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는 실감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서점에서는 2027년을 예측하는 책이 줄이어 출간되는 9월 말부터가 그렇다.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모든 예측은 AI 도구를 일과 생활 양면 에서 손쉽게 사용하고 AI가 만든 영상과 글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일을 전제하고 전개되는 중이다. 생각조차 기계에 맡기는 시대에, 송길영의 ‘시대예보 시리즈’ 신간은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이다. 경량문명의 탄생과 호명사회, 핵개인의 시대에 이어 수고인류의 시간.
‘수고인류’라는 조어는 “행위와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실현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사회 변화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는 우려, 그 명과 암을 동시에 담고 있는 관측”을 담은 것으로, AI 전환으로 인해 기업에서 떠밀려 나갈 수많은 구성원을 위한 지침인 동시에, 직접 숙련하고 실행하지 않고는 어떤 성취도 하기 어려운 지능화 시대에 대한 발견을 담았다.
즉 수고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수고야말로 인간다움의 척도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이 책에서는 ‘원본인간’이라는 개념부터 정의한다. 자신의 판단과 이름으로 무언가를 손수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의 ‘원본’이 되는 인간. 즉 우리는 원본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함의. 혹은, 지금까지 우리가 ‘사본’으로 기능하기 위해 교육받고 살아왔음에 대한 통찰. 시장이 ‘원본’으로서의 인간만이 가진 서사와 헌신에 값을 매기기 시작했 다는 다소 오싹한 전제가 ‘수고인류’ 라는 논지를 가능케 한다. 살아있음이 안기는 고난까지가 ‘수고’에 포함되니까. 모든 경험이 수고하지 않고 매끈하게 결과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고’는 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논리는 ‘수고조직’으로 연결되 어, 조직이 품은 뜻이 충분히 클 것, 그래서 개인이 혼자 일하기보다 조직을 선택할 이유가 될 것, 결과적으로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 상호 보완이 아니라 완성된(이 책에서는 ‘증강된’이라는 표현을 썼다) ‘원본’들이 만나 증폭하는 장소로서의 조직. 이 고민은 필연적이다. AI로 인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미래에 대해 이 책이 설명하는 바는, 결국 어떤 직업도 어떤 직장도 ‘안전’할 수없으리라는 점이다. 직접 해야 하고, 한 일을 발행하고, 이름을 걸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궁리하는 자만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이 책은 차갑지만 필요한 조언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