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 것. 우리가 상실한 것을 망각하지 말 것.’ 언젠가부터 일본 동시대 영화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 거대한 캠페인의 지층 하부에는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불가침의 콘크리트가 자리하고 있다. 캠페인의 주창자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의 후반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운전기사 미사키(미우라 도코)를 끌어안으며 했던 말.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를 계속 기억해. 어떤 형태로든 그게 계속되지’는 외화면의 전세계 관객들과 하마구치 이후의 영화감독들에게 이물 없이 각인되었다. 사자(死者)들을 위무하는 제의의 영화. 이는 사회적 책무와 시대적 윤리의식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예술영화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일본 감독들의 고유한 특권이자 누려 마땅한 성취일 것이다. 이가라시 고헤이의 전작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은 이러한 캠페인에 흠집을 내는 반가운 변수이다. 6살의 타카라는 어시장으로 출근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낯선 길을 나선다. 장갑 한짝을 잃어버린 것도 모른 채 소년은 눈 쌓인 길을 헤맨다. 한나절의 모험을 마친 타카라는 무사히 집에 돌아오고, 뒤이어 귀가한 아버지는 잠시 미아가 됐던 아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결국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채 고단한 얼굴로 잠든 소년의 모험은 실패일까 성공일까. 엔딩숏에서 카메라는 어시장에 걸린 소년의 털모자를 비춘다. 주인 잃은 물건은 그렇게 미지의 장소에 도달했다는 징표가 되어 구석진 벽면을 떳떳하게 점유하고 있다. 영화는 내 것을 잃어버리는 것만이, 나아가 상실했음을 망각하는 행위가 오히려 새로운 영토를 확장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감독은 공동 연출자이자 재난과 무관한 이방인 다미앙 마니벨과 도호쿠의 설원을 탐험이 수용되는 시공간으로 동기화시킨다. <슈퍼 해피 포에버>는 타카라의 잃어버린 털모자를 관측하고 보존했던 유실물 센터로서의 시선을 견지하는 영화다.
잃어버리는 남자와 잊는 여자
영화는 한때 투숙객들로 호황을 이뤘던 호텔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영화가 기록하고 되살린 3일의 시간은 5년을 아우른다. <슈퍼 해피 포에버>를 손쉽게 독해하는 방법은 아내를 잃은 남자 사노(사노 히로키)가 행복했던 과거를 복각하면서 치유에 이르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애도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영화는 기억을 배신하고 현재를 갱신하는 데에 골몰한다. 사노는 사랑을 촉발한, 영화의 제목처럼 영원한 행복을 보장할 것 같았던 휴양지의 쇠락과 그 기억을 저장하고 있으리라 믿었던 유실물 센터의 폐점 과정을 지켜본다. 그러므로 사노는 영화에서 계속해서 잃는다. 아내 나기(야마모토 나이루)를 얼마 전 잃은 사노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시공간을 재현하려 한다. 사노는 친구 미야타(미야타 요시노리)와 함께 5년 만에 다시 호텔의 투숙객이 된다. 그는 휴대폰을 의도적으로 잃어버리고, 호텔 프런트에선 찾을 수 없는 모자의 빈자리를 재확인한다. 사노는 미야타가 보물처럼 여기는 ‘슈퍼 해피 포에버’ 세미나의 반지를 의도적으로 버리고, 그렇게 친구조차 잃는다. 그가 상실한 것은 나기의 죽음이 야기한 현재성이다. 사노는 현재를 살아갈 의지가 없을뿐더러 현재에 존재하기를 거부한다. 그는 추억의 장소마저 반납해야 하는 체크아웃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호텔은 곧 폐점할 예정이다. 마리앙바드라는 허구의 휴양지에 세워진 호텔을 거대한 망각의 시공간으로 창조했던 알랭 레네의 <지난 해 마리앙 바드에서>처럼 이가라시 고헤이는 휴양지에 남겨진, 나침반과 시계를 잃어버린 한 남자를 비춘다. 카메라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어 보이는, 축 늘어진 사노의 육체를 가만히 응시한 후 우측으로 패닝하여 5년 전 나기의 모습을 이어 붙인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단순히 찬란했던 사랑의 출발점을 일시적으로 되살리는 낭만적 애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는 사노가 잃어버린 것들, 사랑하는 존재 나기와 빨간 모자라는 유실물의 기원을 서술하면서, 다시 소유할 수 없는 과거의 찬란함과 현재의 비통함을 819호에 동시에 투숙시킨다. 사노와 나기는 5년 전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이는 나기가 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휴대폰을 가져오는 것을 잊은 채로 호텔에 도착한다. 그녀는 곧잘 잊는다. 카메라 챙기는 것을, 8월19일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라이터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그녀는 상실을 망각한다. 그런 나기가 획득했던 것은 휴양지의 현재였으며, 사노라는 투숙객이자 미래의 남편이었다. 둘은 길을 걷다 길에 떨어진, 누군가의 유실물일지도 모르는 빈티지 빨간 모자를 소유하게 된다. 다음날, 그녀는 모자를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잊은 채로, 사노를 다시 마주친다. 둘은 모자를 함께 찾으러 나선다. 그리고 사랑에 빠질 것이다. 영화는 둘의 사랑이 치밀하게 조직된 정략적 행위가 아닌, 잊는 행위가 반복되어 도달한 순수하고 자율적인 순간임을 명시한다. 따라서, 5년 전의 나기가 사노에게 전하는 미션은 상실의 망각을 완수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롭고 낯선 순간에 이르기를 간청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슈퍼 해피 포에버>의 가장 중대한 사건은 나열된 세 이야기가 서로를 배신한다는 것이다. 사노는 나기와 모자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 둘은 이 세계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둘은 함께 모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실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픽션을 배신하는 픽션, 다시 말해 픽션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픽션. 분리된 픽션들의 이음새를 조직하는 것은 세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빨간 모자와 이방인 안(호앙 느 꾸잉)의 부지런한 몸짓이다. 그녀는 투숙객들의 이부자리에 쌓인 먼지를 부지런히 털어내고, 사노와 여행객들이 폐점 직전의 호텔에서 벗어나기를 부드럽게 종용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안은 사노와 나기가 사랑에 빠지는 동안 그들이 잃어버린 유실물을 깨끗하게 보관한다. 그녀는 5년의 시간, 즉 사노와 나기가 사랑에 빠지고 작별하는 동안 상실과 망각을 보존하는 유실물 센터에 머문 후, 모자의 새 주인이 되어 수평선 너머에 있을 미지의 영토를 응시한다. 사노 또한 여기에 동참한다. 안이 객실을 정리하는 동안 사노는 문틈에 담배를 끼워 좁고 긴 틈을 만든다. 아득한 수평선이 만든 위도와 세로의 문틈이 만든 경도가 어슴푸레 겹치는 좌표. 이 좌표 위에서 이가라시 고헤이는 새로운 탈주선을 생성한다. 영화는 영원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 이 영화의 제목마저 배반하면서 새로운 좌표에 가닿고자 하는 소박한 열망을 실현한다. 재난과 폐허를 전유하던 일본의 특권적인 프레임으로부터 체크아웃하고, 이방인의 시선을 빌려 바깥을 바라보는 영화. 한때 유실물 센터였던 영화의 지위를 내려놓고 망각을 찬미하는 <슈퍼 해피 포에버>는 상실을 동력으로 재배치하며 아름답게 약동하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