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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COMPETITION/인터뷰] 끝내기 위해 꾸는 악몽, <면도> 김정훈 감독

<면도>는 호러 소설가 수연(노정의)이 일본인 애인 신지(카사마츠 쇼)에게서 전 남자친구 현우(변요한)의 존재감을 느낀뒤 과거를 돌파해 보려는 이야기다. 두 번째 장편을 기묘한 성장담으로 완성한 이는 13년 전 영화 <들개>(2013)로 처음 관객을 만난 김정훈 감독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었다. “전작에는 비관적인 기운이 묻어났다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단계로 성숙했다.”

- 홍성윤, 노도현 작가가 쓴 시나리오의 어떤 면에 끌렸나.

이야기 구조가 새로웠다. 후반부에 진실이 드러나면서 마지막까지 한 호흡으로 달려가는 힘이 좋았다. 무언가를 이겨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전해졌는데, 이걸 꼭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다.

- “호러 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공포의 대상” 이라는 수연의 첫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쓰는 행위와 상처를 직시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행위를 연결하려 했다. 극 초반 수연은 점점 변해가는 신지의 모습을 두려워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달라지는 게 공포스러운 건데, 결국 진짜 공포의 대상은 수연의 내면에 있었다. 그실체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 <들개> 이후 변요한 배우와 재회했다. 노정의, 카사마츠 쇼와 함께한 까닭은.

<타짜: 벨제붑의 노래> 촬영 현장에 찾아가 변요한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그러면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문어체 대사도 매끄럽게 소화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노정의 배우는 아역 시절 다른 작품의 오디션 자리에서부터 눈여겨봤다. 귀엽고 말랑한 이미지도 어울리지만, 강인한 면모가 있어 수연 역을 맡겼다. 카사마츠 쇼는 마이클 만 감독의 드라마 <도쿄 바이스>(2022)에서 보고 반했다. 이후 <굿뉴스>(2025)에서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는데, 수연의 현재 남자친구가 외국인일 때 생기는 본능적인 위화감이 극에 재미를 부여할 것 같았 다. 그를 캐스팅하면서 국제 커플이라는 설정이 영화에 들어왔다.

- ‘면도’라는 소재가 얼굴을 찢고 나오는 크리처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를 레퍼런스 삼아 일그러진 얼굴을 묘사했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곤충 형상에 가까운 크리처가 나왔는데, 괴물이 수연의 트라우마와 연관되었으면 해서 교통사 고의 이미지를 참고해 변화를 줬다.

- 병원 복도, 엘리베이터 등의 공간에서 악몽의 클라이맥스가 펼쳐진다.

촬영감독과 비논리적인 꿈의 느낌을 살려보기로 했다. 병동에서는 수많은 주변인이 수연에게 박수를 치는데, 그들이 역설적인 응원을 보내는 상황으로 과장해 보고 싶었다.

- 영화 경험이 없는 DPR 크루에게 음악을 맡겼다. 협업 과정은 어땠나.

그들의 팬이라 파격적인 제안을 했는데, DPR의 수락을 받고 무척 흥분했다. 특히 DPRIAN 의 노래 <So Beautiful>을 꼭 엔딩곡으로 넣고 싶었다. 그 멜로디가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잡아주도록 여러 번 변주했다. 마치 송 캠프 하듯 모여 신마다 어떤 음악, 어떤 악기를 쓸지 상의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