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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를 이해하고 나를 용서하기까지 - <웨일폴: 고래에 먹힌 남자> 배우 조시 브롤린, 각본가 대니얼 크라우스

아버지의 유골을 찾으러 바다로 들어간 한 남자가 거대한 향유고래에게 삼켜진다. 산소통의 공기가 바닥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웨일폴: 고래에 먹힌 남자>(이하 <웨일폴>)는 이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생존 스릴러지만, 고래 뱃속에서 주인공 제이(오스틴 에이브럼스)가 진정 마주하는 것은 죽은 아버지 미트(조시 브롤린)와 미처 나누지 못했던 대화다. 낯선 고래의 내장 속을 헤매는 제이는 역설적이게도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 살아남는다. 한때 강요로만 들렸던 잔소리들이 생존의 단서가 되고, 제이는 그제야 아버지가 남긴 가르침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토록 거대하고 역동적인 생존기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관계를 어떻게 응시할까. <웨일폴>의 원작자이자 공동 각본가인 대니얼 크라우스, 아버지 미트 역을 연기한 조시 브롤린과 함께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시 브롤린

- <웨일폴>에서 고래는 단순히 제이를 위협하는 존재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미트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이야기 속 고래를 각각 어떤 존재로 해석했나.

조시 브롤린 이 질문이 무척 반갑다. 제이에게 고래는 꼭 필요한 존재다. 제이는 고래를 통한 극한의 경험을 딛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를 하나의 우화로 본다면, 고래는 제이가 살아가면서 위태로운 상황을 마주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시련을 상징한다. 그래야 아버지가 제이에게 전해준 것들을 제이가 알아볼 수 있다.

대니얼 크라우스 미트가 “고래는 영원하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각본을 쓰면서 고래를 일종의 천사 같은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고래는 포유류라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해서 바다 깊은 곳과 해수면 사이를 오간다. 그래서 고래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오가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 “고래는 영원하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대니얼 크라우스 고래가 죽으면 영화 제목에 나오는 ‘웨일폴’ 현상이 일어나고, 그곳에서 여러 세대에 걸친 생명이 생겨난다. 인간의 삶도 비슷하다. “고래는 영원하다”는 말은 어떤 존재가 남긴 영향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뜻이다. 미트는 사라졌지만 제이와 제이가 살아가면서 영향을 미치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그 영향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무한히 뻗어나간다는 의미를 그 한마디에 담고 싶었다.

대니얼 크라우스

- <웨일폴>은 생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드라마가 놓여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용서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대니얼 크라우스 <웨일폴>은 용서, 혹은 어쩌면 자비에 관한 이야기다. 미트와 제이는 서로 사랑한다. 책과 각본을 쓰는 내내 그 사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 맞서고 있다. 친구든 가족이든 동료든, 도무지 소통하지 못하는 사이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렵고, 관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이 존재하는 관계라면,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관계를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

조시 브롤린 이 이야기의 핵심은 부자 관계다. 대니얼의 책을 읽었을 때 마지막 부분에서 흐느꼈다. 절대 울지는 않았다. (웃음)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이야기가 마음 깊이 와닿았던 건 고래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더 크게 와닿았다. 물론 사건의 규모를 체감하면 고래 때문에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인물의 서사가 나와 주변 관계를 돌아보게 했다. 구체적으로는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버지 앞에 서면 아이처럼 반응하게 된다. 그동안 온갖 굴곡과 복잡한 일을 겪어왔는데도 아버지 앞에서는 10대 시절의 유치한 마음이 되살아난다. 책은 이런 행동의 표면 너머를 바라보게 해준다. 나도 아버지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면서. 우리 모두 그때그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 미트와 제이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제이가 아픈 아버지의 호소에도 응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각자 생각했던 바가 있다면 듣고 싶다.

조시 브롤린 미트를 연기한 배우로서 미트와 제이 사이에 분명 큰 사랑이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미트는 강압적으로 제이를 대한다. 미트의 통제적인 모습을 돌이켜보면 그에게 반발하는 제이의 태도도 이해할 만하다. 제이와 아버지가 서로 사랑하지만 절대 우호적일 수 없는 이유가 영화 곳곳에 나온다. 하지만 미트가 제이에게 전해준 보석 같은 것들도 분명히 있다. 제이는 고래 뱃속에서의 여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보게 된다.

대니얼 크라우스 제이는 아버지를 미워했던 시절을 지나왔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아버지를 용서해야 한다. 더불어 아버지가 아팠을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도 용서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괴롭게 살게 될 것이다.

조시 브롤린 파고들수록 마음 아픈 이야기다. 두 사람은 함께하려 애쓰지만 각자 너무 다른 방식으로 노력한다. 제이는 대학에 가기 전에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러 나가려 했을 정도로 그와의 관계에 대해 애썼다. 그런데 미트는 성급한 마음에 마치 ‘나와 더 함께해야 한다, 대학이나 미래보다 아버지와 바다를 더 생각하라’고 명령하는 듯 행동한다. 그러고는 아들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에 긴장을 풀고자 마셨던 술에 취해버린다. 그의 어리석은 행동이 둘을 점점 더 멀어지게 한다. 안타까운 순간이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키우면서 비슷한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누군가는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를 대할 때 비슷한 순간을 겪을 수도 있겠다.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 그 사실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비틀어진 관계가 그대로 고정될 거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랬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