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 시리즈 부문 올해의 여자배우로 “<졸업>의 히로인”(조현나) 정려원이 선정됐다. 대치동 스타 강사 서혜진으로 분한 그는 “험악한 상황을 경험하고도 강의실 문을 열 때는 한껏 미소 짓는 ‘프로’의 얼굴과 고단한 30대 여성 직장인의 얼굴”(오수경)을 고루 보여주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작품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그 지점을 향해 넓게 움직이며 달려”(복길)가는 배우임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증명해냈다. 그가 “주저하지 않고 전력질주하는 자세로 연기” (김현수)했기 때문에 <졸업>은 “자기 캐릭터를 온몸으로 통과해낸 ‘인간 정려원’의 순도 높은 사랑과 숙련된 베테랑 ‘배우 정려원’의 밀도 높은 테크닉이 만들어낸 눈부신 랑데부”(진명현)를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기쁜 소식을 전하며 정려원에게 <졸업>의 명장면에 대해 세세히 물었다. 일찍이 <졸업>을 자신의 분기점이라고 말해왔던 그는 여전히 현장의 순간과 신의
[인터뷰] 자기 확신의 미래로, 2024 올해의 여자배우 - <졸업> 정려원
-
올해의 감독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송연화
“보이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란 물음에 교과서적 답에 가까운 연출”(김선영)을 보여준 송연화 감독이 올해의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미 “4부작 <멧돼지사냥> 때부터 뛰어난 연출력”(박현주)을 예견했으며 “매끈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확고히 입증”(피어스 콘란)했다. “급격한 반전이나 추리가 아닌 심리적 혼돈을 밀도 있게 연출하는 높은 능력치”(위근우)와 “프레임이 ‘경계’를 담는 독창적 관점을 치밀하고 다양하게 제공”(정재현)한 솜씨는 “장르물을 탁월하게 연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PD의 발견”(조현나)을 이끌었다. “매 장면 감독의 뚝심과 야심을 각인한 연출자의 완력은 올해 가장 독보적”(김소미)이었음에 틀림없다. 송연화 감독은 “밀도가 높은 이야기에 맞춘 몰입감을 구현하는 일”에 연출의 주안점을 뒀다. “
[특집] 2024 올해의 감독, 작가, 제작사, 남자배우
-
장르물 맛집이 된 지상파 금토드라마
MBC와 SBS는 각자의 금토드라마를 시청자와 평단 모두에 각인시키며 약진했다. 그리고 이들이 기획한 금토드라마의 대다수는 오랫동안 지상파 시리즈의 약점이라 불렸던 장르물이다. 올해 MBC는 “파업 이후 제작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편성작들이 많았는데 다시 ‘드라마 왕국’의 폼을 찾았다”(박현주). 시작은 역대 MBC 금토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액션 코믹 사극 <밤에 피는 꽃>이었다. 이후 MBC 금토드라마가 한결같이 집중한 장르는 스릴러와 추리물이다. 상반기엔 사고로 아들을 잃은 교수(김남주)가 복수를 꿈꾸며 진범을 찾아나서는 <원더풀 월드>, 추리소설가 시어머니(이혜영)와 정신건강전문의 며느리(김희선)가 범죄자를 공조 추적하는 <우리, 집>이 편성됐다. 하반기엔 “올해 최고의 드라마 두편이 MBC에서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피어스 콘란)라는 찬사 속에 “한국이 가장 잘하는 것을 다시금
‘지상파 장르물, 여성 서사, 퀴어’ - 2024 드라마의 경향과 트렌드
-
올드미디어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뉴미디어는 장인의 노련함을 신뢰할 때 빛을 발하는 작품이 탄생한 해였다. 이는 스타 창작자에 기대기보다 기획의 힘이 중요해지는 최근 드라마 업계의 추세와도 연관 있다. 1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드라마 명가로 오랫동안 명성을 얻은 MBC의 2021년 극본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2022년 <씨네21> 올해의 시리즈 9위에 오른 4부작 <멧돼지사냥>의 송연화 감독이 연출한 첫 미니시리즈이기도 하다. 2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독립영화계에서 온 차세대 감독,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협업해 불륜 소재의 독창적인 블랙코미디를 탄생시켰다. 3위 tvN <졸업>은 안판석 감독의 구력이 CJ ENM 신인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 오펜(O’PEN) 출신 박경화 작가의 가능성을 만난 작품이며, 4위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명의
MBC의 귀환과 새로운 재능의 탄생, - 올해의 시리즈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시리즈들, 과소평가·과대평가·2025년 기대작
-
-
1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부녀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는 듯한 집요한 시나리오와 치밀한 시각화. 월등한 완성도.”(김혜리) “연출, 각본, 촬영, 음향, 연기 모든 부문에서 2024년 한국 드라마의 가장 빛나는 성취.”(복길) “다소 느린 전개와 반복되는 반전 구도를 상쇄시킬 정도로 세밀한 연출력, 완성도 높으면서 클린한 미장센, 어긋난 진심을 파고드는 각본의 힘이 강력했던 올해의 숨은 보석.”(김소미) 송연화 감독의 미니시리즈 연출 데뷔작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올해의 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미디어가 보통 사이코패스를 그려내는 방식에서 쌓이는 편견을 캐릭터에 넣고 그 자체가 스릴러의 동력이 되는”(박현주) 플롯이 영리했던 작품이다. “즉, 극 중 캐릭터가 가진 의심과 시청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선입관이 공유되면서 일반적인 살인 스릴러로 멈출 수 있었던 작품을 풍부하게 이끌어냈다.”(박현주) 그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신뢰
[특집] 2024 올해의 시리즈 베스트5
-
산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버티고 살아남은 플랫폼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24년은 특히나 MBC 같은 역사를 자랑하는 방송국이 어떤 OTT보다도 준수한 작품을 내놓으며 호평받은 해였다. 이들이 기성 영화감독이나 신인 작가와의 협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올해는 25명의 영화평론가와 기자 그리고 TV비평가가 ‘시리즈’ 송년 베스트 설문에 참여했다. 선정 대상은 2023년 12월4일부터 2024년 12월8일까지 방영된 시리즈물로, 단막극도 포함했다. 해당 기간 내에 ‘마지막 회’가 방송됐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즉, 아직 종영하지 않은 <열혈사제2>는 해당되지 않지만 2023년 11월24일부터 2023년 12월22일까지 방영된 <소년시대>는 포함된다). 2024년 해외 드라마 최고의 인물, 2025년 기대작을 묻는 질문이 추가됐다. 2024년 시리즈를 되돌아보고 산업의 향방을 암시하는 설문 결과를 공개한다.
[특집] 2024 올해의 시리즈 - 시리즈 경향과 최고의 시리즈 리스트, 감독, 작가, 제작사, 배우, 스태프까지
-
국가인권위원회의 15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인 <힘을 낼 시간>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은퇴한 아이돌 출신의 세 친구가 뒤늦게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이들은 뒤늦게 평범함 속에 녹아들려 하지만, 마음속에 응어리진 비애가 여행 도중 불쑥불쑥 얼굴을 내민다. 어쩌다 귤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비를 지급받는 순간, 지금까지 아이돌 활동으로 정산을 한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식으로. <힘을 낼 시간>은 아이돌 산업의 민낯이나 그림자를 직접 고발하지는 않지만 세 친구가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던 결핍과 상처를 천천히 고백하면서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가리킨다. 제주에서 이어진 소동 같은 수학여행은 분명 생의 의지를 촉발할 튼튼한 디딤돌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회복하는가. 영화는 천천히 그 답을 꺼내준다.
- <힘을 낼 시간>은 국가인권위원회
[인터뷰] 우리는 삐거덕거리는 우리를 응원해, <힘을 낼 시간> 남궁선 감독
-
해사하고 말간 미소 뒤편에 숨겨진 불안 증세. 귀여운 외모와 작은 체구에 가려진 흔들리는 목소리. 대중에게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끝내 은퇴한 아이돌 러브앤리즈의 ‘사랑’은 무척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다. 좀처럼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랑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돌발 행동이 있기 때문에 잔잔한 수학여행이 자기 고백적인 자리로 거듭날 수 있다. 인물을 체화하기 앞서 배우 하서윤은 사랑이 충동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왜?’라는 질문을 먼저 건넸다. 그리고 그 답안지를 채우는 동안 사랑이 끌어안아온 오랜 외로움을 알아차렸다. 자기 주변을 돌아보고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만이 그려낸 희망이 이 사랑 안에 담겨 있다.
- 사랑이는 속마음이 투명하게 보이지만 어떤 행동을 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를 어떻게 바라보았나.
사랑이와 나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모두가 성공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없는 분야
[인터뷰] 쉼표 하나, 그려보는 마음으로, <힘을 낼 시간> 하서윤
-
“힘을 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힘을 낼 시간>을 찍으며 그 용기를 얻었다.” 힘을 내라는 허울뿐인 응원을 거부하는 현우석에게서 상처를 기꺼이 마주하며 진심 어린 공감을 건네고자 하는 어른스러움이 듬뿍 묻어나왔다. 그의 온기는 금전적 위기에 처한 전직 아이돌 태희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었을 법하다. 언제나 서글서글하게 웃음 짓는 태희 내면의 고뇌와 깊은 배려심은 현우석의 눈결에 담겨 스크린 너머에 뭉클한 파동을 전한다.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실히 귤을 따던 태희처럼, 작품마다 한 걸음씩 우직하게 이어온 현우석의 수확이 풍요롭다.
- 2022년 <씨네21>과 인터뷰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 2년여간은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한 듯하다.
2022년 드라마 <치얼업>을 찍은 후 한동안 독립 장편영화 <빅슬립> <돌핀> <힘을 낼 시간> <너와 나의 5분>을 연이어 작업했다. 진정성 있는 필모그래피
[인터뷰] 천진난만함이라는 나만의 힘, <힘을 낼 시간> 현우석
-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다가 결국 은퇴에 다다른 아이돌 러브앤리즈의 리더 수민. 그는 어려서부터 책임감이란 단어와 가까웠다. 지망생 시절 연예기획사 내 극심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책임졌고, 데뷔한 뒤에는 어떻게든 팀을 이끌기 위해 모든 의무를 다했다. 갈지자로 흩어지는 자유분방한 여행기에서조차 수민만이 원점으로 돌아오는 건 어쩌면 관성 같은 그의 책임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뜻 외로워 보이는 그의 곁엔 배우 최성은이 있다. 수민의 얼굴이 되어 소리도 질러보고, 이유 없이 웃어도 보고, 오랫동안 응어리진 슬픔도 꺼내보면서 그는 이제 수민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됐다.
- <십개월의 미래> 이후 남궁선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을 함께한다.
<십개월의 미래>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님을 만났을 때 <힘을 낼 시간>을 준비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시는데 시나리오가 무척 궁금했다. 그때
[인터뷰] 손에 꼭 쥔 것을 내려놓을 용기, <힘을 낼 시간> 최성은
-
세 친구는 어쩌다 단돈 98만원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된 걸까.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한 이후 평범한 학교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수민(최성은), 태희(현우석), 사랑(하서윤)은 돌연 자기들만의 수학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어쩐지 초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더니 수학여행의 ABC인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천지연폭포는 찾아볼 수 없고 세 친구는 귤밭에서 귤만 똑똑 따고 있다.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여행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마음속 도미노를 와르르 무너뜨린다. 누구보다 빨리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더는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아이돌의 좌절된 꿈. 이들은 타인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농축된 슬픔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한다. 젊은이의 한탄과 토로 사이 어딘가로 보이는 이야기는 쇼 비즈니스가 꼭꼭 숨겨둔 불공정 계약, 아이돌 인권침해, 부적절한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을 나긋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세명의 방랑자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살다가 한번쯤 길을 돌아
[기획] 우리 내일은 조금만 더 강해져볼까, <힘을 낼 시간> 배우 최성은, 현우석, 하서윤, 남궁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