로봇 티마를 만나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거대한 도시의 비밀에 다가간다.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에서 출발한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년만화 특유의 모험과 성장, 거대한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장르물을 좋아한다면?

<숨바꼭질>

<숨바꼭질> <고스트 - 밤의 끝>

호러부터 SF와 판타지까지, 장르적 쾌감을 선명하게 즐기고 싶다면 <숨바꼭질>과 <고스트 - 밤의 끝>이 좋은 선택이다. 24분짜리 단편 <숨바꼭질>은 도시 괴담과 귀신, 금지된 놀이, 지하 미로라는 요소를 한꺼번에 밀어붙인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기 위해 소년 히코라가 ‘오토코요님의 유희’라는 괴담 속 숨바꼭질에 참여하면서 기묘한 세계로 들어간다. 반면 <고스트 - 밤의 끝>은 근미래 SF를 배경으로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어지고 18세가 되면 시스템에 의해 쓸모를 선별받는 세계를 그린다. 일종의 저승 세계인 별하늘의 관리자인 소녀 니케와 상실을 안고 사는 남자 마스의 관계를 중심으로 SF와 판타지, 인간 드라마를 결합한다. 공포와 미스터리의 밀도를 즐기는 관객부터 새로운 세계관과 장르적 상상력을 기대하는 관객까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만족시킬 두작품이다.

<고스트 - 밤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