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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씨네초이스] '파더랜드' Fatherland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 폴란드 · 독일 · 이탈리아 · 프랑스 / 2026년 / 82분 / 아이콘

10.08 CX 13:20 / 10.10 CX 23:00 / 10.12 B2 10:00

1949년, 망명 생활을 끝내고 독일로 돌아온 토마스 만(한스 지슐러)은 나치의 과거를 딛고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독일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괴테와 예술, 문명과 삶을 말하는 그의 언어는 전후 독일이 과거를 딛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환영받는 동안 아들 클라우스(아우구스트 딜)가 자살한다. 영화는 국가가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선언하는 순간에도 개인의 상실은 그렇게 정리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삶과 문학에 대한 믿음을 잃고 죽음을 입에 올리던 클라우스의 모습은 화려한 환영식과 연설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만이 과거를 역사와 문명의 언어로 정리하려 할수록 에리카(잔드라 휠러)가 마주한 것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죽음이다. 수용소의 현실과 새로운 국가를 향한 찬사가 한 화면에 놓이면서, 영화는 '좋은 독일'이라는 이상이 무엇을 외면한 채 성립되는지 묻는다. 영화는 토마스 만을 위대한 작가인 동시에 가족에게도 조국에게도 지나치게 큰 언어를 가진 아버지로 그린다. 제목의 ‘아버지’와 ‘조국’이 겹쳐지는 이유다. 공적인 역사와 사적인 애도가 끝내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 가운데, 말보다 음악에 가까워지며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상실을 함께 견디는 방식에 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