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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인터뷰] 혈연이 악연이 될 때, <데드엔드> 배우 록만 영, 헤드위그 탐, 매기 시우

홍콩에 사는 30대 프로그래머 허먼(록만 영)은 캐나다 이민을 고려 중이다. 아내 세일라(헤드위그 탐)는 고향이 싫지 않지만, 남편의 뜻을 존중한다. 문제는 난데없이 튀어나온다. 자신이 허먼의 이복동생이라 주장하는 소년 록(딜런 소)이 등장한 것이다. 허먼은 록을 대면하고부터 16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관해 반추하는데, 거기서 딸려 나오는 건 어머니 메이(매기 시우)를 향한 원망이다. 사고가 있기 전 부부싸움을 목격한 일이 오랜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데드 엔드>를 연출한 이사벨라 람록힌 감독은 홍콩의 세대를 초월한 불안을 감지한 뒤 서스펜스 스릴러를 통해서 “해결되지 않은 고통과 공존하는 법”을 탐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길에 동참한 배우 록만 영, 헤드위그 탐, 매기 시우가 작업기를 전했다.

왼쪽부터 헤드위그 탐, 매기 시우, 록만 영

- 이사벨라 람록힌 감독의 데뷔작에 함께했다. 감독과 그의 시나리오가 남긴 첫인상을 들려준 다면.

록만 영 출연 제안을 받고 확인한 대본에 결말이 나와 있지 않아 흥미가 생겼다. 이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끝날지 무척 궁금했다. 감독님에게 계속 물었지만, 그 자신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답을 반복하더라. 이 불확실성이 영화가 품은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내가 봤을 때는 편집 단계에서 비로소 결말이 확정된것 같다. (웃음) 마지막 장면을 확인하고 놀란 기억이 난다.

헤드위그 탐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알고 있다. 내가 전작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2024)에서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여성 역을 맡았는데, <데드 엔드>에서도 그때와 비슷하게 연기할까 봐 걱정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할 자신이 있다고 감독님을 설득했다. 이번 영화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은 관객의 시선을 대변해 남편을 의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더라. 아이디어가 풍부한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매기 시우 처음 이사벨라를 봤을 때는 정말 놀랐다. 이렇게 어린 분이 감독이라고? (웃음) 하 지만 잠깐의 소통만으로도 영화를 향한 그의 열정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촬영 전까지만 해도 긴장한 모습이더니 현장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 그 현장 중 하나가 바로 시끌벅적한 홍콩의 거리다. 허먼과 그를 찾아온 이복동생 록이 한밤중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데, 영화의 전환점이 되는 장면이라 공들여 찍었을 듯하다.

록만 영 굉장히 늦은 밤이었다. 그런 시간에도 홍콩 길거리 한복판에서 촬영하려면 모든 작업을 빠르게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손으로 들 것인지, 트레이를 쓸 것인지 등을 바로바로 선택해 소요 시간을 줄여야 했다. 배우들도 속전속결로 동선과 합을 맞춰 가며 정신없이 찍었다.

- 세일라는 그때 횡단보도에서 찍힌 허먼의 폭력적인 행동을 SNS에서 보고 가출해 버린다. 그런 그가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다시 마주하기 까지의 심경은 어떻게 이해했나.

헤드위그 탐 세일라는 허먼이 누군가를 때릴 수있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이 이상하다고 확신해 버리기보다 상황을 헤아려보고 싶지 않았을까. 다만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만큼은 이 남자 곁에 있으면 위험해질것 같다는 두려움에 가출했을 것이다. 중간중간 남편이 원가족에 관한 대화를 차단할 때마다 아내로서 느끼는 무력감이 쌓여간다는 것도 표현하고 싶었다.

- 결국 이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인물은 두 모자다. 아들은 엄마가 아빠를 죽게 했다고 짐작하고,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건조한 태도로 일관 한다. 이 문제적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록만 영 허먼은 아빠가 세상을 떠난 방식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지 못했다. 엄마 메이도 아들에게 그 부분을 숨겼다. 부모 자식은 서로를 강하게 믿어야 하는데, 비극 앞에서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 균열을 일으킨 것 같다. 해석하기 어려웠지만, 중심이 되는 사건의 성격에 집중하려고 했다.

매기 시우 메이 입장에서는 아들이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말을 아끼지 않았을까. 문제는 모자 관계가 다른 관계처럼 쉽게 헤어질 수 없다는 건데, 허먼이 홍콩을 떠난다고는 하지만 메이와 연을 끊기는 쉽지 않을 테다. 나는 그 질긴 인연에 초점을 맞춰 이모자를 바라봤다.

-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마친 소감은.

매기 시우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객으로 상영 관이 꽉 차다니, 영광스럽고 행복했다.

헤드위그 탐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화제라 비전 부문에 입성 했다는 사실부터가 굉장히 기뻤다. 내 경우 작품을 처음 관람하는 게 아니었지만, 실시간으로 관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재밌었다. 극 초반 자동차 사고 장면에서는 내 옆에 앉은 관객이 헉 소리까지 내면서 놀라시더라! 2박 일정의 짧은 방문이지만, 부산에 오길 참 잘했다.

록만 영 제작 과정에 있었던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떠오른다. 촬영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고, 이야기 구조나 인물의 감정선이 입체적이라 복잡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관객과의 대화 때나 인터뷰를 진행할 때 호평을 많이 받았다. 연기 칭찬도 들었다. (웃음) 순수한 기쁨, 엄청난 따뜻함을 느낀 여정이었다.

헤드위그 탐 아, 관객들을 만나며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간에 자기가 사는 나라를 떠나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웃음) 오늘 만난 태국인 기자, 한국인 모더레이터도 고향 홍콩을 떠나고 싶어 하는 허먼의 마음에 공감하더라. 허먼 부부처럼 이민을 결정하는 것이 오랜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관객에게 그런 질문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