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제2차 세계대전이 프랑스 극장가를 점령했다. 샤를 드골 장군을 다룬 앙토냉 보드리의 <드골: 저항의 시작> 1·2부, 레지스탕스 조직을 통합한 장 물랭을 그린 라슬로 네메시의 <물랭>, 세 아이의 비밀 저항 활동을 다룬 크리스토프 바라티에의 <레지스탕스의 아이들>, 비시 정부의 유대인 검거에 맞서는 공무원과 신부를 그린 다니엘 오테유의 <밤이 내릴 때> 등이 개봉 물결을 이뤘다. 위 작품들은 익숙한 전쟁 영화의 문법 아래 프랑스 저항 세력의 도덕적 결단과 대의를 그렸다.
그런데 비시 정권에 부역하며 나치에 협력한, 이른바 부역자를 다룬 영화 역시 올해 내내 스크린에 걸렸다. 서사 매체가 부역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일이 여전히 논쟁의 중심임에도 자비에 지아놀리의 <빛과 그림자들>, 에마뉘엘 마르의 <노트르 살뤼>는 서로 다른 부역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시집에서 제목을 가져온 <빛과 그림자들>은 프랑스 역사상 손에 꼽히는 부역자 언론인 장 뤼셰르(장 뒤자르댕)와 딸 코린(나스탸 골루베바 카락스)의 삶을 따라간다. 인간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한사람이 희생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을 취한다. 제작비 3천만 유로가 넘는 이 대작은 3월 개봉 이후 프랑스에서 9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 다. 그리고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노트르 살뤼>는 감독의 증조할아버지 앙리 마르(스완 아를로)가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출발한다. 감독은 비시 정부 노동부 산하에서 실업 대책을 담당하던 앙리의 출세욕과 자기합리화를 따라가며, 평범한 사람이 체제의 폭력에 가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작품은 같은 듯 다르다. 예컨대 <빛과 그림자들>이 정교한 시대 재현과 고전적인 역사극의 미장센을 펼친다면, <노트르 살뤼>는 인물들 사이로 파고드는 핸드헬드카메라와 거친 조명으로 현장 보도 같은 밀착감을 만든다. 프랑스는 2027년 대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집권을 노리는 중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레지스탕스와 부역자의 영화가 앞다퉈 제작, 개봉하는 현실이 유권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