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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COMPETITION REVIEW] '실버 익스프레스'

<실버 익스프레스>

다나카 마키 | 일본 | 2026년 | 97분 | 경쟁

10.10 BH 20:30 / 10.11 B3 12:00 / 10.13 L4 19:50 / 10.14 KT 19:40

치에리(오카모토 유이)는 로맨스 영화의 인물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을 향한 호감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모른다. 연애 감정과 성적 끌림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무성애자인 치에리는 소외된다. 그러던 중 치에리는 자신과 비슷한 듯한 쇼야(쿠리하라 하야토)를 만나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무로맨틱한 쇼야에게는 치에리와 달리 육체적 욕망이 있다. 서로 닮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안도감은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조금씩 흔들린다.

다나카 미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실버 익스프레스>는 다른 사람과 같은 감각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관계의 벽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랑의 방식과 다른 감각을 지닌 이들은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이러한 간극은 애정의 영역을 넘어 일상의 취향과 선택으로까지 확장된다. 하지만 치에리가 로맨스 영화 속 인물에게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이와 영화를 보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감상은 다를수 있고, 그 차이가 함께하고 싶은 마음까지 지우지는 않는다.

<실버 익스프레스>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억지로 해석하지 않은 채 곁에 머무를 수도 있음을 고요하게 긍정한다. 치에리만 들을수 있다고 생각했던 열차 소리를 듣는 누군가의 등장은 그 세계가 결코 혼자만의 것은 아님을 드러낸다.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영화는 사랑의 정형에 의문을 던지는 서정적인 안티로맨스인 동시에, 사랑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돌보는 로맨스로 나아간다. 오카모토 유이와 쿠리하라 하야토는 새하얀 눈길을 가로지르는 은빛 열차처럼 각자의 방향으로 살아가던 두 사람이 잠시 나란히 머무는 순간을 담백하고 밀도 있는 연기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