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숭고하고 더러운 손이여
늦게 잡아도 I.>(2001)를 기점으로 그의 인물들은 쾌활한 모험가에서 과묵한 순례자의 모습으로 변해갔고, 화면에는 전에 없던 어둠과 악몽이 종종 깃들었으며, 시적 간결함과 유장한 페이스가 영화의 리듬을 장악해왔다. 조너선 로젠봄은 “오바마가 인종간 국가간 화합의 화신이 되리라는 믿음은 신화에 불과했다”고 단정하고, 이 영화가 “링컨이라는 렌즈로 오바마 시대를 바라보도록 유도한다”는 또 다른 평자의 비판(‘Easy Chair’, 토머스 프랭크, 2013.2)에 열렬히 앞서 말한 것처럼 I.>(혹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인물들에게 지울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졌을 때부터 스필버그는 그 너머 어디론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고결함은 포기되었고, 의지와 결단을 제압하는 운명적 기운이 그의 영화를 감쌌다.
2013-03-19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