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며 최초로 내한했다. 그가 부산의 관객들과 함께 볼 영화로 선정한 작품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2011)다. 이 선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라스 폰 트리에를 향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표했다. 그가 우울하고 신경증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로 널리 알려진 데는 라스 폰 트리에와 함께 한 <안티크라이스트>(2009)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2013)에서 그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의 정체성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배우뿐 아니라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다큐멘터리 연출작 <샤를로트에 의한 제인>(2021)과 개인 사진전 <5bis>(2026)을 통해 연출가 및 포토그래퍼로서 정체성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에투알>(2025)에 출연하고, 제작 중인 앙상블 코미디 영화 <Oh, How Fun!>의 출연 소식을 전하며 코미디 연기에 대한 관심 또한 이어갔다.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는 아티스트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씨네 클래스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을 되짚고, 스페셜 토크에서 <멜랑콜리아>를 두고 정은채 배우와 대화할 시간을 준비했다.
- 10월8일 스페셜 토크를 위해 <멜랑콜리아>를 직접 선정했다. 지난 2025년, 칸영화제의 토크에서 “이젠 나의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기 영화를 보는 것을 피하고 싶은 배우로서 이번 부산에서의 회고는 어떤 의미인가.
<멜랑콜리아>는 15년 전 칸에서 한 번 본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들었고, 이 기회를 통해 다시 영화를 보고 관객들과 함께할 시간이 기대된다. 특히 이 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의 사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아티스트인 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 과거 라스 폰 트리에에게 함께 하고 싶은 의지를 직접 비추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참여한 <안티크라이스트>가 연기 커리어의 새로운 변환점이 되었다.
당시 기존 배우가 갑자기 하차하게 되면서 그배역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을 봤다. 나도 <안티크라이스트>에 정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라스와 만났다. 미팅에서 그는 나에게 우울증을 겪어봤냐고 물었 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우울증 경험이 없다고 말했고, 이 배역은 내가 맡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참에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
- “나는 작품을 스스로 분석할 필요를 느껴본 적이 없다. 역할을 연기할 때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을 보았다. <멜랑콜리아>의 클레어 또한 그런 방식으로 접근했나.
처음엔 클레어가 용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강해지려고 하는 자의식이 강하고 준비가 잘 된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서 나와는 굉장히 반대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 다. 사실 나는 커스틴 던스트가 맡은 저스틴 역을 하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라스는 그런 역할은 <안티크라이스트>에서 했으니 이번에는 클레어를 맡으라고 했다. 영화를 다 찍고 나서야 왜 나한테 이 배역을 맡겼는지 이해가 됐다. 클레어는 처음에는 단단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끝내 무너지는 인물이었다.
- 라스 폰 트리에는 현장에서 정해진 것 없이 끊임없이 장면을 탐구하는 감독이다. 당신은 배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리 알려주지 않는 그의 방식이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그와 여러 작품을 함께한 뒤에도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미지의 상태는 여전히 남아 있나.
라스의 작업 방식이 정말 그립다. 나는 여러 감독들과 작업했지만 이렇게 특별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항상 첫 테이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그 후에 이것저것을 조정해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데에 천재적이다. 그는 배우를 불편하게 해서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 감 독으로서 많은 장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 관객에게 무겁고 고통스러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에투알>(2025)에 출연하며 코미디 연기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나는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톤과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다른 감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즐긴다. 연기뿐만 아니라 음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는 기존의 틀에 갇히기보 다는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자 한다.
- 최근 연기 바깥의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 제인 버킨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을 연출했고, 아버지 세르주 갱스부르의 공간을 담은 사진전을 열었다. 감독이자 포토그래퍼로서 카메라 뒤에 선 경험은 어떠했나.
두 가지 일은 서로 굉장히 다른 경험이었다. 다큐멘터리는 4년에 걸쳐 완성했다. 내가 어머니와 사적인 시간을 보낼 기회가 됐다. 사실 이 영화는 편집 과정에서 발견한 영화에 가깝다. ‘내가 무슨 영화를 만들었구나’라는 것이 편집실 에서 뒤늦게 다가왔다. 사진전을 준비하는 일은 여러모로 고독한 작업이었다. 아버지의 집물건들이 그대로 있지만 정작 그가 부재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감정적으로 매우 강렬한 경험이었다.
- 10월6일 레드카펫과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고, 10월8일 두 차례의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부산은 어떠하고, 앞으로 무엇을 기대하나.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나의 어머니와 인연이 있는 정은채 배우와의 토크가 기대된다. 레드카펫과 개막식 행사도 인상적이었다. 무대에 올라온 게스트들의 매우 겸손한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이곳 문화의 일부분일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처음 방문한 나라에서 그곳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부산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가 그런 기회가 될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