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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인터뷰] 우리는 모두 메아리로 이루어져 있다, <에코 체임버>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생전 마지막 시나리오가 마침내 영화로 태어났다. 사실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에게 <에코 체임버>는 영광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제안이었다. “엄청난 책임감과 도전이었다. 유고(遺稿)의 영화화를 정말 내가 맡아야 할까 싶어 스스로와 싸웠다.” 그를 움직인 건 시나리오 속 두 인물이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 하지만 도리어 상처를 입히는 안(알리시아 비칸데르)과 레오(루카 마리넬리). 사랑과 의존, 돌봄과 통제의 경계가 무너지는 관계는 감독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4년 전 <모니카>(2022) 이후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두 번째로 방문한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에게 그 모호한 관계의 세계를 물었다.

거장의 유작을 자기 영화로 만드는 법

만성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레오와 그를 돌보는 의사 안은 서로에게 이끌리며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안은 레오의 고통을 덜어주지만 동시에 그를 약물에 의존하게 만들고, 레오는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깊은 정서적 결핍을 안에 게서 채우려 한다. 한편 에이바(수전 서랜던)는 은퇴 상태에서 음악 활동에 복귀하는 유명 가수로, 레오와 새 앨범을 작업한다. 두 사람은 음악적 협업을 통해 깊은 우정을 나누며, 안과 레오의 연인 관계와는 다른 형태의 친밀함을 보여준다. <에코 체임버>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다른 시간대가 계속해 교차하며 영화적 도전을 구현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뒤얽히는 흐름 속에서 관객이 스스로 기억의 조각을 맞추도록 여백을 남긴다. “베르톨루치와 나의 영화는 아주 다르다. 그의 영화적 스타일을 재현하려 했다면 오히려 진정성을 배반했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존중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만의 감수성과 영화적 언어, 미학으로 해석하는 것이었다. 공동 각본가들이 함께해준 것도 큰 힘이었다. 그들은 베르톨루치와 나를 잇는 다리였다.”

베개와 커피잔이 나누는 대화

아파트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공간에 머물며 두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일부러 베개, 커피잔, 스카프 같은 일상적인 물건이 상대방을 대신하도록 만들었다. 부재한 사람과 사물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 생각과 감정을 촬영하는 일을 좋아한다. 누군가 혼자 있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의 진실을. 관객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라고 지시하기보다 스스로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하도록 하고 싶다.” 안과 레오에게 아파트는 안식처인 동시에 벗어나기 어려운 감옥이다. 대사보다 침묵과 시선, 인물 사이의 거리가 더 많은 감정을 전한다.

사랑이 떠난 자리의 메아리

'에코 체임버'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공간.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은 이 의미를 영화 중심에 투여하고자 했다. "우리가 경험한 사랑과 관계는 끝난 뒤에도 메아리처럼 우리 안에 남는다. 상대가 사라져도 기억과 감정은 현재와 미래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런 메아리로 이루어진 존재다.” 타인과 연결되기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모른다. <한나 >(2017)와 <모니카>를 거쳐온 팔라오로 감독의 관심은 여전히 친밀함과 고독의 역설에 머문다. 부산에서 만난 관객들의 반응도 감독에게 오래 남을 메아리다. “상영 후 눈물을 흘리며 찾아온 관객들이 있었다. 중요한 건 영화가 누군가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다. 낯선 사람과 그렇게 강렬한 순간을 공유할때 영화를 만드는 일이 의미 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