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커스] 2배 뛴 영화제 예산, 어떻게 쓸 것인가? - 2027 영진위 예산안 전망

2027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10월2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7년도 문화체육관 광부 사업설명자료’(이하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영화 창제작 지원·영화유통지원 등 영진위 주요 사업 규모는 지난해보다 대개 증가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영화유통지원 부문의 ‘국내외 영화제 육성’ 사업이다. 올해 47.8억원에서 내년 99.8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독립영화제 개최지원(서울독립영화제)이 4억원, 주요 항목인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은 95.83억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영화계 현장에서는 증가한 예산에 따른 문제들을 우려 중이다.

첫 번째 문제는 지원하는 영화제의 개수다. 올해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이하 영화제 지원 사업)에는 총 39개 영화제가 지원 했고, 최종적으로 32개 영화제가 사업에 선정됐다. 하지만 사업설명자료는 해당 사업의 선정 영화제 개수를 65개로 상정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영화제 지원 사업의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A씨는 “문턱을 낮추어 지원 편수를 늘리려면 기존 영화제뿐 아니라 예전처럼 시상식 형태의 사업들도 지원 대상에 포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전체 예산이 늘었음에도 기존 영화제들이 가져가는 몫은 오히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제 지원 사업의 성격이 희미해져 국내 영화 단체 지원 사업처럼 사업의 본질이 변질될 걱정”(A씨) 또한 생기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예산의 지속성이다. 한해 만에 두배가량의 예산이 늘어나긴 했으나 이후에도 해당 규모가 유지될 것인지에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A씨는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차후 예산을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처럼 대부분의 영화제가 지자체 예산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정부와 영진위의 일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영화제 예산을 책정할 때 기본 적으로는 영진위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영진위 예산에 변동폭이 커진다면 지자체 예산을 포함한 영화제의 자금 문제가 더욱더 불안정성에 시달리게 된다는 뜻이다.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B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무작정 예산을 많이 달라는 말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영화제 지원 예산이 갑자기 늘고 줄어버린다면 영화제 차원에선 프로그래밍이나 부대행사의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된다”라는 것이다.

영진위는 영화제 지원 사업의 예산 외상세한 지원 요강과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의 말처럼 시상식 단체를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영화제 규모와 성격별로 국제영화제·중소영화제·지역영화제 등으로 부문을 나누어 지원할지 등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 중이다. 영진위 관계자 C씨는 “11월5일에 진행될 국회 심의 절차가 마무리 된 이후 사업 확정안을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연구와 협의가 필요하다

영화계 현장에서는 늘어난 예산만큼 영화제 지원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국비, 지자체 기반의 국내 영화제 형태가 안착한 지 30년 정도가 지났다. 이제는 영화제가 각 지역의 중요한 문화적 이벤트로 자리 잡았고, 영화 상영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나 대안적인 영화제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이에 맞춘 현실적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유료 관객수와 같은 정량적 평가로만 영화제를 심사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모순이 있다. 예를 들어 야외 행사에 잠시 참여한 시민 등까지 관객으로 포함하는 등 실질적인 영화제의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B씨)이다. 정량적 평가뿐 아니라 정성적인 평가가 동반되어 영화제 운영 방식에 더 면밀하게 맞춘 지원 사업의 형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화제 관련 협의체의 조직도 하나의 대응 방식으로 제시됐다.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정말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 개최되는 영화제들의 세부 사정을 청취하고 종합하는 영진위 내부의 위원 회가 꾸려져야 한다. 간담회와 포럼 등을 통해 논의한 내용이므로 영진위에서도 인식하고 있을 것”(A씨)이라는 말이다. B씨도 “새로운 영화제들의 패러다임을 지원하고 여러 해외 영화 제의 모델을 참고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영화계 관계자들, 정책 담당자들이 모이는 협의체나 연구 구조를 짜야 한다. 이러한 리서치가 없으니 정부조차 지금 실제로 영화제들이 쓰는 예산의 총규모가 얼마인지 모르고, 이 탓에 사업 운영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근 들어 기존 영화제 형태가 아닌 작은 영화제나 상영회가 늘어나고 있으니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방식으로 지원의 폭을 다른 쪽으로 넓히거나 1년 단위가 아닌 장기적인 지원을 도모하는 방안도 논의되기를 바란다”(B씨)라고 주장했다.

영화제 외 다른 사업은?

영화제 지원 사업 외 예산 규모는 지난 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올랐다. 2026년 영화 창제작 부문의 당초계획액은 409.29억원이 었으며 추경 등을 통해서 794.19억원까지 증가했었다. 2027년 정부안은 지난해 당초계획 액보다 높아진 585.9억원 규모다. 영화창제 작지원 부문 중 기획개발지원 사업은 79.91억 원으로 올해와 동일하다. 2026 당초계획액과 비교할 때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은 101.96억원(24.58억원 증액), 중예산영화 제작지원은 249.28억원(49.28억원 증액), AI 기반 영화 제작지원은 22억원(동일), 영화 국제협력 제작 지원은 133억원으로 책정됐다. 영화유 통지원 부문도 비슷하다. 2026년 당초계획액 175.01억원에서 2027년 정부안 234.66억 원으로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전용관 운영지원·독립예술영화 개봉지원·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 종합지원 등을 포함한 영화유통지원이 89.84억원(600만원 감액), 해외진출지원 사업이 44.99억원(7.68억원 증액), 앞서 설명한 국내외 영화제 육성 사업이 99.83억원 (52.03억원 증액)으로 정해졌다(표 참고).

올해처럼 추경을 통해 영진위 예산이 증액될지는 미지수다. 올해 추경을 통해서는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260억원 증액),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45억원 증액), 한국영화 첨단제작 집중 지원(80억원 신규),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271억원 신규) 등이 이뤄진 바있다. 한편 10월1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진위 예산을 비롯한 2027 정부의 영화 분야 예산을 1,673억원으로 발표하며 역대 최고의 수치라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역대 최대로 편성한 예산 정부안이 침체된 ‘케이-무비’ 생태계의 활력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되도록 이를 면밀히 집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영진위 관계자 C씨는 11월5일 국회 심의까지 “몇해째 복구되지 않은 지역 영화 관련 예산의 복원을 1순위로 목표 삼아 내년 청사진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