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통과하면 끝이라는 설렘과 여기서 그르치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공포. <최종면접>이라는 제목에는 이토록 복합적인 감정이 서려 있다. 주인공인 6명의 취업 준비생도 그 마음을 공유하며 친해지지만, 단 한명만 신입 사원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다시 경쟁에 돌입한다. 설상가상 누군가가 이들의 비밀을 폭로하는 봉투를 면접장에 두고 가자 6인의 감정은 더 격해진다. 구직이라는 중대사를 통해 우정의 흥망성쇠를 엿본 김정훈 감독은 이 작품이 관객에게 장르적 재미 이상의 깨달음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 아사쿠라 아키나리가 쓴 원작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은 2021년, 동명의 일본영화는 2024년 세상에 나왔다. 최신작을 리메이크한다는 부담감을 이기게 한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소설만 읽은 상태에서 한국판 연출을 결심했다.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특성을 가졌음에도 자극적이지 않고, 요즘 청년들의 현실에 충실한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비밀이 담긴 봉투를 준비한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밌었을 뿐 아니라 책에 담긴 메시지도 좋았다. 그 장점을 해치지 않고 영화화하고 싶었다.
- 2020년을 배경으로 삼아 코로나19 팬데믹의 풍경을 재현했다. 원작과 다른 선택이다.
원작에서는 지진의 여파로 채용 인원이 줄어든다. 한국에서는 다른 설정이 주어져야 개연성이 있을 듯해 고민하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떠올랐다. 실제로 그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채용 인원이 줄어들지 않았나. 그렇게 경쟁이 심화한 구도 안에서는 이 영화 속 이야기가 충분히 벌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시절의 방역수칙이나 주요 사건들의 순서를 얼마나 고증할 것인지를 두고도 내부적으로 많이 논의했다. 전개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약간의 각색을 거쳤다.
- 6명의 면접자는 마스크로 입을 가린다. 달의 뒷면은 볼 수 없다는 대화도 오간다. 회사는 카메라 뒤에 숨어 사태를 지켜보기도 한다. 영화 전반에 은폐와 노출의 모티프가 중요한데.
앉은 사람이 비치는 테이블을 배치하거나, 투명 보드판으로 정면과 이면을 암시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했다. 중요한 건 최대한 현실적인 공간 안에서 상황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특별한 아이디어로 장르적인 색채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말하고 듣는 인물들의 얼굴이 미장센이 되기를 바랐다. 순간순간 반응하는 그 표정들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 마치 인사 담당자가 된 기분으로 주인공 6인방을 추렸을 것 같다. 조이현, 김재원, 신승호, 강유석, 곽동연, 배강희 배우는 어떻게 모았나.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6인 중 어떤 캐릭터들이 서로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캐스팅이 잘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확신했다. 그만큼 고유한 개성을 확보해 각자의 영역이 뚜렷한 배우들을 원했다. 그들이 함께할 때형성될 느낌도 고려했다. 우선 혜인 역의 조이현 배우에게서는 동시대 젊은 여성의 초상을 봤다. 기본적으로 밝고 당당한데, 시니컬해 보이기도 하는 모습이 극을 이끌어갈 지표가 되어줄 수 있을 듯했다. 진우 역의 김재원 배우는 친근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를 가졌다. 관객이 믿고 따라가야 하는, 그러면서도 구조적인 변곡점을 만드는 역할을잘 소화했다. 승빈 역은 초반에 악당으로 몰리는 만큼 힘이 있으면서도 천진난만한 면이 필요해 신승호 배우에게 맡겼다. 희찬 역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무리를 유쾌하게 이끄는 와중에도 깊은 눈빛을 가져야 했기에 강유석 배우에게 돌아갔다. 요한 역은 잘못 연기하면 영화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내공 있는 배우가 해줘야 했다. 곽동연 배우가 수락해줘서 감사했다. 주원 역의 배강희 배우는 자기 호흡을 절제해 상대배우의 퍼포먼스를 돋보이게 해준다. 주인공이 6명이나 되는 극에서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배우는 무척 특별하다. <최종면접>에 참여한 모든 배우가 이렇게 각기 다른 주파수를 발산한다.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야말로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다.
- 전작 <탐정: 더 비기닝>(2015), <해적: 도깨비 깃발>(2020)에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군상을 연출했다. <최종면접>의 앙상블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전작에서는 여러 명의 인물 중 정확한 주인공이 존재했으나, <최종면접>에서만큼은 6명 전부가 주인공이라고 여겼다. 촬영할 때도 배우들에게 그렇게 당부했다. 모두가 주인공인 것처럼 매 순간 집중해서 연기해야 미세한 표현들이 다 화면에 피어날 수 있으리라고 봤다.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한명 한명의 리액션을 공들여 찍었다. 배우들도 회차가 지날수록 더 친해졌다. 영화 속 관계가 무너져갈수록 배우들의 관계는 더 돈독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달까. (웃음)
- 그 끝에 범인과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범인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 동시에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균형점을 찾아야 했을 텐데.
범인이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분노를 설명하되, 분노했다고 모두가 나쁜 행동을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야 했다. 그의 심정을 알아주더라도 동의할 수 없다는 걸음악으로 드러냈다. 한마디로 범인의 말이 헛소리처럼 들리게 편집했다. 화면은 범인의 상황을 따라가지만, 사운드만큼은 범인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않게 만든 것이다. 이 영화는 단편적인 진실 너머를 바라보자는 얘기를 주제로 삼고 있다. 범인이 보지 못한 것, 반대로 범인을 찾아낸 인물이 본 것을 관객이 함께 목격하기 바란다.
- 결국 이 영화는 누군가가 속이거나 숨긴 진실이 무엇이든 그 또한 그 사람의 일부일뿐 전체로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감독에게도 <최종면접>을 완성하기까지 간직한 걱정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수용하고 해결했나.
원작의 문학성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계속해서 자문했다. 장르적으로 과장하기보다 리얼리티를 살려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배우들의 에너지를 받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들이 스크린을 통해 많은 관객과 만나 영화배우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