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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그립고, 존경하는 선생님께 - 김병욱, 나영석, 양우석 감독의 추모의 말

나영석 PD -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십오야.

처음 이순재 선생님을 뵙고 <꽃보다 할배>제의를 드리면서 여러 가지 컨셉을 설명했는데,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낯설게 여기지 않으시고 담담히 들어주시면서 질문은 딱 하나 하셨다. “그럼 누구랑 가는데?” 선생님과 친하신 동료 배우 분들 누구든 추천해주시면 그분들과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친한 사람 다 죽었어. 아직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신구? 신구랑 가면 좋지” 하셨다. 다음날 신구 선생님을 바로 만나러 갔다.

여행 중에는 남다른 학구열로 자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다 읽고 보려 하셨다. 지나가다 보는 간판, 팸플릿까지도. 여행이니까 편하게 한다든가 이런 것은 일절 없었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오셨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력과 성실함이 몸에 밴 분이었다. 함께하는 PD로서는 불평을 전혀 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에게 무척 감사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그리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다수가 여행하기에, 방이 좁고 여럿이 같이 자거나 야간 기차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 등이 있었는데 단 한번도 제작진에 불편함을 내색하거나 어려운 것을 요구한 적이 없으셨다. 멤버들간에 이견이 생길 때도 당신이 큰형이라는 이유로 의견을 내세우시지 않았다. 오히려 늘 기다리는 쪽이었다. 선생님은 내게 한마디로 존경할 만한 어르신이셨다.

김병욱 PD - <거침없이 하이킥!>

<거침없이 하이킥!>. 사진제공 MBC.

<거침없이 하이킥!>. 사진제공 MBC.

처음 뵀던 카페에서 대본을 보시곤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며 웃으시던 모습.

촬영 때 날쌔게 봉 타시던 모습.

연기 평생 처음 연예대상을 타며 즐거워하시던 모습.

그리고 지난해 말 그 수척하시던 모습.

마음속 기억들을 호명하며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쌤, 사랑합니다.

양우석 감독 - <대가족>

<대가족>.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6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대와 화면 위에서 주신 웃음과 울림, 당신이 거쳐가시며 남긴 수많은 배역의 이름들과 대사들 모두 저희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당신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빛나는 흔적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란 무엇인가? 아이에게 부모란 우주다. 부모에게 아이란 무엇인가? 부모에게 아이란 신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한 신. 하지만 부모는 그 신을 간절히 섬기지.”

-영화 <대가족>, 큰스님(이순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