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마스터스 토크 중 가장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에 흠뻑 빠지면 러닝타임이 현실과 달리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듯, 미야케 쇼 감독과 홍경 배우의 만남은 2시간을 순식간에 흘려보냈다. 12월10일 국내 개봉한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을 두고 시작한 대화였으나, 서로를 향한 깊은 관심은 미야케 쇼 감독의 전작을 두루 훑고 홍경 배우의 최근작 <굿뉴스>를 서성대도록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에게는 장편영화 한편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지면의 한계상 긴 대화를 다 옮기지 못하지만,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두 사람의 전체 대화를 보고 들을 수 있다.
홍경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되기까지 과정들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이번에 개봉하는 <여행과 나날>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으셨을 때 제가 찾아뵙고 인사를 나눴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독님의 <와일드 투어>부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새벽의 모든>, 그리고 이번 영화까지 쭉 따라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어 뜻깊고 감사하다고 생각합 니다.
미야케 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었죠.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람은 진짜 영화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진하게 전해졌어요. 재밌었던 건 제 옆에 나츠오 역의 다카다 만사쿠 배우가 있었는데, 제 귀에 대고 “진짜 엄청 멋있다”고 했어요. 제가 “내 말이!”라고 얘기했던 게 기억나네요. 홍경씨와는 배우와 감독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같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대화하는 것 같아요.
홍경 <여행과 나날>을 한번 관람으로 모자라 용기내서 두번 보고 싶다고 요청하고 봤어요.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혹은 너무 많은 장애물로 인해 느끼고는 있지만 놓치고 가는 것들이 있는데, 감독님은 언제나 그런 것들을 현미경처럼 깊게 들여다보시고 그걸 영화에서 감각적으로 다시금 되살려줍니다. 그래서 국적은 다르지만 감독님 영화에 큰 위로를 받고 깊은 연대 의식을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본다는 걸 넘어 체험한다고 느꼈습니다.
미야케 쇼 <여행과 나날>을 두번이나 봐주셨어요? 최고네요. 조금 벗어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15년 전쯤 제가 장편영화를 처음 만들었을 때 막 알게 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에게 보여드렸어요. 그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이 메일로 “좋았지만 지금 당장 다시 보고 싶진 않다는 게 솔직한 감상입니다”라고 하셨어요. 그 평이 마음에 남아서 ‘그래, 꼭 끝나자마자 다시 또 처음부터 보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들자’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게 이뤄진 것 같아 기쁘네요.
홍경 저도 20대를 살면서 무감각함이나 상실감, 무기력한 그런 느낌들을 종종 받을 때가 있는데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작은 희망이라든지, 주변 사람들이랑 주고받는 작은 영향들이 모여서 작은 발걸음을 내딛거든요.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언제나 사랑으로, 혹은 작지만 주변인들과 주고받는 동력을 통해 캐릭터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아주 작은 불빛을 얻어요.
미야케 쇼 그런 느낌은 저 역시도 20대 혹은 더 어릴 때부터 분명히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는 존재하고요. 때에 따라서 ‘뭐 실패해도 상관없나?’ 싶은 감정도 있지만 조금 더 잘 살고 싶다거나, 더 좋은 건 없는지 찾고 싶어요. 저는 귀찮은 게 많고 야무지지 못하고 조금 비겁한 인간인데요, 여러 영화에서 특별할 게 없는 보통의 등장인물이지만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히어로들을 봐왔어요. 그리고 동시대에 매일매일 진심을 안고 살아가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어요.
홍경 <굿뉴스>에서 제가 연기한 서고명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렸는데 결국 그것이 박탈당하고, 벽에 부딪혀 세상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순간 허탈함이나 허무함을 느껴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아서 감독님의 말씀에 깊게 공감해요.
미야케 쇼 제 인생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 기술을 다지면서 처음엔 영화가 아닌 여러 영상 일을 했었어요. 그때도 물론 즐거웠어요. 정치인들을 인터뷰하고, 여러 기업을 취재하기도 했죠. 하지만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11일 하고 이틀 뒤, 이제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될지 모르던 때에 일하러 가서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나는 지금 이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역시 영화가 하고 싶다’라고 강하게 느꼈어요. 그때의 기억이 오랜만에 떠오르네요.
보이지 않는 것을 영화로 표현하기
홍경 이번 영화를 보면서 특히 놀랐던 건 감각과 체험의 영역이었어요. 여름 편에 나오는 바다나 바람, 온도, 햇빛, 그리고 해안가 절벽과 풀. 겨울 편에서 흰 눈으로 뒤덮인 설국을 바라봤을 때 오는 감각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름 편은 어딘가 미묘하고 야릇하고 죽음의 기운이 가까이 있는 듯하고, 도리어 모든 것이 소멸해 흰 눈으로 덮인 겨울 편에서는 희망이 보이고 생명이 싹틀 듯 고요해요. 이런 감각을 관객에게 체험하게끔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 같아요. 이런 감각을 만들기 위해 스태프, 배우들과 나눴던 이야기, 혹은 생각해둔 대목이 있으면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미야케 쇼 아침까지 얘기해도 되나요? (웃음)
홍경 저는 좋습니다! (웃음)
미야케 쇼 일단 우리 팀은 말씀해주신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구체적으로 뭘까 논의하다가 이번에는 바람을 찍자고 얘기했죠. 그런데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영화에 표현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면 분명히 관객들의 몸이 들뜨기 시작하면서 극장에서 몸이 반응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홍경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원작엔 나오지 않는 매직아워 신인데요. 해가 서서히 지면서 어둠이 찾아오는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얘깃거리가 떨어져서 “내일도 수영할 거야?”라고 물어보고 다음날 만남을 약속하잖아요. 그 장면에서 애틋하고 기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후 장면에서 나츠오(다카다 만사쿠)가 돌아갈 때 걷는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진 길이라든지, 나기사(가와이 유미)가 어두컴컴한 바다에서 담뱃불을 붙이는데 불이 붙지 않는 장면 등이 꿈처럼 느껴지고 저로 하여금 이상한 기분이 들게 했어요.
미야케 쇼 나무 그림자라든지 까만 밤바다에서 폭풍이 올 듯한 느낌은 우리가 그곳에 실제로 있는 게 아닌데 왜 체험이 될까요. 저는 영화관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물론 가끔 작은 화면으로 보거나 집에서 보고 그러면서 울 때도 있으니까 완전히 부정은 안 하지만 작은 화면으론 몸으로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영화관은 완전히 몸으로 느껴지죠.
홍경 그래서 <여행과 나날> 제목도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러닝타임이 저에겐 여행으로 다가왔어요. 여름과 겨울은 결코 만날 수가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거든요. 그러면서도 <여행과 나날>은 굉장히 초현실적이에요. 여름 편은 꿈같은 느낌이고 겨울 편은 여름 편보다 현실적인 느낌이 나지만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자연이나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걸 포착하려 했다고 했는데 영화를 찍어나가면서 계획된 것이나 직관과 계획이 합쳐져 좋은 게 탄생한 순간도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미야케 쇼 저는 콘티를 안 그려요. 대신 스태프와 말로서 여러 가지를 공유해요. 로케이션 헌팅 가서 사진을 찍고 확인해요. 특히 <여행과 나날>에서 겨울 편은 눈밭에 발자국이 생기니까 테스트를 여러 번 못했어요. 본촬영에 들어가서도 어떤 날씨인지 살펴보고 그곳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했고요. 철저하게 예상해놓지만 마지막엔 내기를 거는 것이 영화 촬영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살아가는 감각이야말로 중요하다
홍경 영화 초반에 이(심은경)가 고민이 있고 작은 동력들이 모여서 여행까지 가잖아요. 이를테면 Q&A를 마치고 우오누마 교수(사노 시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쌍둥이 동생을 만나고 그 동생에게 카메라를 건네받아요. 집에서 혼자서 글을 쓰다가 잘 안 써져서 밖을 내다보고 공기를 쐬다 열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갑자기 ‘카메라로 찍어볼까?’ 생각해요. 그러다가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는 영화로 저는 따라갔어요. 이런 작은 실 같은 연결점이 쉬워 보이지만 글로 작업해내는 건 또 다른 영역이 아닐까 해요. 어떤 질문을 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나 발자국을 따라가나요.
미야케 쇼 어려운 질문이네요. 살다 보면 ‘오늘 컨디션 안 좋네’라고 느낄 때도 있죠. 원인이 명확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합쳐져 왠지 기운이 안 날 때도 있고요. 세상에는 원인이 명확해서 우울하다거나, 그 원인을 바로잡으려는 스토리도 있죠. 저 역시 그런 영화를 좋아해요. 하지만 원인을 모르지만 상태가 안 좋다든지, 혹은 원인을 모르지만 돌파한 경우가 인생에 많은 것 같아 그런 감각이 궁금해져요. 예를 들면 어떤 삶이 행복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지 못해요. 최악의 인생이었어도 죽기 직전만 행복했다면 의외로 좋을지도 모르고, 반대로 굉장히 좋은 일이 많았지만 죽기 일주일 전에 슬픈 상황이 있었다면 그건 정말 싫을 것 같거든요. 이 이야기는 답이 없겠지만, 그런 살아가는 감각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홍경 좋지 않은 질문에 굉장한 교훈을 얻고 가는 것 같아요. (웃음)
미야케 쇼 아니에요. 정말 좋은 질문이었어요. 질문받지 않으면 꺼내지지 않는 생각들이어서 이런 질문이야말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홍경 이번 작품의 1.33:1 화면비로 인해 사물이나 인물을 정물적으로 바라보게 돼서 굉장히 집중할 수 있었어요. 미술관에서 액자 속 작품을 볼 때 집중하듯 화면비 덕분에 더 몰입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어요.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이 화면비를 택했는지, 언제쯤 이 화면비를 생각했는지, 또 왜 이 화면비여야 했는지 궁금해요.
미야케 쇼 화면비는 저 혼자가 아니라 촬영감독인 쓰키나가 유타와 최종 결정합니다. 1.33:1 화면비로 촬영하기로 한 건 로케이션 헌팅 때예요. 저와 쓰키나가가 직관적으로 이론 없이 스탠더드 사이즈(1.33:1)로 찍기로 결정했어요. 화면비는 단순히 어떻게 잘라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처음 스탠더드 사이즈로 촬영하면서 공부한 건 배우들의 위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어요. 만약 지금 우리가 1930년대 미국으로 타임슬립해서 당시 할리우드영화에 출연해 지금 이 대화를 스탠더드 사이즈로 촬영한다면 더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해야 해요. 안 그러면 두 사람을 동시에 담기 위해 카메라가 인물에서 멀어져야 하죠. 배우들의 연기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배우들이 직접 거리를 좁혀 마주 보고 연기해야 하고요. 이처럼 화면비가 연기와 두 사람의 거리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어요. 어떤 사이즈로 촬영할지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어로 말할지 한국어로 말할지 영어로 말할지와 같아요.
홍경 굉장히 신기하고 좋은 배움인 것 같아요. 요즘 대화 중심의 작품이 많아지고 움직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감독님의 영화를 볼 땐 배우들이 움직이는 데서 오는 역동성이 느껴져요. 이번 영화는 겨울 편에선 이가 여행하며 일어나는 역동성이 있고, 여름 편에서는 나츠오, 나기사를 따라가는 움직임도 있어요. 움직임과 관련된 감독님의 디렉션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배우들에게 자유롭게 맡기고 그 안에서 찾아나가는 편인가요.
미야케 쇼 일단 배우에게 맡기는 게 출발선이에요. 그 출발선 전에는 배우에게 시나리오라는 지도가 주어지죠. 이번 지도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만 그려져 있어요. 여름 편도 차 안에서 자고 있던 나기사가 겨우 일어나는데 처음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죠. 심은경씨가 연기한 이도 도쿄의 방 안에서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나고요. 거의 멈춘 상태에서 조금 움직일 때 관객의 마음도 움직여요. 멈춰 있는 게 어느 순간 움직인다, 그 자체가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멈춰 있죠. 멈춘 존재가 움직일 때 사진에서 영화로 바뀌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은 제 머릿속에는 있었지만 배우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아도 지도에 어느 정도 적혀 있고 그 지도를 읽는 법을 배우가 알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것 같아요.
“미니시어터가 없었다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홍경 구로사와 기요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하야카와 지에, 야마나카 요코 감독님을 좋아하는데요. 일본영화계에서 끊임없이 작가주의 영화와 감독들이 계속 탄생할 수 있는 동력은 뭘까요. 실례가 아니라면 어떤 지원이 있고 어떤 커뮤니티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미야케 쇼 정부 지원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할 수 있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처럼 동시대 감독들, 또는 조금 아래 세대 감독도 존재할 수 있는 건 다양한 형태의 영화관 덕분입니다. 전국의 다양한 영화관들을 일본에서는 미니시어터라고 부르는데요. 저도 처음에 독립적으로 만든 영화를 도쿄에 있는 하나의 관에서 상영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였고, 그다음 다른 동네의 영화관에서 상영했죠. 그렇게 전국을 돌았습니다. 라이브 하우스를 돌며 투어하는 밴드처럼요. 다음 영화 땐 전국 10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봉했어요. 물론 시대가 바뀌었고 지금은 제가 20대, 30대 초반이었을 때 환경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동세대 감독들은 커리어 초반에 미니시어터, 아트하우스 영화관과 소통하는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일본 정부가 영화산업에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전국의 다양한 아트하우스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자란 동네에도 그런 아트하우스가 있었고, 10대 시절 전세계 다양한 영화를 보며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고 자극을 받았거든요. 이런 영화관이 없었다면 아마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홍경 지금 제 세대 감독님들의 일본영화를 보면, 우리 옆에 있는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조명하면서도 그 안에서 영화적인 감각과 체험의 요소를 잘 녹여낸다는 느낌을 받아요. 작은 이야기 안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펼쳐요. 전 연기하는 입장이고, 나중에 좋은 스텝을 밟아 잘 나아간다면 좋은 작품을 프로듀싱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좋은 말씀을 들은 것 같아요.
미야케 쇼 예를 들어 로맨스 영화를 만들 때 경쟁자는 연애 리얼리티쇼예요. 전쟁영화를 만들더라도, 이젠 실제 전쟁터의 영상이 많이 존재하고요. 그렇다면 우리 픽션 작가들 또는 배우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배우가 존재하는지, 왜 픽션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각자가 답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저도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요.
홍경 감독님 영화를 오래전부터 찾아보고, 감독님의 특별전이 열리면 극장에 가서 항상 찾아봤어요. 저한텐 이 작은 실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이 되고 또 오늘 마스터스 토크까지 연이 되어 <여행과 나날>을 통해 감독님의 전작뿐 아니라 개인적인 얘기도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야케 쇼 저는 평소 수다쟁이입니다만, 영화 속에서는 그렇게 말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대화도 끝은 말이 아니라 액션으로 끝내고 싶습니다! (악수한다.)
미야케 쇼 감독이 본 <굿뉴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있다고?’라고 생각하며 정말 재밌게 웃으며 봤습니다. 영화 종반부에 ‘너네 두 사람이 제일 진심으로 보였으니까’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는 그 말이 <굿뉴스>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혹여 관객이 그 대사를 들었을 때 ‘전혀 진심으로 안 보였는데?’라는 반문이 들면 영화 자체가 무너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홍경씨가 연기한 서고명이 엄청 힘든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확실히 그렇지. 서고명은 확실히 계속 진심이었지'라고 생각해야 이 영화가 완성되잖아요. 홍경씨가 파워풀한 코미디 장면과 심각한 장면들 속에서도 진지하게 캐릭터를 완수했다는 게 대단해요. 그래서 오늘 홍경씨를 만나는 게 긴장됐어요.”
미야케 쇼 감독이 말하는 심은경 배우
“어쩌면 시나리오를 쓴 저보다 심은경씨가 이 영화가 목표해야 할 지점을 더 잘 알았던 것 같아요. 보통은 조금씩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은경씨는 첫 단계부터 저를 높은 지점으로 데리고 가줬어요. 촬영 때도 모든 테이크가 재밌었어요. 정말 모든 테이크를 쓰고 싶었어요. 엔딩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요. 은경씨가 눈 속을 쿵쿵 걸어가는 장면은 처음 시나리오에 썼다가 촬영 전에 지웠었어요. 그런데 촬영 중에 은경씨가 저를 불러서 ‘시나리오에 적혀 있었는데 없어진 걷는 장면을 찍지 않을래요?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눈밭을 걷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그래서 찍게 되었죠. 아마 저는 아무것도 몰랐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장면을 찍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로카르노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이 결말이 참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