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베키스 감독은 <백 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 시절을 소환한다. 전작 <개러지 올림포>(1999)에서 군사독재 시절 자행된 국가폭력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그 시절을 지나온 생존자들의 이야 기”에 초점을 맞춘다. “수많은 전쟁이 곳곳에서 새롭게 발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적지 않은 이들이 그와 같은 국가 폭력, 무력 충돌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다. 사건 이후 생존 자들의 삶에 관해 더 깊게 다루고 싶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의사 마리아노(아드리아노 지안니니) 역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폭력을 겪었다. 이후 이탈리아로 망명했으나 가해자들의 재판에서 증언하기 위해 오랜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한다. 다른 증언자들과 재회 하고, 함께 저항 운동을 했던 동료의 딸 에벨린 (베로니카 게레스)과 고문 시설의 흔적을 살핀 뒤로 마리아노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시작한 다. 묻어뒀던 과거의 기억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되살아난 탓이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독재 정권을 겪은 마르코 베키스 감독은 자기 경험을 일부 녹여내는 동시에 생존자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공을 들였다. “때론 다큐멘터리보다 극영화가 상황을 더 깊게 다루기도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와 달리 극영화에선 인물의 감정을 더 깊게 파고들수 있기 때문이다. <백 투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선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마리아노 캐릭 터를 구성해나갔다.”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아르헨티나에선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마르코 베키스 감독은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 이탈리아 토리노를 로케이션 삼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마르코 베키스 감독은 마리아노 역의 아드리아노 지안니니와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1970년대 당시 고문이 이루어진 현장을 보존한 박물관 등에 들렀고 이후로도 아드리아노 지안니니가 따로 관련 자료를 참고하고 역사를 공부하며 작품에 몰입했다.
영화에선 마리아노의 젊은 시절과 현재가 수시로 교차 편집된다. 그런 와중에도 고문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인물의 두려움을 소리와 점멸하는 빛 등으로 연출한다. “당시 저항 가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도 가능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관객들 모두 똑같은 폭력 신을 보며 감정을 소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격한 소리를 통해 문너머의 보이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고 재해석할수 있게 하고 싶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수많은 이가 참석한 재판에서 마리아노가 증언하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이 신을 촬영할 땐 오히려 아드리아노 지안니니에게 길게 디렉팅할 게 없었다. 이게 맞을지, 저게 맞을지 서로 대화하고 분석하는 대신 강렬한 시각적인 표현과 몸의 언어를 사용해 장면을 만들어갔다. 말하자면 본능적인 방식으로 장면에 접근한 것이다.”
가해자가 처벌받더라도 피해자의 고통이 없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마르코 베키스 감독은 끝내 “정의가 실현된 다는 상황 자체”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복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에서 복수를 해결책 삼는 건 미국 스타일이다. 그보다 나는 정의를 추구하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한 방식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도 자신의 과거를 비로소 돌아볼수 있다. 물론 현재의 마리아노가 과거로 돌아 간다고 해서 그때의 자신처럼 행동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 복잡한 감정이 지닌 의미가 결말에 함축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