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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전소니)은 깨어난다. 병원에서 눈을 뜬 수인은 괴한에 의한 피습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의 등허리엔 방금 입었다고 하기엔 오래돼 보이는 상흔이 존재하고 자신을 공격한 괴한이 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새 삶이 허락된 이후 수인은 수상한 인기척을 느낀다. 낯선 자들이 수인을 에워싸며 동족이라 칭한다. 곧 수인은 자신이 기생생물의 유충에 잠식됐지만 몸이 허약해 신체의 일부만 기생생물에 허할 수밖에 없는, 반인반수의 삶을 살게 됐다는 걸 자각한다. 기생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인류에 조금씩 침투해가고, 수인은 기생생물과 인간 사이 어디에서도 척결해야 할 동족의 적으로 취급받는다. 강우(구교환)는 쫓긴다. 강우는 자신을 ‘망나니’, ‘그놈 새끼’ 등으로만 회상하는 미운 고향에 잠시 은신한다. 모처럼 집을 찾았지만 누나 경희(윤현길)는 다른 사람처럼 강우를 대하고 막냇동생은 온데간데없다. 강우는 동생의 흔적을 찾다 수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강우는 수인을
[기획] ‘연니버스’ 속 <기생수: 더 그레이> 파헤치기, 배우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인터뷰와 연상호 작가론으로 돌아본 작품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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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선호파
<특별시민> 감독 박인제 (네이버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 <더 킹> 감독 한재림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 /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네이버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대권을 노리는 정치 9단 변종구(최민식)가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특별시민>은 선거사무소의 치열한 밤과 낮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 광고계 출신의 홍보 담당을 연기한 배우 심은경을 비롯해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등 선거판의 전략을 책임지는 여성 인물들도 돋보인다. 추진력 있는 초·중반부에 비해 힘 빠진 전개로 흐르는 <특별시민>이야말로 현실 정치판이 영화보다 언제나 더 극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상징적 예시이기도 하다.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근현대사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환기하는 한재림 감독의 <더 킹>에서는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제
[기획] 묵직하거나 가볍거나, 4·10 총선 전후로 볼만한 선거영화 OTT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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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란 제목으로 개봉됐던 영화 두편이 있다. 하나는 조지 클루니 감독, 주연의 2011년 미국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변성현 감독, 고 이선균 주연의 2021년 한국영화다. 이들 모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와 그 뒤에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는 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치의 흑막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같지만, 한 <킹메이커>(2011)는 현실 정치의 승리를 위해선 이상적 정치의 패배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반면, 다른 <킹메이커>(2021)는 현실 정치의 패배를 통해 이상적 정치의 가능성과 여운을 남긴다.
나는 인구에 회자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만큼 현대 한국 정치, 아니 시대와 국가를 넘은 모든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 말에 빠진 것을 더하자면 ‘민중의 바람’이다. 이 바람은 흔히 ‘바램’으로 적히는 소망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런 소망이 뭉쳐 움직이는 강
[기획] ‘돛대를 꺾어버릴, 거센 바람이 인다,’ 영화를 경유해 살펴보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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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4월10일 수요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마치고 남은 법정공휴일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선거와 영화의 만남을 준비했다. MBC <100분 토론> 진행자이자 <씨네21> 디스토피아 필자인 정준희 언론학자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오늘의 선거 판세를 펼쳐낸 글이 투표소로 향하는 당신의 길을 한결 극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앞으로 4년의 의정 활동을 책임질 300명의 국회의원을 기다리는 동안 재생해볼 만한 정치판의 영화들도 추렸다. 1970년대 고전부터 동시대 시리즈물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볼만한 선거영화 큐레이션이다. 신념과 권력, 치열한 진심과 차가운 전략이 맞부딪치는 이 영화들로부터 나의 특별한 한표에 대한 여운과 긴장을 이어가시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선거와 영화>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선거와 영화, ‘4·10 총선, 투표 후 영화 한편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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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 준지(堀 潤之)*
하스미 시게히코는 고다르론을 모은 자신의 책에 <고다르 혁명>이란 제목을 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혁명’이란 <네 멋대로 해라>(1960)로 영화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그런 혁명이 전혀 아니다. 하스미는 고다르의 추모 글에서도 “고다르처럼 영화를 찍은 영화 작가는 세계에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누벨바그의 기수로서 세계 영화를 일신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아사히 신문>, 2022년 9월15일). 혁명이 아무런 지속적인 새로운 체제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혁명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다르 혁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 생각 없이 고다르가 존재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틈틈이 “고다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반(反) 고다르의, 고다르에 대한 혁명”의 의미이다(“고다르에 대해 혁명을 일으키자!”, <영화론 강의>, 2008년).
[특집] ‘혁명’의 영화론, 하스미 시게히코의 <고다르 혁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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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하스미 시게히코를 말해야 하나. <존 포드론>을 둘러싸고 나타난 젊은 한국 평자들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그러모으기 위해 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와 김병규, 김예솔비 평론가가 모였다. 그들은 하스미 시게히코의 비평이 주는 매혹을 세세히 인정하면서도 그에게서 종종 느껴지는 한계와 이질감을 쉬이 지나치지 않았다. 대담에 앞서 임재철 평론가는 하스미 시게히코의 이력, 한국에 하스미 시게히코가 소개된 경위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젊은 평자들에게 대담을 맡겼다. 임재철 평론가는 90년대 후반부터 하스미 시게히코의 작업물을 한국에 소개했고 첫 한국어 번역본이었던 2001년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기획·발간한 뒤 <영화의 맨살> <존 포드론> 등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01년과 2003년 <씨네21>을 통해 그와 하스미 시게히코가 나눈 대화는 한국 매체에서 하스미 시게히코의 비평적 태도를 엿볼 희귀한 기회였다. 항상 영화의
[인터뷰] ‘여전히 유효한 비평적 모험’, 김보년, 김병규, 김예솔비 평론가의 하스미 시게히코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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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번역된 책 (김경수)
<감독 오즈 야스지로> 윤용순 옮김 / 한나래 펴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하스미 시게히코의 단행본으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전반을 다루는 작가론이다. 서장과 종장을 포함해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제목은 “먹는다는 것” 등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반복되는 요소에서 딴 것이다. 구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관객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영화의 사소한 디테일에 집중한다. 그 디테일이 포개지고 변주되는 순간 생기는 독창적인 생동감을 포착한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가 정적인 영화이며 그의 영화가 선(禪)과 모노노아와레와 같은 동양적인 정신을 반영한다는 통념을 뒤집기 위해서다. 하스미 시게히코를 통과한 오즈의 영화는 더는 정적인 영화가 아니고, 폭발적인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동경 이야기>의 엔딩을 흐린 날씨와 연결하는 대목이 특히 탁월하다.
<영화의 맨살>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펴냄
하스미 시
[특집] ‘그가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 하스미 시게히코의 주요 저서들 - 번역서부터 번역을 기다리는 책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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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밍 스타> 강연
3월23일 도쿄 시부야에 있는 미니 시어터 시네마베라에선 돈 시겔의 <플레이밍 스타>(1960) 상영 후 하스미 시게히코 평론가의 강연이 이어졌다. <숏이란 무엇인가-실천편>의 발간 기념 행사였다.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 대번에 알 수 있던 자리였다. 이 소중한 기회를 붙잡기는 쉽지 않았다. 며칠 전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사전 예매 현장은 인산인해였고, 행사 당일 142석 규모의 시네마베라 상영관은 빈자리 없이 채워졌다. 이 행사를 기획한 시네마베라의 지배인 나이토 유미코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하스미 시게히코 선생님만큼 영화 팬을 모을 수 있는 평론가나 관계자는 없다”라며 그의 건재한 영향력을 입증해주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스스로 “50년대 미국영화가 나의 뿌리”임을 연신 밝히고 있다. 그중 그의 유년 시절과 현재에까지 막대한 의문과 경탄을 일으킨 영화
[특집] 하스미 시게히코를 들여다보는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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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포드는 브레히트적인 영화 작가이면서 모럴의 가치를 숏으로부터 격리하는 영화 작가로 이해된다. 모럴을 중시하지 않는 존 포드라는 영화감독의 역사적 위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가 존 포드를 격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에 있어서 유일한 모럴이란 숏과 그 연쇄- 토키가 되고 나서는 거기에 음성도 더해질 것이지만- 에 걸맞은 작품을 접해야 한다는 체험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950년대의 <카이에 뒤 시네마>에 의한 존 포드의 극단적인 과소평가는 문자 그대로 모럴이 결여된 것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심지어 <수색자>도 그 공개 연도의 ‘베스트10’에서 배제되어 있으니까. 물론 그런 풍조를 조성한 장본인인 앙드레 바쟁을 비롯해 많은 비평가와 영화 작가들도 이윽고 그 잘못을 깨닫기는 했다. 그러나 트뤼포가 포드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은
[인터뷰] 영화비평과 ‘필름적 현실’의 특권화, 하스미 시게히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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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야 할 때에 결국 만나게 된다. <씨네21> 창간기념호에 하스미 시게히코를 만난 걸 인연이라 포장하고 싶지만 결국 세상 모든 인연은 의지의 결과이기도 하다. <씨네21>에서는 <존 포드론>의 한국 출판을 기념하여 (국내 평자 김병규, 김보년, 김소미, 김예솔비, 오진우 평론가의 질문을 포함) 서면 인터뷰를 먼저 진행했는데, 소개할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 어려웠다. 마침 일본에서 신간 <숏이란 무엇인가-실천편>의 발매를 기념하는 상영회가 열렸고 이우빈 기자가 한달음에 달려갔다. 우리를 흔쾌히 맞아준 하스미 시게히코 선생 덕분에 도쿄 시부야에 있는 그의 자택을 방문하여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얻었다. <존 포드론>엔 하스미 시게히코의 비평적 정수가 담겨 있다. <역마차> <수색자>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기며 20세기 할리우드 서부극의 또 다른 이름이 된 존 포드다. 그 명성만큼이나 존 포드의
[인터뷰] 스크린에 투영되는 ‘영화의 필름적 현실’과 맨몸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하스미 시게히코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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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미 시게히코는 누구인가. 그는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난 영화·문학 평론가이고 <백작부인>을 쓴 소설가다. 도쿄대학교와 프랑스 파리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귀스타브 플로베르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쓴 불문학자이기도 하다. 1970~80년대엔 <감독 오즈 야스지로> <나쓰메 소세키론> <영화의 신화학> 등 대표작들을 저술하며 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 20세기 중후반 유럽의 학문을 일본에 소개했으며 도쿄대학교와 릿쿄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때 그의 강의를 들었던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수오 마사유키 등은 하스미파의 제자로 이름을 떨치며 일본영화계를 이끌었다. 이내 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도쿄대학교 총장을 역임했고 퇴임 이후 <존 포드론>를 비롯한 숙원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씨네21> 290호). <존 포드론>은 2022년 일본에서 출간된 후 이듬해에 한국
[특집] 하스미 시게히코를 말하다, 일본의 영화·문학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와의 인터뷰, 출판물 안내, 젊은 영화평론가들의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