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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가 연결하는 것, 확장하는 것, 함께하는 사랑밭 정유진 대표

세상은 무엇으로 변화할까. 척박한 현실에서 사랑과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복지사각지대의 이웃들과 문화소외계층을 마주해온 NGO 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이하 사랑밭)은 두번의 연극제를 마치고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를 개최한다. 2025 문제없는영화제는 영화가 지닌 공감의 언어를 활용하여 우리 일상에 녹아든 다양한 차별과 문제를 말하는 공론의 장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게 아니라 더 자유롭게 발화하고 사유를 나누는 곳. 이야기의 힘을 딛고 공감과 이해가 흐르는 곳. 2025 문제없는영화제가 이뤄지기까지 그 과정을 살피기 위해 정유진 사랑밭 대표를 만났다.

- 사랑밭은 두번의 소시오드라마 연극제를 마치고 올해 처음 영화제를 개최한다. 문제없는영화제를 구상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고 그 일환으로 소시오드라마 연극제를 시작했다. 다만 연극제가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대중들에게 퍼져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그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영화제를 재구성했다. 또 연극제는 공간과 자리에 따라 관객마다 연극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연극제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출발점이지만, 더 넓은 공감과 참여를 만들기 위해 대중이 가장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영화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영화는 한 장면만으로도 말로 다 담기지 않는 현실을 전한다. 그 힘으로 시민들과 사회문제를 연결하는 영화제로 확장했다.

- 문화 활동으로 범위를 넓히는 NGO 단체의 활동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측도 있다. NGO 단체의 활동과 문화 활동 영역엔 어떤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하나.

NGO의 본질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변화다. 문화예술 역시 공감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과 감정을 바꾼다. 다시 말해 두 영역 모두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서 그 이해를 행동으로 확장시키는 공통의 언어를 갖고 있다. 예술은 문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 스스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문화는 낯선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문제를 가장 인간적이고 깊이 있게 마주하는 방식이다. 사랑밭은 달리기로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런, 연극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체험하는 소시오드라마 연극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함께 나누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감에서 행동을 이끌어왔다. 무엇보다 사랑밭은 빈곤을 물질적 의미로만 해석하지 않고 문화적 욕구로도 접근하기 때문에 이 확장이 낯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화소외계층이 다양한 문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기업의 사회 공헌을 통해 문화 관람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또 매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부산실버영상제도 후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의 큰 틀에서 NGO 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시민창작자들의 지원과 출품이다. 감독이 아닌 ‘시민창작자’라는 문턱을 낮춘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한편의 영화로서 전문성도 물론 중요하다. 다만 NGO로서 사회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시민참여와 확산이다. 따라서 사회문제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다는 취지를 연결하기 위해 일부러 감독이 아닌 시민창작자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특히 아직 다수에게 발굴되지 않은 문제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시민들과 함께 발굴하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감독이라는 자리로 낮은 허들을 두기보다 자신이 느끼는 사회문제를 각자의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 시민창작자로 출품 대상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작품적 특징도 있을 듯한데.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출품됐다. 큰 맥락에서는 결손가정, 돌봄 문제, 장애와 차별 등 큼직한 주제가 많았지만 그보다 일상적이고 세부적인 주제를 연결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평범한 순간을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구나’ 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 총 248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 ‘영화는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게 한다.’ 문제없는영화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세상에 어떤 직간접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유진 대표가 생각하는 영화의 힘이란.

영화가 지닌 본질적인 힘은 사람들에게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시나브로 물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정답을 주지 않지만 여러 질문을 통해 함께 정답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번 문제없는영화제를 통해 그런 기회를 가져보길 바랐다.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단 하나의 질문만 떠올려도 충분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엇일까?” 바로 여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 문제없는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은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올해는 영화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의미 있는 초청작을 정식으로 상영한다. 초청작 <엉 망이 흐른다>강은정 감독 GV를 통해 작품의 뒷이야기와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들어보면 좋겠다. 또 11편의 당선작들은 공통적으로 차별에 대한 시선을 너그럽게 풀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핵심 메시지로서 차별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사랑밭 또한 사회 내 다양한 차별을 완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더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각자의 일상에서 쉽게 실천하고 행할 수 있는 것들을 돌아보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고민과 메시지를 받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