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네스코프] 제99회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 시상식 현장, 심은경 배우 여우주연상

심은경 배우 여우주연상, <되살아나는 목소리> 문화영화 부문 작품상 수상

제99회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 수상자들의 단체 사진. 맨 왼쪽엔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박수남(아래), 박마의(위) 감독. 앞줄 네 번째(왼쪽부터)는 여우주연상을 받은 <여행과 나날>의 심은경 배우.

2월19일 도쿄 시부야의 분카무라 극장에서 ‘제 99회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 시상식이 열렸 다. 여우주연상에 <여행과 나날>에 출연한 심은경 배우가 선정됐고, 재일조선인 박수남, 박마의 감독의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문화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아 한국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1924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99회를 맞이한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은 미국 아카데미 상보다도 오랜 역사를 지닌 영화상이다. 심사 위원 개개인의 투표 결과와 그 이유가 <키네마준보> 지면에 공개되는 점에서 중립성이 보장되고, 일본영화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돼 트로피를 손에쥔 심은경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그의 첫마디는 “저도 웃음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굉장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였다. 그가 긴장한 이유는 바로 직전에 남우조연상을 받은 사토 지로가 특유의 ‘사토 지로식화법’으로 대회장을 달궜기 때문이다. 심은경의 한마디에 주변에서 따뜻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진 가운데, “다 시 한번”이라고 말을 이은 심은경은 제작진, 출연진, 원작자인 쓰게 요시하루에게 감사 인사 부터 전했다. 이어서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중 하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늘 고민하던 배우로서의 길을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걸어가고 싶다고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라는 일본어 소감을 전했다.

심은경

미야케 쇼 감독이 심은경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사회자가 대신 말하기도 했다. “심은경씨의 수상에 정말로 기쁩니다. (중략) 한 인터뷰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은경 씨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은경씨와의 작업이 행복 했던 이유는, 진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많이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뇨, 꼭 만듭시다. (웃음)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설산과 숙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쓰쓰미 신이치씨, 1인2역으로 등장해준 사노시로씨, 그리고 모든 배우와 함께 은경씨의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미야케 감독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과 <여행과 나날>까지 최근 작품 3개가 연속으로 일본영화 작품상을 거머쥐었는데, 이는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 역사상 최초의 쾌거다. 사회자는 이 기록을 언급하며 “미야케 감독과의 ‘영화의 여행’은 어떤 체험이었나” 라고 심은경에게 질문했다. 이에 심은경은 “원래 저는 촬영 전에 항상 불안과 긴장이 있는 사람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미야케 감독, 미야케 팀의 밝은 힘덕분인 것 같다.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시상식에 앞서 발매된 <키네마준보>(2월호 증간)에서 요시자와 료와 함께 표지를 장식한 심은경은 수상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행과 나날>에서는 감독님께 이끌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작품에 임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영화 부문 작품상을 차지한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박수남, 박마의 감독도 단상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마의 감독은 “구순을 넘기신 어머니(박수남 감독)께서 50대부터 히로시마, 나가사키, 오키나와, 한국의 재일동포 조선인 피폭자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온 동포 1세대들의 체험을 기록했다. 그렇게 어머니가 모아온 10만 피트 분량(50시간가량)의 필름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어머니께서 10 년 전에 병으로 쓰러진 일을 계기로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하려 한 작업이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출발이었다”라며 “필름 한통을 디지털화 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 쉽게 손을 대지 못했지만, 디지털화해 남기지 않으면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전쟁과 식민지 피해자들의 목소리,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지금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한다는 점을 여러 곳에 호소했고, 500명이 넘는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박마의 감독은 소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40시간 분량의 필름이 디지털화되지 못한채 집 안의 다락에 잠들어 있다”라며 “어머니의 집념과 에너지, 그리고 필름에 기록된 분들 대부분이 이미 돌아가셨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어머니는 30~40년 전부터 희귀 안구질환을 겪어 지금 두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 다. 그러니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실제 역사가 ‘없었던 일’로 지워질 것 같다는 조급함 하나로, 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남은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라는 의지를 남겼다. 감사 인사를 부탁하는 박마의 감독의 요청에 박수남 감독은 많은 감정을 압축한 한마디를 전했다. “대단히 영광입니다.”(박수남)

2025년 제99회 <키네마준보> 베스트 텐 수상 목록

기사제공 <키네마준보>