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가을, 깊은 산골에 사는 17살 소녀 순옥(박서경)은 단짝 친구 정임(최주은)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황홀한 기분에 휩싸인다. 둘은 한글을 모르고 악보도 볼 수 없지만 그들만의 예술 세계에 흠뻑 빠져 있다. 현실에선 땔감과 나물, 약초를 지게에 지고 산등성이를 넘는 신세이나 두 소녀는 언젠가 서울로 올라가 가수와 단장이 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때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공기는 두 사람의 꿈을 찢어놓는다. 송일곤 감독은 1991년 가을 노년의 순옥(김혜자)과 정임(차미경)의 시점으로 일제강점기 소녀들의 이야기를 감싸며 러닝타임 내내 교차편집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박칼린 뮤지컬 연출자가 꾸린 뮤지컬 시퀀스와 긴 세월을 오가는 편집술이 인상적이며, 노년의 순옥을 연기한 김혜자 배우의 연기는 너무도 빼어나다. 그를 보고 울지 않을 수 없다.
[리뷰] 시간을 넘나드는 편집, 문학 같은 대사, 그리고 배우 김혜자, <여전히 찬란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