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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2013 (1)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 <씨네21> 기자들과 평론가들이 선정했습니다

누구나 이맘때면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씨네21> 역시 올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선정했다. 2013년을 제대로 마감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마무리다. 올해의 영화 부문에서는 한국영화와 해외영화 베스트5를 뽑았고 여기에 과대, 과소평가된 영화들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더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독자들의 지속된 요청을 반영하여 필자별 한국영화 베스트5는 물론이고 해외영화 베스트5의 목록도 함께 싣기로 결정했다. 올해의 영화인 부문에서는 예년과 동일하게 올해의 감독, 주연남녀배우, 신인남녀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등 총 9명을 선정했다. 30명의 <씨네21> 필진이 참여한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과 함께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2013년의 영화들을 만나보자.

2013 한국영화 베스트5

올해의 한국영화 1

인간이라는 딱하고 예쁜 존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다. “꿈과 현실이 동등하고 정연한 배치로 흘러가며 만드는 리듬과 정서가 아름답다. 애처롭고도 씩씩한 젊은 여자가 삶에서 그리워하는 것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홍상수가 냉소주의자가 아니라 인간을 딱하고 예쁜 존재로 바라보는 작가라는 사실을 어떤 전작보다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김혜리)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로 선정한 지지자들을 대표할 만한 평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애상의 감정이 유독 깊은 영화로 손꼽힌다. 젊고 씩씩하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소망도 많은, 해원이라는 젊은 여성 캐릭터가 겪어내는 그 감정의 모험극이 진한 여운을 전한다는 의견도 많다. 영화 속 꿈과 현실을 동일 질감으로 오가며 만들어낸 그 새로운 미학적 성취에 대한 찬사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해원을 통해 드러내는 홍상수의 기하학적 청사진. 시공간을 뛰어넘는 통쾌함과 청량한 감상이 주저없이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게 만든다.”(이지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외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시간을 견디고 반복하고 다시 감각하기 위해 애쓰고, 그런 자신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동안 홀로 외롭고 슬프고 무서웠으나, 적어도 죽음에 지지 않았다. 한없이 서글프지만 결국은 죽음에 지지 않는 영화. 홍상수의 열네 번째 영화는 그렇게 또 한번, 또 다르게 생을 깨어나게 한다” (남다은) 등의 평들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니 그 말들을 따르자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꿈과 현실을 아름답게 잇고, 죽음과 용기 있게 대면하고, 생을 새롭게 두들기는, 불가사의한 영화다. 그로써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의 영화 1위가 된 것이다.

올해의 한국영화 2

희극과 비극의 새로운 조합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희극과 비극의 새로운 조합.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새로운 영화.”(남동철) “올해 본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새로웠다. 서서히 펼쳐지는 종교화들을 보는 듯했다. 어떤 믿음에 대한 맑은 마음 같은 것이 보여서다. 그래서 역사의 해원 과정도 넉넉하고 품위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진솔했다. 풍경의 빼어남은 다들 평가할 것 같다”(한창호) 등의 호평이 넘쳐났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새롭다. 무엇보다 그 점이 많은 이들을 움직였다. “단연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 역사의 상처 속에서 삶의 생생한 아이러니를 껴안았다”(김효선)는 찬사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새로움과 더불어 지역영화로서의 가치도 크게 인정받았다. “한국영화에서 관광이나 로맨스의 배경으로만 소비되었던 제주의 참얼굴을 스크린 위에 살려냈다” (김지미)는 것이다. 한편 “역사의 상흔을 다뤄 성취를 이뤄냈다. 영화적 과장은 있지만 그 절실함은 훼손되지 않았다”(김영진)는 평은 이 영화가 역사를 끌어안은 자세에 대해서도 큰 호응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간 조금씩 예고되어온 오멸 영화의 가능성이 마침내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에 이르러 탁월하게 빛을 발했다.

올해의 한국영화 3

누구의 선희도 아닌 선희 <우리 선희>

세 남자에게서 착하고 안목이 좋은데 가끔은 또라이 같기도 하다는 엇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는 선희라는 여인, 그녀는 도대체 누구의 여인인가. 알 수 없다. 제목은 <우리 선희>라고 붙어 있지만 그녀는 누구의 선희도 아니다. <우리 선희>에는 그 세 남자와 선희와 선희에 관한 말들이 그저 떠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이 영화는 내내 생생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점점 허허실실해지는 듯 여유로워 보이는 외양 속에 자신의 영화적, 윤리적 화두를 더 단단하게 벼려가고 있는, 한마디로 경이로운 홍상수의 세계”(변성찬)라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그런가 하면 <우리 선희>는 “여전히 정력적이고, 여전히 창의적이고, 여전히 급진적인”(장병원) 홍상수의 세계이기도 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어왔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이나 꿈과 현실간 관계성이나 시간의 축을 흔드는 중층적인 구성 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감정적 파장은 놀랄 정도로 강력하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거울처럼 마주서 있는 영화.

올해의 한국영화 4

독창적이고 견고한 봉준호 월드 <설국열차>

마침내 <설국열차>가 왔다. 봉준호 감독이 수년 전부터 숙원처럼 여겨온 프로젝트다. “일단 만들어졌다! 그것도 준수하게!”(듀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건 <설국열차>라는 영화의 완성 자체가 하나의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올해의 영화들 중 가장 높은 기대와 관심 속에 개봉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 자신도 “<설국열차> 이전까지를 나의 초기작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할 정도로 이 영화는 봉준호 영화세계의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소재와 규모, 연출의 장악력”(송효정)이라는 지적처럼,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장르적으로 독창적이고 견고하다는 의견들이 강력하다. “올해 만들어진 포스트묵시록 장르영화 중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창의적인 작품”(이지현)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장르영화의 외형을 갖췄음에도 봉준호식 성찰은 무뎌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강조된다. “봉준호의 새로운 시작이자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작. 지극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지극히 도식적인 구조 속에서 ‘삑사리’내지 않고 정면 승부한 봉준호의 새로운 뚝심”(우혜경)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설국열차>는 올해의 대중영화인 동시에 독특한 정치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올해의 한국영화 5

진정한 (이방인) 시네아스트 <풍경>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감독은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꿈에 관해 물었던가 보다. 그 꿈이란 한국에서 어떻게 성공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무엇을 보았는가 하는 것이다. 당신이 한국이라는 이국의 땅에 살면서 그리워하거나 하고 싶거나 두려워하는 것들은 어떻게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밤에 찾아오는가, 물은 것이다. 인물들이 그들의 꿈 내용을 말해주면 감독은 종종 그 내용에 근거하여 어떤 풍경들로 조응하거나 부연하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에 섬세한 배려와 정확한 관찰의 힘들이 스며 있다. 말하자면 “이미지의 완력을 보여준 장률의 내공. 팩트의 채록만으로 이룬 시적 다큐멘터리”(장병원)다. “진정한 이방인 시네아스트 장률. 그는 이 땅의 이방인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가 그려놓은 이 땅의 낯선 풍경, 우리가 꼭 대면해야 할 올해의 영화적 풍경임에 틀림없다”(변성찬)는 절찬도 받았다. 장률 감독 특유의 영화적 신중함이 다큐에서도 발휘된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다.

<사이비>

<베를린>

<러시안 소설>

주목해야 할, <사이비>와 신연식 감독

한국영화 총평, 그리고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한국영화 10선

01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0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03 <우리 선희> 04 <설국열차> 05 <풍경> 06 <베를린> 07 <신세계> 08 <러시안 소설> 09 <비념> 10 <더 테러 라이브> <사이비>

올해는 1위부터 4위까지 비교적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1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2위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경합 양상이었다. 각각 강력한 지지자들을 두고 있었다. 3위 <우리 선희>와 4위 <설국열차>는 말 그대로 초접전을 벌인 끝에 막판에 <우리 선희>가 조금 앞섰다. 홍상수 감독은 2010년 <하하하> <옥희의 영화> 이후 또 한번 두편의 영화를 5위권 안에 올려 세웠다. 반면에 4위 <설국열차>와 5위 <풍경> 사이에는 격차가 컸다.

6위에 오른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다. “이야기의 미세한 균열을 혹독한 땀으로 흡수하는 장인의 에너지”(주성철), “잘 짜여진 첩보액션 장르물의 쾌감”(이화정)이라는 지지를 얻었다. 액션영화의 달인 류승완 감독이 완성해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7위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다. 장르적인 세공술이 매우 뛰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르적 쾌감으로서 <신세계>가 가장 즐거웠다”(주성철), “(수컷들의) 한국적인 인간관계를 장르와 연관짓는 영리한 방식. 스토리, 무드, 음악, 스타일이 잘 어우러진 수작”(송효정)이라는 평들이 있었다. 8위는 신연식 감독의 <러시안 소설>이다. “문학과 영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며 이야기의 층위를 치밀하고 도전적으로 파고들어 영화적 활기를 성취한다. 영화가 문학을 사랑하는 가장 영화적인 방식”(남다은)이 주요한 근거가 됐다. 9위는 임흥순 감독의 <비념>이다. “소재를 좇으며 내용을 전달하는 데 급급한 한국 다큐멘터리들 속에서, 아직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다큐멘터리가 머리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의미 있는 시도”(우혜경)라고 평가받았다. 10위는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가 공동으로 올랐다. <더 테러 라이브>는 “배우의 연기와 각본의 합이 정교하고 탁월하다. 캐릭터의 호감도와 선악 구분에 기대는 일 없이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린 점도 인상적이다. 도심재난영화인 동시에 실내극이라는 흔치 않은 작품의 속성을 꽉 붙들고 타협 없이 밀어붙였다”(김혜리) 등이 장점으로 제시됐다. <사이비>는 “이 나라에서 종교적 행위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이 영화처럼 정확하게 그린 작품도 드물다”(듀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한편, 선정작을 가려낼 수치까지는 아니었지만 과대평가된 영화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관상> 등이 약간씩 언급됐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못 만든 영화가 아니지만 좀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 오멸은 재능 있는 감독이지만 아직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의 적절한 평가가 아쉽다”(김태훈), “소재의 참신함을 살리지 못한 빈약한 이야기, <관상>”(장병원) 등이 그 이유다. 과소평가받은 영화로는 <러시안 소설>과 <남자사용설명서>가 언급됐다. “신연식 감독의 영화는 왠지 충무로와 비충무로 사이에 끼어 있어서 늘 제대로 된 주목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비록 순위에 넣지는 못했지만 <러시안 소설>은 문학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고민하게 만들어 준, 인상적인 역작이다”(변성찬), “<남자사용설명서>는 올해 나온 코미디영화 중 자기 역할을 가장 분명히 한 작품”(듀나)이라는 점들이 근거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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