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드라마 속 미용실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뻗어나가는 작은 사회였다. 소식과 소문이 오가고 계모임이 결성되거나 깨지기도 하던 이곳은 다른 일상적 공간들과 함께 어느새 재벌가의 저택과 법정에 자리를 내주고 화면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일상성이 사라진 한국 드라마는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일조차 버거운 우리 사회의 현재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재벌도 변호사도 아닌 미용사들을 주인공으로 세운 <날아올라라 나비>(JTBC)는 미용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며 요즘 드라마들과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애매한 금액의 로또에 당첨된 미셸(오윤아)은 당첨금으로 ‘날아올라라 나비’라는 미용실을 차리고, 디자이너 광수(최다니엘)와 젠(심은우), 인턴 기쁨(김향기), 수리(김가희), 무열(박정우), 우 선생(문태유)이 합류한다. 이름과는 반대로 앞머리로 눈을 가린 채 먹구름이 낀 것 같은 얼굴을 한 기쁨, 모두 남성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여성인 우 선생, 유난히 자주 머리를 바꾸는 손님 등 이곳에 등장하는 머리모양에는 각자의 인생이 담겨 있다.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대신, 드라마는 눈치 빠르고 솜씨 좋은 단골 미용실처럼 ‘겉’을 바꾸려는 이들의 ‘속’사정을 헤아리며 사람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정하게 보게 한다. 우리는 머리를 손질해야 할 때 미용실에 가지만, 삶에 작은 변화라도 주고 싶을 때나 빠듯한 일상에 틈을 내고 싶을 때 찾기도 한다. 이 드라마가 미용실과 그곳의 사람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것도 그처럼 어느새 잃어버린 일상의 리듬을 되찾으려는 시도인 것 같아 반갑다.
CHECK POINT
<청춘시대>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박연선 작가의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더 의미 있는 건 5년 전에 완성되었으나 예기치 않은 사정으로 편성이 취소되었다가 드디어 시청자와 만났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언제 만나도 새롭고 유효하다. 다만 기다린 시간에 비해 16부작이 10부작으로 줄어든 점은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