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 1997년,감독 리처드 도너 출연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1월26일(금) 밤 10시55분1980년 12월8일, 어디로부턴가 “해치워, 해치우란 말이야!”라는 소리를 들은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은 존 레넌을 쏘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후에 채프먼은 사람들로 하여금 샐린저의 책을 읽게 하려고 그 일을 저질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사람들에게 레넌의 피살은 조직적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식의, 상상력 풍부한 어떤 시나리오를 제공해주었다. 이에 따르면, 채프먼은 정보기관으로부터 암살요원으로 길러졌는데, 그때 샐린저의 책은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재료로 쓰였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식의 가설은 아직 그 신빙성이 증명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그 진위야 어쨌든 이 가설이 적어도 한편의 영화, 즉 리처드 도너의 <컨스피러시>에 기본적인 착상을 제공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
누군가 당신을 노리고 있다!
-
<리베라 메>가 드디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물론 같은 소재의 영화 <싸이렌>에 비해 대여가 잘된다. 며칠 전 있었던 ‘불에 관한 영화 같은’ 그것도 ‘코미디영화’ 같은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할까 한다.아르바이트 동식이가 근무하던 오전, 소방복을 입은 남자가 “소방서에서 나왔습니다” 하며 대여점 구석구석을 둘러보더니, 소방 점검서까지 작성을 하며, “소화기 구비가 안 되어 있군요. 소화기가 없으면, 바로 단속이 나와 벌금을 물게 되니, 이번 기회에 하나 구입하시죠, 제가 싸게 추천하겠습니다.” 동식이는 그에게 3만원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는 다시 내가 근무하는 오후에 다시 와서는 소화기를 주고 3만원을 다시 받아갔다. 두번이나 돈을 받아간 사실을 알아챈 뒤 그제야 ‘이거 뭔가 이상하다’는 감을 잡고, 종로 소방서에 확인전화를 해보니, 오히려 “그 사람 잡으면, 우리한테 연락 좀 하라”는 것이었다.동식이나 나나 평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동네 구석
그 남자 수상했다
-
“벗은 모습하고 옷입은 모습하고 어느 게 더 보기 좋아요?” 조금 머뭇하더니 진희가 인기에게 묻는다. 진희는 답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한번 심중을 떠보고 싶은 거다. 욕망은 종종 타인에게 향한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진희는 자신의 처지가 딱하다. 매번 문고리를 붙잡고 헉헉대야 하는 에로배우 진희는 인기 앞에서 “심중에 있는” 고백을, “끝끝내 못하고” 떠나간다. <불후의 명작>의 진희는 그런 인물이다. 김여랑(24)은 진희를 “매번 옷을 벗고 가성을 내지만, 머리로는 클래식을 듣는” 인물이라고 추측한다. 그게 진희의 삶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희만 그럴까. 에로감독 인기와 대필 작가 여경은 어떤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김여랑과 진희의 공통점은 거기에 있다.
김여랑이 털어놓은 짧은 삶의 이야기에도 그런 흔적이 묻어 있다. 80년대 왕영은이 <
무언의 대사 시절도 있었어요, <불후의 명작>의 김여랑
-
13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여자. 그 사랑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남자는 뉴욕의 펜트하우스와 최고급 페라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첫사랑이었다가 13년 뒤 크리스마스, 마법처럼 그의 아내가 된 <패밀리맨>의 케이트, 테아 레오니(34). 그는 샤워부스 안에서의 코믹한 엉덩이 춤과 단발머리를 흔들며 케이지의 품으로 돌진하는 소년 같은 몸짓만으로, 가슴 팬 드레스로 유혹하는 뭇 여성들을 한방에 KO패시킬 만큼 충분히 귀엽고 섹시하다. “케이트가 단순히 바가지 긁는 마누라로 비쳐지지 않길 바랐어요. 잭에게 13년 전 그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느끼게 만들고, 지금 케이트와의 생활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 당위성은 오로지 내 연기에 달렸으니까.” 2001년에는 <쥬라기 공원3>, 2002년에는 코언형제가 시나리오를 쓴 <참을 수 없는 잔혹함>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에 휴 그랜트와 출연할 계획인 그녀에게 <패밀리맨>은 2년간의 긴 휴식 끝에
오, 나의 불멸의 여신님, <패밀리맨>의 테아 레오니
-
-
웬 남자가 스튜디오 앞을 서성거렸다. 남자는 혼자 뒷짐을 진 채, 별 중요해 뵈지 않는 게시판의 글귀들을 꽤나 집중해서 읽고 있는 듯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다시 힐끗 보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뒷모습 이상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 남자의 목, 목도리로 둘둘 감은 목인데도, 참 길구나 했다. 반 시간 뒤, 긴 목의 남자는 우리에게 앞모습을 허락했다. 이성재(31).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잠겨진 스튜디오 앞에서 홀로 30분을 기다린 그는 그 흔한 매니저 한명 대동하지 않은 채, 조금의 원망도 섞이지 않은 선한 눈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그게 그 하루의 시작이었다.
‘누군가를 저렇게 아프게 바라볼 수 있을까’, TV드라마 <거짓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일생 처음 찾아온 사랑 앞에 번민하던 이성재의 눈빛을 차마 잊지 못할 테다. “언제나 영화를 귀착지라고 생각했어요. <거짓말>을 끝내고 나니 시나리오가 제 손에 쥐어지더군요.” <미
그날 하루가 허락되어 행복하였어라, <하루>의 이성재
-
‘지브리’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다. 일종의 ‘신화’다. ‘아니메 왕국’의 신화를 일궈낸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52) 본부장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지난 12월23일 센트럴시네마에서 열린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제를 찾았다. 1985년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등과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세웠고 첫 작품 <천공의 섬 라퓨타> 이후 <반딧불의 묘> <붉은 돼지> 등 대부분의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의 프로듀서를 맡은 그는 <귀를 기울이면> <원령공주> 등의 상영이 끝나자 ‘열혈’ 관객 150명과 마주했다. <원령공주>를 디즈니에서 배급한 것을 놓고 한 관객이 “디즈니와의 합작계획 같은 것은 없냐”고 질문하자 그는 “한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전담하는 디즈니 시스템과 장면별로 여러 캐릭터를 여러 애니메이터가 분담하는 지브리 시스템은 엄연히 다르고, 무엇보다
스튜디오 지브리 사업본부장 스즈키 도시오
-
[정훈이 만화] <엑스맨> 그들의 정체는?
[정훈이 만화] <엑스맨> 그들의 정체는?
-
새해 벽두 할리우드에 마약을 둘러싼 두 가지 작은 소란이 일었다. 첫 번째 소동의 불씨는, 워너브러더스가 1억1천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가족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촬영현장에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주사기. 영국 런던 교외 와트포드의 리베스덴 스튜디오에서 발견된 이 주사기는 지난해 12월 말 두 남자가 11월 개봉 예정인 이 영화의 촬영을 위해 공사중인 세트에서 마약을 한다는 익명의 제보가 경찰에 접수된 직후 발견됐다. 영국의 <선>에 따르면 마약 복용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가 발견된 뒤 스튜디오 현장은 엄격한 보안 단속이 내려졌다고. 워너브러더스의 대변인은 이 일을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논평했으나 “실제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영화와의 직접적 연관도 밝혀진 바 없다”고 덧붙이며 이번 불상사가 영화 제작진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또다른 ‘마약 관련’(?) 스캔들 주인공은 거물 마약 딜러가 친딸이 마약에 중독된 사실을 알게 되는 줄거리를 지닌
마약 소동
-
빔 벤더스 감독의 부인인 도나타 벤더스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스크린 안팎의 풍경을 촬영한 사진 47점의 전시회가 영화의 한국 개봉과 씨네큐브 광화문 개관을 기념하는 취지로 1월17일부터 2월28일까지 씨네큐브 광화문의 메인 로비에서 열린다.
영화보다 먼저 온 풍경
-
<트레인스포팅>으로 상종가를 치던 시절, 대니 보일은 켄 로치의 시대는 갔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대처 시절, 영국에서 양심의 소리 역할을 해온 그 감독에겐 자기들을 설득하거나, 사로잡을 어휘나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대니 보일에게서 형식주의자, 스타일만 번쩍거리는 스타일리스트를 발견한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한 나라안에서도 지역차이를 고스란히 빈부격차로 떠안은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들의 끝모를 방황과 추락을 재현하는 그 영화에 매력을 느낀 축에 들었다. 어디서도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출입하는 화장실의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 따위의 낙서, 뜻없는 질주에서도 쾌락을 낚지 못한 채 황량한 하늘을 이고 이곳은 스코틀랜드(어쩔 수 없는, 저주받은 땅)라던 이들의 자조에 가끔씩 감전되곤 했다. 켄 로치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저 사람이 발명해낼 수 있을까, 그런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할리우드로 이적한 뒤, 완전히 착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처를 배우자고?
-
올해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작은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 무려 2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여 <미션 임파서블2>와 <글래디에이터>를 가볍게 제쳤다. 아직도 성적이 괜찮으니 총수익은 더 늘어날 거다. 하지만 국내 성적은 정말 초라하다. 12월16일 개봉했는데 10만명도 못 넘고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원작이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또는 짐 캐리 때문이기도 하다. 짐 캐리의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은 국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짐 캐리는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 그리고 코미디 연기에서 벗어난 <트루만 쇼> 정도를 제외하고는 환영받은 영화가 거의 없다. 짐 캐리의 도를 넘어선 익살이나 기괴한 모션은 국내에서 싸늘하게 외면당한다.<그린치>가 국내에서 푸대접받은 진짜 이유도 바로 그 ‘기괴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얼핏 보기에도 <그린치>는 괴상해보인다. 크리스마
미는 선이고, 추는 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