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OTT의 위기와 문제를 논하는 기사가 쏟아져나온다. OTT 오리지널 작품들 중 다수가 제작비와 누적 시청 시간을 필두로 홍보되지만, 공개 후 평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OTT가 불려놓은 배우의 몸값과 제작비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글로벌 기업의 공세에 밀려 국내 OTT들은 매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자구책으로 내놓은 OTT들의 수많은 신규 사업 모델은 구독자에게서도 업계에서도 냉담한 반응을 얻는다. 지금의 OTT는 여러모로 미디어 시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극장산업의 쇠퇴,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를 말하지만 OTT가 직면한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한때 극장을 대신하여 미디어산업의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올 것처럼 보였던 OTT는 언제 어디서부터, 무엇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문제들을 떠안게 됐을까. 이들이 처한 위기는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씨네21>은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를 바탕으로 위기의 OTT 산업을 분석
[특집] 위기의 OTT에 건네는 네 가지 질문, 콘텐츠 제작비와 출연료 상승 문제부터 OTT의 신규 사업 전략까지
-
공작가의 도련님에서 자신을 배척하는 이들의 우두머리로, 죽음을 무릅쓰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거머쥔 예언자로, 스스로 황좌를 탈취한 황제로 거듭나는 폴 아트레이데스를, <듄: 파트2>의 티모테 샬라메는 온전히 연기해낸다. 폴은 <듄: 파트2>에서 폴 이상의 존재로 성장해간다. 사실 성장한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아서, 그는 마주하는 모든 위기에서 잠재력을 폭발하며 대서사시 속 전설의 존재가 되어간다. <듄: 파트2>에서 폴은 퀴사츠 해더락(‘길을 단축하는 자’), 무앗딥(아라키스의 사막에 서식하는 쥐, ‘길을 가리키는 자’라는 뜻도 있다), 우술, 마디(‘낙원으로 이끌 자’), 리산 알 가입(‘외계에서 온 목소리’)을 비롯해 여러 방식으로 호명되는데, 자신에게 붙여진 이름을 스스로 증명해낸다. 티모테 샬라메의 폴은 <듄>에 처음 등장할 때는 15살의 소년으로, 다소 유약한 인상이었다. 전투력은 노력해 쌓아가는 중으로, 가족 안에서 부족함 없이
[기획] 플랜B 없는 폴 아트레이데스, <듄> 시리즈의 배우 티모테 샬라메
-
<듄>의 세계관은 아라키스 행성의 끝없는 사막을 닮아 방대하다. 황량하면서도 황홀한 풍경 묘사에 <듄> 파트1의 대부분을 할애했음에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는 여전히 못다 한 말이 많다. 원작에 묘사된 아라키스 행성 북부의 지도와 핵심 지형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상상을 이미지로 창조해낸 <듄>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는 직관적인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아라킨과 카르타그는 행성 외부의 세력이 스파이스 채취를 위해 아라키스에 정착하며 설립한 도시들이다. 카르타그는 아라키스 내 최대 규모의 도시로 하코넨 가문 점령 시기 행성의 수도였다. 레토 공작은 더 작지만 방어가 용이한 도시 아라킨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본거지로 삼는다.
시에치는 사막 전역에 퍼져 있는 프레멘들의 주둔지다. 아라키스의 원주민인 프레멘은 하코넨 가문의 박해와 사막의 모래 폭풍을 피해 동굴 구조의 지하 도시들을 건설하고 각 시에치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를 구축했다. 폴과 제시카가
[기획] 지도로 보는 아름다운 행성, 아라키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가볍게나마 체험하고 싶은 초심자들, <듄> 파트1의 내용을 빠르게 복습하고 싶은 팬들, 무한한 사막의 모래 폭풍 같은 서사 속에서 길을 잃은 관객들을 위해 <듄>의 세계관 속 이모저모를 수집해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설정상의 의문에 대한 원작의 답변과, 원작 소설 1권의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한 <듄>의 타임라인도 포함했다. <듄: 파트2>가 각색한 부분과 원작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소설과 영화, 두 세계가 각각 그려내는 무앗딥의 신화를 상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Q. 베네 게세리트는 어떤 단체인가.
<듄>의 세계를 움직이는 숨은 힘인 베네 게세리트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종교적 학파이다. 학파의 교육을 받은 일원은 분자 단위의 신진대사 조절, 상대의 행동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화술인 ‘목소리’ 등의 초능력을 구사한다. 자매
[기획] <듄: 파트2> 연대기와 Q&A
-
-
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사실 영화 <듄>의 전체 스토리라인은 은근히 쉽다. 그리스신화, 삼국지, 셰익스피어극을 통해 익히 접해왔던 영웅 서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듄>은 상징과 무드로 조형된 드니 빌뇌브 영화 중 가장 친절한 편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드니 빌뇌브의 <듄>은 복수극이자 성장담이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전과 메시아임을 각성하기 전까지가 파트1, 그가 복수를 시작하고 메시아로 부상하는 과정에 약간의 러브 스토리를 더한 게 파트2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듄>(2021)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듄>에선 먼 미래인 10191년, 바다가 있는 칼라단 행성에서 살던 귀족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듄’이라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로 이주했다. 코리노 가문의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워컨)로부터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되는 스파이스를 관리하라는 명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명령은 평민들의 존경을 받는 아트레이데스
[기획] <듄>의 레거시는 어떻게 굳건해지는가, <듄>이 가물가물하고 <듄: 파트2>가 어려운 관객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
1960년, SF소설을 펴낸 적 있는 미국의 프랭크 허버트는 신문사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서 밤에는 야간 사진 편집자로 근무하고 낮에는 글을 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그는 가족에게 새로 쓴 소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등 떠밀려 고통의 시험을 치르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가 될 거야.” 1963년 12월부터 매거진 <아날로그>에 연재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은 1965년에 이르러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그 책이 바로 <듄>이다. 차츰 명성을 얻어 1980년대 캐나다 퀘벡의 어느 작은 서점에도 입고된 <듄>은 호기심 많던 10대 캐나다 소년 드니 빌뇌브의 눈에 띄었다. “책을 손에 쥐고 펼치자마자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엠파이어>) 이날의 ‘사건’ 이후 드니 빌뇌브는 영화감독이 된 뒤로도 <듄>이라는 “불변의 꿈”을 품어왔다. 그의 오랜 꿈은 2021년, 자신의 10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
[기획] <듄: 파트2>의 모든 것, <듄: 파트2> 리뷰에서부터 오스틴 버틀러 내한 인터뷰까지
-
2019년, 티모테 샬라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등장했다. 운좋게도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배우를 미리 만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티모테 샬라메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2024년, 티모테 샬라메는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더 거대하고 매력적인 배우가 되어갈 그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ARCHIVE] 티모테 샬라메의 아우라
-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언론의 유례없는 호평 세례가 쏟아진 대작 SF <듄: 파트2>가 2월28일에 한국 관객을 다시 우주적 스케일의 경이로운 세계관으로 초대할 예정이다. <듄: 파트2> 개봉을 앞두고 감독인 드니 빌뇌브와 배우 티모테 샬라메, 젠데이아, 오스틴 버틀러, 스텔란 스카르스가르드가 한국 땅을 밟았다. <듄: 파트2>팀은 공항에 발 디딘 순간부터 국내 팬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특히 티모테 샬라메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SNS에 업로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 오후 2시 <듄: 파트2>팀의 내한 행사 중 하나로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홀에서 <듄: 파트2> 프레스 콘퍼런스가 열렸다. 수많은 기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듄: 파트2>팀은 공항에서부터 열렬히 환영해준 한국 팬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2019년에도 내한한 적 있는 티모테 샬라메는 자신을
[기획] “<듄> 세계관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듄: 파트2> 내한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에 가다
-
2022년,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엘비스>의 주연을 쟁취한 서른살의 오스틴 버틀러에 대해 세상은 궁금해했다. 2005년부터 여러 틴 시트콤에 출연한 그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의 영화와 브로드웨이 무대를 오가며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엘비스>로부터 2년 후, <듄: 파트2>의 빌런 페이드 로타 하코넨을 연기한 배우에 대해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2023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수많은 트로피를 휩쓸며 세간의 관심을 열광으로 바꿔낸 뒤였다. <듄: 파트2> 홍보를 위해 내한한 오스틴 버틀러를 만났다. 나긋하지만 막힘없는 그의 언어는 진중한 배려의 문법을 구사했다. “오스틴이 아직도 엘비스처럼 말한다”는 농담이 퍼질 정도로 배역에 몰두하는 성실함은 유명했지만, 이제 직업적 헌신과 일상의 균형을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원숙함마저 느껴졌다. 잔혹한 검투사의 서늘함과 인터뷰 장을 데우는 다정
[인터뷰] 내가 제시했던 레퍼런스는 뱀, 표범, 상어였다, <듄: 파트2> 배우 오스틴 버틀러
-
<바튼 아카데미>가 보여주는 청춘의 이미지에 관심이 생겼다면 참고할 만한 또 다른 영화들이 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바튼 아카데미>의 영감으로 꼽은 <졸업>을 필두로 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졸업> 1967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미국 과의 인터뷰에서 <바튼 아카데미>의 영감으로 꼽은 영화. <바튼 아카데미>가 학교 안에 (자의적 타의적으로) 갇힌 교사, 학생, 요리사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풀어낸다면 <졸업>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은 청년 벤자민(더스틴 호프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바튼 아카데미>의 70년대 분위기를 섬세하게 구현하고 싶었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미술팀, 음악팀, 촬영팀에 <졸업>을 비롯하여 <해롤드와 모드>(1971), <마지막 지령>(1973), <페이퍼 문>(1973) 등을 보여줬다.
[특집] <졸업>부터 <굿 윌 헌팅>까지, <바튼 아카데미>와 연결된 영화 네편, 청춘의 묵시록
-
내가 다닌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 이름은 빠올로였다. 학년 초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는 자기소개를 한 뒤 학생들은 그의 실명을 잊은 채 지냈다. 빠올로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우리 딸은 꼭 실업계 고등학교를 보낼 거야. 이런 일반고 절대 안 보내.” ‘이런 일반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는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어른들이 만든 규제를 의심 없이 순응했고 청소 시간에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영어 방송을 무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베토벤 가곡 (그대를 사랑해) 원곡을 암송하는 음악 수행평가를 치렀다. 이히 리베 디히 조 비 두미 암 아벤트 움트 안 모르겐. 40명이 조금 안되는 아이들이 한명씩 차례로 나와 노래를 불렀고 한명의 낙오 없이 외계어 같은 가사를 악착같이 외워왔다. 칭찬을 기다리던 착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빠올로가 물었다. “여기 이 노랫말 뜻 아는 사람 있어? 가사는 죄다 완벽하게 외워왔는데 왜 이게
[에세이] 순종 너머의 청춘과 성장, <바튼 아카데미>가 학교에 ‘갇힌’ 아이를 일으켜세우는 방식이 촉발한 기억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