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김소현)은 명문대 의류학과 ‘과탑’이었지만 예기치 않은 일로 같은 학교 기계공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박민재(추영우)가 있는 로봇 연구실에 들어간다. 랩장인 민재는 수영선수였지만 골육종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4수 끝에 공학도가 된 박사과정생이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흔히 장애를 사랑의 ‘방해물’로 배치하며 극복 서사로 소비해왔지만, <연애박사>에서 장애는 일상의 풍경 안에 놓인다. 물론 그 일상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딸의 남자 친구가 “사지 육신 멀쩡”하면 된다는 유진 아버지의 평범한 소망과 “팔다리 안 멀쩡한 사람도 있어?” 라는 오빠의 해맑은 반문이 오가고, 민재 어머니는 가난한 유진의 가족을 교묘하게 무시한다. 유진의 친구가 겪은 학내 성폭력, 교수와 학생의 위계도 같은 일상 안에 있다. 장애와 계급 등 복잡한 사정이 얽힌 세계의 단면이 사소한 장면들 속에 놓이니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가 된다. 그 세계에서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다. 제목과 달리 어설프게. 자신에게 연애할 ‘자격’이 있는지 걱정 하며 주저하는 민재와 감정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 유진은 자꾸 어긋난다. 로봇은 실험을 거듭하며 오류를 고쳐 완성에 다가갈 수 있지만, 사랑은 오류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시도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여기에 ‘편견과 차별’이라는 변수가 닥칠 것이다. 아니, 이 세계에서는 오히려 ‘보통’으로 포장된 편견과 차별이 상수이고 (장애인의) 사랑이 변수나 오류로 여겨진다. <연애박사>는 그런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평범한 연애사를 지켜보게 하는 특별한 드라마다.
CHVECK POINT
<연애박사>는 안판석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세상이 아무리 불평등한 편견과 세속적 욕망으로 굴러가도 아랑곳않고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그는 그들의 머뭇거림과 용기를 오래도록 섬세하고 다정하게 담았다. ‘인간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이때, ‘인간됨’과 ‘사랑’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남긴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