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의 깊이와 넓이를 두루 목격할 수 있는 장이다. 올해 한국 장편영화를 선정한 정지혜 프로그래머 또한 그 폭을 실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다종다양한 작품을 소개한 그에게 올해 한국영화의 주목할 만한 경향과 화제작을 물었다.
먼저 비전 부문에서는 김미영(<모종의 탐정>), 박근영(<극장에 두고 온 것들>), 박홍민 (<스페이스>), 신동민(<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 장우진(<우주의 흔적>) 감독 등 “세대와 연령은 다르지만, 장편 연출 경험을 쌓아온 감독들의 신작”과 두 편의 애니메이션(<귀벌레> <화곡사>)을 반길 만하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을 포함해 수준 높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돋보였다.”
다른 섹션으로 시야를 넓히면, 여성 감독들이 묘사한 “강력한 여성 캐릭터들”도 도드라진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 윤단비 감독의 <첫 세계>, 그리고 또 다른 비전 부문 초청작인 정지혜 감독의 <풀문>이 그 예다. 이들 사이에는 또 하나의 유사점이 있다. “<도라> <첫세계> 나 경쟁 부문 <그날의 태주>를 관람하며 바다로 들어가는 여성 인물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 다. 지금 한국의 시네아스트들에게 바다란 현실과 욕망 사이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었다.”
정지혜 프로그래머가 다음으로 짚은 특징은 “초현실적 상황을 영화적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현하는 심리적 SF”가 여럿 있었다는 점이다. <우주의 흔적> <스페이스>, 그리고 손현록 감독의 <새>와 같은 작품이 그렇게 “일상에서 감지되는 비일상성”을 신선하게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새>는 호불호가 강하게 나뉠 수있는데, 이 또한 긍정적인 피드백이라고 본다. 광대한 세계관이 낯설 수 있으나, 두 번째 장편 영화에서 이런 스케일을 선보인다니 무척 담대 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정지혜 프로그래머는 “축제 기간 중 동료 영화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작품”으로 오세현 감독의 <베일러>를 꼽았다. “특히 촬영이 훌륭하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시네마틱한 경험을 기대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객들의 애정 어린 반응을 얻고 있는 건 단연 애니메이션이다. “<긴긴밤> 상영관은 어린이와 어른 관객이 함께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뜨거운 현장이었고, <귀벌레>와 <화곡사 >도 관객 호응이 매우 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한국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을 더 많이 읽어주시고, 이야기 나눠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