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두해동안 씨네21이 발로 뛰어 다닌 비디오숍이 꽤 된다. 골목의 비디오숍이 사라져 다리품을 곱절로 팔아도 입맛에 맞는 비디오를 만나기 힘들 때, `씨네21 선정 우수비디오숍'이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수비디오숍 콘테스트에 참여할 기회를 놓친 `우리 동네 비디오숍'도 적지는 않을 터. 숍 실사과정에서 익힌 좋은 비디오숍을 찾는 몇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하나. 보유편수, 진열장을 세어보라.
대개의 비디오숍은 2중장을 쓴다. 안쪽 붙박이는 24편씩 9층, 바깥쪽 슬라이딩 장은 18개씩 8층이다. 편의상 안쪽 붙박이장 하나에 220편, 바깥쪽 슬라이딩 장 하나에 150편으로 보고 진열장 수를 세면 벽면에 진열된 편수를 감잡을 수 있다. 숍 중앙에도 진열장이 있다. 대개 앞뒷면에 24개씩 5층이므로 240편이 된다. 이런 진열장이 몇개인지 세어본 뒤 합산한다. 지역차가 있으나 총 1만장 정도면 상위권에 든다.
둘. 다양성, 특선 코너를 보라.
특선을 정의하기는 어렵
200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5] - 후기
-
부전자전, 대를 잇는 비디오 사랑
우수 비디오숍 ...경기도 성남시 으뜸과 버금 분당점, 조현철씨
으뜸과 버금 분당점의 주인 조현철(37)씨는 요즘 절로 웃음이 난다. 몸이 안 좋아 병원 신세를 지느라 가게를 자주 비우지만 걱정이 없다. 자신보다 더 똑 소리나게 매장을 관리하는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여직원 변지선(30)씨가 그 주인공. 회계학을 전공하고 회계법인에서 얼마간 근무한 탓인지 사소한 부분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녀가 온 뒤로 매장이 더 깔끔해지고 정리정돈이 잘되었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차분한 성격의 그녀는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좋은데, 해박한 영화지식으로 손님의 까다로운 입맛 시중을 능숙하게 든다. 사실 그녀도 일년 전에는 고객으로 분당점을 찾았다. 유난히 드라마와 미스터리를 즐겨 찾던 그녀였다. 지금도 편식습관을 못 버리고 있지만 손님들에게는 골고루 권해주려 애쓴다고.
조현철씨는 원래 경영학도로 외국인 상
200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4]
-
<시드와 낸시>? 당연히 있죠!
우수 비디오숍 -춘천시 후평동 영스타 비디오, 이정란씨
영스타의 ‘하루’. 오전 9:00 문 열기 30분 전이다. 지난밤에 본 테이프 제자리에 꽂아놓고 매장청소 시작. 어젯밤부터 쌓인 눈 때문에 문이 잘 열리지 않던데, 내친 김에 매장 앞도 비질 한번.
오전 11:00 밤새워 쓴 거라며 서진원님께서 <존 말코비치 되기>에 대한 감상평을 제출해주셨다. 현재 한림대 사학과 영화동아리 ‘무비 매니아’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시각이 꽤 날카롭다. 평이랑 시놉이랑 카메오 이야기까지 형식도 good!
오후 1:00 사우동 사시는 김정욱님 요즘 청소년영화제 때문에 많이 말랐다. 근데 빌려갔던 <충열도>를 내놓으며 하는 말이 “테이프가 이상해요. 중간부 화질이….” 아니, 이게 웬 청천벽력인가. <충열도> 서치하며 꺼이꺼이 운다.
오후 3:00 신규 고객님 등장. “여기 <시드와 낸시> 있나요?” 무
200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3]
-
시네필 참새 모으는 비디오 방앗간
우수비디오숍 - 영화마을 화정점 대표 김진규씨
보통 잘되는 숍은 이렇게들 이야기한다. (손님이 차고 넘치는데) 딱히 비결이랄 게 없다고…. 영화마을 화정점의 강점은 한눈에 보인다. 편안한 휴식공간을 둔 넓고 깨끗하고 잘 정리된 매장이 그것이다. 김진규씨는 하드웨어에 많은 투자를 한다. 재작년에 AV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돌비서라운드의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었다. “철지난 비디오라도 이렇게 재생하면 본래의 웅장한 스케일이 살아나니까 구프로와 특선도 많이들 보시더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해 6월에는 DVD도 들여놓았을 만큼 그는 하드웨어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강점은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화정점을 자주 드나드는 학생들은 그를 ‘방앗간 아저씨’라고 부른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방앗간 참새로 여길 만큼 자주 찾는다는 말이다. 그래도 아저씨라니, 올해 32살의 미혼남인데 좀 심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취미로 RC 자동차(Radio Control 흔히
200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2]
-
-
애니메이션, 없는 것이 없다
우수 비디오숍 퇴계원점, 오승현씨
영화마을 퇴계원점으로 향하면서 지금 출발합니다, 전화를 했다. 오승현씨는 영화사에서 돌아오는 중이라고 ‘동업자’인 부인 백송이씨가 알려줬다. 말로만 듣던 영화인의 부업인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던 오승현씨는 짐작대로 현역 영화프로듀서였다. 경력을 훑다보니 지금 같은 단편영화 붐이 일기 전, <이상한 영화> 1, 2라는 제목으로 국내외 단편영화모음 비디오 제작사에서 홍보를 담당한 전력도 돌출했다. 10평 남짓, 좁은 숍의 분위기가 독특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비디오테이프들은 배우별로 정리돼 있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골디 혼, 수잔 서랜던, 닉 놀테, 이수현, 인달화, 양가휘, 장만옥, 원표, 양조위, 양자경, 공리, 주성치…. 같은 이름이 맞은편 진열장에도 반복되는 게 이상하고 재미있었다. 빨/노/초 관람등급별로 진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한 배우를 한칸에 모으지 못한 것
200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1]
-
박중훈이 할리우드로 간다. 지난 1월11일 박중훈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Chalie)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 등을 연출한 조너선 드미 감독은 2000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뒤 박중훈을 점찍었고, 이후 할리우드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이명세 감독을 통해 출연제의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예스>의 강원도 촬영 일정 때문에 “수염도 깎지 못하고 왔다”며 정중히 양해를 구한 박중훈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감독과 저녁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도난당한 미 국방성 자금 1천만달러의 행방을 쫓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 <부기나이트> <퍼펙트 스톰>의 마크 월버그와 <미션 임파서블2>의
<찰리에 관한 진실>에 출연하는 박중훈
-
“난 멋진 경험을 했다. 정말로 멋진 경험 말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약 반년간의 마약복용 사실을 밝히며 그것의 ‘효과’ 역시 고백했다. <배니티 페어> 2월호 기사에 따르면, 리브스는 “어떤 면에서 멋지던가” 하는 질문에 한참 동안 말을 않다 이렇게 답했다.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사적인 에피파니를. 삶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 대해서. 당신이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갖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가 마약복용자로 나오는 샘 레이미의 영화 <기프트>는 올 3월 영국에서 개봉된다.
마약 복용자로 분한 키아누 리브스
-
초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이불 속에 꼭 박혀 있는 나를 밤 10시 즈음에 꼭 흔들어 깨우는 손길이 있었고, 그때 내 귀에 아련히 들리는 소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주말의 명화>니, <명화극장> 같은 프로그램의 오프닝 사운드였다. 아버지셨다. 날 깨운 아버지는 날 부여잡고 같이 이부자리에 누워, 나를 할리우드 키드로 만들어버리셨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가셨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사로잡은 영화는 바로 웨스턴 무비였다.
시가를 물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어눌하게 대사를 읊조리는 게리 쿠퍼의 온화한 미소와 존 웨인의 찌푸린 미간과 버드 랭커스터의 반짝이던 눈빛과 웃음. 를 보고 광분했으며 <쉐인>을 보고 울었었다. 나는 50∼70년대의 영화를 사랑한다. 흑백영화의 뿌연 색채가 신비감을 더했는진 모르지만, 그 옛날 험프리 보가트나 로버트 테일러, 잉그리드 버그먼은 어찌 그리 우수에 찬 눈빛을 지녔는지…. 우리 영화의 남궁원, 최무룡, 허장강 그분들 역시
말론 브랜도, 나의 영웅, <지옥의 묵시록>
-
영국의 얼터너티브 밴드 리알토(RIALTO)가 서울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리알토의 2집 의 홍보와 내한공연을 위해 지난 1월6일 방한한 리알토는 8일부터 2박2일 동안 이나영과 함께 자신의 첫 싱글인 <캐서린의 수레바퀴>(Catherine’s Wheel)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이다. 리알토는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성공에 고무받아 2집을 세계최초로 한국에서 발매하고, 내친 김에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방영할 아시아판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도 한국으로 잡았다.지난 1월10일 강추위와 폭설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삼성동의 한 거리.스모그가 가득 찬 낯선 풍경이 길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벌써 열번도 넘게 같은 장면의 촬영이 반복되고 있다. 남자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이나영에게 스카프를 둘러주는 장면. 느낌을 살려내야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재한 감독은 수시로 모니터와 배우 사이를 미끄러운 길을 타듯, 왕복하며 연기지도를 한다. 한국어를 못하는 데이비드와 리알
이야기보다 이미지
-
겨울시즌에 아이들이 볼 만한 영화가 여러 편 쏟아져나온 건, 아줌마로서는 다행이었다. 영화보기는, 남한테 뭘 가르치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거니와 자식교육에는 더더욱 소질없는 아줌마가 딸들한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육적 배려’였던 거다. 그래서 추위와 눈발을 헤치고 애들을 끌고 다니면서 <치킨 런>도 보고 <그린치>도 보고 <포켓몬스터>도 보고 오늘의 얘깃거리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보았다.<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는 확실히 좀 어려운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딸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는데, 후반에 접어들면서 질문의 주종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어?”로 바뀌었다. 아줌마 자신은 영화에 몰입해 있었으므로,스무 번째로 “아직 멀었어?”를 묻는 둘째 딸래미 머리를 쥐어박았는지 험상궂게 째려봤는지 어쨌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그때가 영화의 클라이맥스, 그러니까 오무들이 황금빛 촉수를 모두어 죽
치맛바람 계곡의 아줌마?
-
영화읽기...<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일본의 하천 복원운동을 둘러본 일이 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밋밋해진 흐름을 자연스럽게 되돌려 생물들이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이 전국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었다. 놀라움과 부러움 속에 한 가지 어색하게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비단잉어다. 희고 노랗고 붉은 빛깔의 비단잉어들을 도시의 어느 하천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연못에서처럼. 동행하던 일본사람에게 물었다. “왜 자연 속에 인공을 풀어놓는가.”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비단잉어도 자연이다.”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또는 조만간 상영예정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두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자연’이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있다. 이 영화들은 우리에게 자연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게 만든다. “인간이 지구를 파멸에 몰아넣어도 자연은 살아남을까”, “원시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인가”,
인간과 자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